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간호사 입니다
저는 간호사입니다!
뜬금없이 왜 직업을 밝혔냐면, 오늘에서야 비로소 제가 간·호·사라는걸 깨달아서입니다.
잠깐 제 이야기를 하자면, 23살 전산과 졸업 후
2년 반 동안 연구원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이후 9개월을 준비해 에미레이츠 승무원이 되었고 한국에 다시 들어와 간호대를 편입해 이제 일한 지 햇수로 4년 되었어요.
단순히 재미 삼아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블로그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강의를 들었습니다. '콘텐츠'가 뭔지도 모르고 멋대로 일기를 쓰던 나 혼자만의 공간에 이웃들의 댓글이 생기면서 블로그를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처음 강의를 듣고 이웃이 생길 때 너무 재미있었어요. 내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욕심'이 생기고부터 글을 써가는 것이 힘들어졌습니다.
좋은 글, 읽히는 글, 키워드에 대해 배울수록 글쓰기는 더욱 힘들어졌어요. 모든 것은 제가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콘텐츠가 없는 나를 탓하게 되었어요. 진짜 저를 마주할 생각은 안 하고, 잘 된 블로그만 찾아보니 마음이 움츠러들고 점점 조급해졌습니다.
좋아 보이는 블로그를 보면서 어설프게 다른 블로그를 흉내 내기 시작했습니다. 책도 안 읽던 제가 블로그 포스팅을 위해 있어 보이려고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머리로만 진정성 있는 글을 써야 한다 생각했지 정작 마음으로 제 자신을 진정성 있게 대하지 않았습니다.
겸손함
전 간호사가 되고 간호사로서 보람을 크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먹고살기 위한 직업일 뿐이었고, 오히려 처음 입사한 병원에서 상처를 너무 받아 자존감이 바닥을 쳤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직업을 물으면 꼭 전직 승무원임을 밝히곤 했어요.
전 남들과 다른 간호사라는 걸 말해주고 싶었거든요. 제 마음속 오만함이 처음 직장 간호사들은 보였나 봅니다. 이유 없이 태움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겸손함이 없던 저를 모르고 있었네요. 제가 정말 필요한 건 나를 인정하는 것과 겸손한 마음인 것을 깨달았습니다.
콘텐츠를 만들어보겠다 생각할 때도 승무원만 생각했어요. 많은 여자들의 로망이 승무원이니 '예쁘게 포장하면 괜찮은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좋았던 추억이고 제 인생의 가장 예쁜 시절이었지만 그 이상 생각의 발전이 없었습니다. 지금 나는 환자들을 케어하는 간호사인데 나를 부정하고 있었으니, 제 안의 생각들이 나올 수 없었던 거예요.
블로그 강의를 들을수록 콘텐츠를 빨리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에 환자를 만나도, 동료들과 이야기할 때도 콘텐츠 생각뿐이었습니다.
결국 저의 조급함을 이기지 못하고 네이버에 콘텐츠 강의를 검색하다 다른 강의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래, 저 강의를 들으면 콘텐츠를 만들어주겠지?'
간호사로서 일탈하고 싶은 마음에 블로그를 시작했고, '잘하면 나도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욕심에 다른 블로그를 흉내 내다 깨달았습니다.
'나 한 번도 진짜 간호사였던 적 없잖아.'
지금 내 일에 최선을 다해보지도 않고 진정성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글을 올리면서도 뭉클하고 손이 떨립니다.
먼 시간 돌고 돌아 저를 찾았습니다.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
-나이팅게일 선서문
글을 쓰며 저를 발견하고자 노력했고, 앞으로 더욱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누군가 저의 콘텐츠를 만들어 주기를 바랐던 마음을 버리고 저와 같이 방황하는 간호사, 청춘들과 소통하는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하겠습니다. 따뜻한 봄날 브런치 작가를 지망하며 성장하는 제가, 제 성장을 보면서 또 성장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