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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부대 추수감사절 풍경

올해도 어김없는 파티 준비

by 희원다움

미군부대 병원에서 간호사 업무 이외에, 맡고 있는 역할이 있다. 그중 하나는 각종 파티 준비를 하는 일이다. 오가는 사람들을 위한 환영회 겸 송별회(Hail and Farewell 헤일 앤드 페어웰), 태어날 아기 엄마, 아빠를 축하해 주는 베이비샤워, 추수 감사절, 크리스마스가 대표적이다.


이 일을 맡은 지 벌써 3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미국인 동료들이 주도하던 일이었다. 이곳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미국인 직원들은 몇 년 단위의 계약이 끝나면 본국인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3년 전, 파티를 좋아하던 한 동료가 부대를 떠난 이후, 내가 이 역할을 맡게 됐다.

이런 복장으로 출근을...:)

나는 파티 담당자로서 사람들에게 돈을 걷고, 메뉴를 정하고, 시장과 음식점을 돌며 음식을 픽업한다. 언뜻 보면 단순한 잡무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 작은 일이 때로는 팀 분위기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또 한 해가 지나, 지난주에는 추수감사절 파티가 있었다. 해마다 파티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진다. 어떤 해에는 모든 음식을 외부에서 주문했고, 또 어떤 해에는 직접 요리를 해 오는 ‘포트럭(potluck)’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올해는 그 중간 어디쯤이었다.


수간호사는 추수감사절의 상징인 터키와 햄을 직접 삶아 왔고, 다른 동료들은 마카로니와 치즈, 호두파이 같은 디저트를 손수 준비해 왔다. 오랜만에 미국식‘집밥’의 향이 부대 안으로 스며들었다.

이 집밥 분위기에 나는 한국적인 메뉴를 보태기로 했다. 한국인의 소울 푸드인 (꼬마) 김밥과 떡볶이를 주문해 픽업해 왔다. 아이러니한 점은, 나는 간헐적 단식을 하기 때문에 기껏 준비해 놓고 먹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동료들이 "좀 먹어봐요, 정말 맛있어요”라고 권하지만, 사실 먹지 않아도 배부른 느낌이 든다.


파티를 준비하는 건 내게 또 다른 업무에 가깝다. 사람(동료들)을 위한 일을 한다는 점에서는 환자를 돌보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기도 하다. 지난 3년 동안, 나는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떠나는 이의 아쉬움과 새로 온 동료의 설렘을 함께 기념하는 이 역할이, 이제는 나에게도 제법 의미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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