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Jhonson(가명)"
예방접종실에 32주 차 임산부가 들어왔다. 임산부가 맞을 수 있는 백신은 3개다. 독감, 파상풍, RSV. 이 환자처럼 재태기간이 32주가 넘으면 보통 파상풍과 RSV백신을 함께 맞는다.
우리에게 생소한 RSV 백신은 아기의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으로, 엄마가 임신 중 한 번 맞으면 항체가 태반을 통해 아기에게 전달된다. 그래서 엄마가 임신기간 중 맞았다면 태어난 아기는 맞지 않아도 된다. 이와 같은 내용을 환자에게 설명을 하고 주사를 놓으려 하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난 주사 맞는 거 싫어하는데?”
나는 한 번 더 설명했다. “이건 엄마가 맞으면 아기는 안 맞아도 돼. 만일 엄마가 안 맞으면, 아기가 태어나서 맞아도 상관없어." 그녀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Let the baby get it.”
(그럼 아기가 맞게 할래.)
아기는 5초면 맞지만 자기는 그보다 오래, 더 심한 공포를 느낀다며 호탕하게 웃는 그 얼굴이 얼마나 해맑던지, 나도 모르게 양쪽 엄지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와, 너 정말 쿨한 엄마다.” 내 진심이었다. 그녀가 인상적이었던 건, 주사를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과 상황을 솔직히 판단하고, 그 결정을 당당히 선택했기 때문이다.
어떤 엄마는 아이가 주사 맞으며 우는 모습을 보며 자기가 더 구슬프게 울기도 하고 안 맞겠다고 도망가는 아이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꽉 붙잡는 엄마도 있다.
모든 엄마가 같은 방식으로 사랑하지는 않는다. 어떤 결정을 하든 그 안엔 각자의 철학과 사랑이 있다. 그게 꼭 미국 엄마라서가 아닐 것이다. 그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의 여유가 그녀를 더 쿨하게 보이게 만든 게 아닐까? 그녀가 떠난 후에도 호탕했던 그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Let the baby get it!”
마치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모든 것에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은 힘을 빼도 괜찮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