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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아이들이 울면서도 꼭 하는 말

by 희원다움

예방접종실에 두 살짜리 꼬마가 엄마 손을 잡고 들어왔다. 파란 눈, 금발머리의 인형처럼 귀여운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고, “하이!” 하고 인사까지 건네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주사 바늘을 보는 순간, 방금 전 웃음은 사라지고 아이와의 실랑이가 시작됐다. 자지러지며 사방을 돌아다니는 아이를 진정시키려는 부모님과 그 품에 매달리는 아이를 달래 보려 사탕과 스티커를 건넨다. 흥분한 아이가 울음을 멈추지는 않았지만, 사탕은 선뜻 받았다.

여기까지, 예방접종실에서 늘 있는 풍경이다. 아이들은 대개 웃으며 들어와 울며 나간다. 그런데 미국 부모님들의 반응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아이가 울고 있든, 떼를 쓰는 중이든, 내가 건넨 선물을 받고 나면 꼭 이렇게 시킨다.


자, 선생님한테 뭐라고 해야 하지?”


그러면 아이는 흐느끼면서도 겨우 입을 뗀다.

"어흑.. 흑.. 땡큐...”


울음 때문에 말이 안 나오면 부모는 아이가 진정하고 "땡큐"라는 말을 할 때까지 기다린다. 미국에서는 ‘Please’와 ‘Thank you’ 같은 표현을 어릴 때부터 습관처럼 익히도록 한다. 부모가 일상 속에서 꾸준히 반복해 가르치기 때문에 아이는 자연스럽게 배우고 당연하게 말한다.


심리학자 Emmons & McCullough의 연구에 따르면 감사를 표현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감은 25% 이상 높고, 스트레스는 줄었으며 수면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했다. 또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사회심리학자 Sara Algoe는 감사 표현이 ‘관계를 유지시키는 정서적 접착제’라고 했다.

이런 연구를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 사회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스트레스와 불안 지수가 높고, 삶의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경쟁이 치열하고, 타인의 시선과 비교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환경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기 쉽지 않다.


게다가 한국은 오랫동안 감정을 절제하고 상황에 맞춰 조절하는 문화를 중시해 왔다. 그래서 일상에서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감사의 말 역시 생활 속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역시 가까운 사람들에게 ‘고맙다’라는 말을 잘하지 않았다. 엄마가 밥을 차려주고, 일이 있으면 남자친구가 데려다주고, 필요한 걸 챙겨주는 순간들을 그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로 여겼다.


가까운 사이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지 않을까, 말로 내뱉는 건 어쩐지 낯간지럽다고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말하지 않으면 상대는 모른다. 표현되지 않은 마음은 결국 닿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마움을 주고받는 순간이 하루에 단 한 번이라도 있다면 일상의 결이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른다. 조금 어색해도, 한 번 건네보자. 입에 올려보면 생각보다 훨씬 가볍다.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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