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번 주말에 학교 수업 들어야 해.”
“학교? 너 또 학교 다녀?”
“엄마, 내가 얘기 안 했나? 나 사이버대 편입했어.”
“….”
가족여행 이야기를 하려고 전화했던 엄마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마흔이 넘은 딸이 맨날 뭘 배우겠다고 하는 게 여전히 낯선 모양이다. 반대로 나는 나이를 먹는다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하지 않거나, 도전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내 이력을 아는 사람들도 비슷한 질문을 한다.
“전직을 네 번이나 했다고요?”
“쉬운 일은 아닌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어요?”
솔직히 나에게 전직은 모험이라기보다, 배움의 영역을 확장하는 일에 가까웠다. 모르는 것을 하나씩 익혀나가는 과정 그 자체가 즐거웠기에, 전직이라는 큰 변화도 내게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었다.
모르면 배우면 되지!
나에겐 당연한 이 생각이 남들에게는 그리 당연하지 않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우연히 강점 진단을 받고 나서야, 내가 '배움'이라는 강점을 아주 긍정적으로 활용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제로 세 차례의 강점 진단에서 내 1번 강점은 늘 '배움(Learner)'이었다. 이 배움이 강점인 사람들은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보다 배우는 과정 자체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나에게 커리어 전환은 인생을 건 리스크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배움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가까웠던 셈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게 누구에게나 가능한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변화가 스트레스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변화가 배움이 된다. 나는 후자였을 뿐이다.
흔히 새로운 시작에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겪어보니 이건 타고난 담력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커리어 전환이 수월했던 건 내가 남보다 특별히 용감해서가 아니라, 불안을 마주할 때마다 '배움'을 선택해 앞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작 앞의 막막함을 '공포'로 두기보다 '배워야 할 숙제'로 정의했고, 하나씩 알아갈 때 느끼는 효능감이 불안을 압도했기에 다음 단계로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배움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움직이고, 어떤 사람은 사람과 함께할 때 움직이고, 어떤 사람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낼 때 힘을 얻는다. 결국 자신에게 맞는 실행 방식이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
당신을 움직이게 하는 건 무엇인가?
배움인가, 목표인가, 사람인가, 성과인가?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 무엇인지 알면, 커리어를 선택하는 기준과 그 일을 해나가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남들이 좋다는 조건만 따르다 보면 결국 에너지가 바닥나기 마련이지만, 내 엔진에 맞는 연료가 무엇인지 알면 내가 지치지 않고 계속 갈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찾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정답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대신 작은 실험을 한다. 배워보고, 해보고, 기록한다. 가능성은 생각 속이 아니라 실행 속에서 드러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내 커리어를 계속 실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