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사막에 뼈 묻으러!

겁 없이 뛰어든 승무원 준비

by 희원다움

아버지의 반대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형편이 안 되는 것


장학금 한번 못 받은, 못난 큰딸 학비를 4년 동안 대줬으면 부모님을 도와드리는 게 당연한데, 다 늦게 꿈을 찾았다고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관둔다니 펄쩍 뛰실 만도 했습니다.


그.러.나.


늦바람이 무섭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저는 포기하지 않고 아버지께 착한 거짓말(?)을 했습니다. 퇴사 후 아버지께는 회사를 다니는 것으로 하고 출, 퇴근 시간에 맞춰 승무원 준비를 시작했어요.


대신 기한은 최대한 2년으로 잡고 후회 없이 준비하되, 2년이 지나면 깔끔하게 포기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말이죠.




새벽 출근 시간에 집을 나서, 함께 준비하는 친구들과 대학교 빈 강의실을 전전하며 공부를 했습니다. 면접 답안을 서로 체크해주는 스터디가 끝나면 혼자 남은 저는, 중얼거리며 그날 만든 답안을 완벽히 외웠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면접에서 번번이 탈락하기 일쑤였습니다. 국내 항공사는 1차 면접을 합격한 적이 없었어요.



그나마 자주 채용공고가 났던 에미레이츠 항공사는 1차 합격을 하기도 했지만, 4차까지 이어지는 영어면접의 벽은 너무 높았습니다.


이어지는 불합격 소식에 암담하기도 했지만, 슬퍼할 여유도 없었어요. 감정을 억누른 채강의실을 찾아다니며 면접 준비를 했습니다.


6개월이 지나자 함께 준비하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났지만 저는 2년까지는 버텨볼 생각이었습니다.




영어 한마디 못하던 공대생이 '승무원'이라는 꿈 하나만 바라보고 저질렀던 퇴사. 뛰어난 능력은 없지만 꾸준히, 열심히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로 준비한 지 9개월 만에 결국 에미레이츠 항공사에서 합격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세상에 노력만 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말에 찬성하지만, 면접은 노력을 해서 '운'이 따라야 합격할 수 있다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렇게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승무원 준비는 다행히 좋은 결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제 사막에 뼈를 묻을 거야!


하지만 사막은 너무 심심했습니다. 나 이제 뭐 먹고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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