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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욱 Mar 08. 2019

아들과 함께 하는 수학 시간 - "합동"

아빠만 즐거운 수학 시간

아빠, 두 사각형의 합동... 이거 어떻게 풀어야 해요?

이 질문 한 줄을 글로 써놓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문장을 다른 사람이 읽으면 어떤 상황이라고 상상을 할까?

1. 아들이 수학을 너무 좋아해서 배우지 않은 것을 혼자 풀어보려고 한다.

2. 지난번 학교에서 배운 것을 복습하고 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3. 학원에서 선행하고 있는데 숙제를 하려니 그날 배운 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기억한다고 하면 '기억'이라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기억을 못 하면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사람마다 타고난 지능과 지능을 쓰는 성숙도가 다르기 때문에 '기억'이라는 행위의 결과가 잘 기억하는 것과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잘못(다르게) 기억하는 경우 등 다양한 결과가 나타난다.


기억의 가장 시작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과정을 거쳐서 기억을 하는 것이 아니다. 눈을 통해 들어온 정보는 뇌에서 기존 유사 경험과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기존 배경 지식을 기반으로 '이해'하게 되고 뇌의 특정 영역에 저장되게 된다. 여기서 기존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기억은 실제 경험한 내용, 연상하여 이해된 내용, 연관하여 상상한 내용 등이 동시 복합적으로 생성되고 저장된다. 


가끔 책을 읽고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있고, 읽었는데 기억이 잘 안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흔히 읽던 혹은 듣던 구어체나 문체가 아니거나 모르는 단어가 많거나, 혹은 관련한 배경지식이 없는 경우다. 즉, 검은 것은 글씨요 배경은 흰색이더라라고 누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말인데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너무도 많이 듣고 말해와서 익숙한 단어가 배우는 아이들에게는 처음 듣는 느낌도 안 오는 그냥 머리를 건드리고 튕겨나가 버리는 남의 말인 것이다. 어른들도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히 남자들은 군대에 처음 가서 그런 것을 많이 느낀다. 이과이분의일톤, 두돈반, 상박, 파지, 호로,... 어떤 단어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게 왜 이렇게 되는 건지 그냥 들어도 무슨 소린지 모른다. 2와1/2 톤, 2.5톤, 용호상박 아닌 위팔 부분, 꼭 잡는 행위, 트럭 덮개 등 쉽고 좋은 말이 있는데 굳이 출처도 알 수 없고 우리말 인지도 의심스러운 전문용어가 난무하는 군대 용어다. 이렇게 단어를 처음 들을 때 관련 배경지식이 빈약하면 도대체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이해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반 사회생활에서 소위 엘리트라는 소리 들어가며 잘 생활하던 사람도 군대 와서 관심 병사가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전역한 지 15년이 지나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다시 돌아가, '합동'에 대해 물어본 아들 얘기가 벌어진 상황 관련, 답은 3번이고, 원인은 처음 듣는 말인 데다 수학적 개념으로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고 저장되지 않았고 문제를 풀 때 기억이 나지 않은 것이다. 


"아빠, 두 사각형의 합동... 이거 어떻게 풀어야 해요?"


이제 이 질문의 답을 해보려고 한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으로.

"아들아, 너는 합동과 관련해서 뭘 배웠니? 합동의 정의가 뭘까?"

"..."

"기억이 안나는 구나. 아빠도 갑자기 네가 물어보니까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우리 삼각형의 합동부터 다시 한번 생각해볼까? 삼각형의 합동은 어떤 경우에 합동이라고 하는지 기억이 나니?"

"음... 세 변의 길이가 같을 때요"

"또?"

"..."


"삼각형은 세 가지 요소가 같아야 해. 그거보다 먼저 도형은 어떻게 표현되는지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아... 또 길어진다...)"


"기본적으로 도형은 선과 각으로 이뤄져 있어. 선의 길이와 각도를 알면 그 도형을 똑같이 그릴 수가 있지. 삼각형은 선분이 세 개고, 내각이 세 개로 되어 있어. 맞아?"


"네"

"자 그럼 선분(변) 세 개와 내각 세 개 중에 어떤 것이 같으면 두 삼각형이 같을 수 있는지 살펴볼게. 두 삼각형이 똑같다고 해서 합동이라고 표현하는 거야. 합동은 두 도형이 똑같다는 뜻인 거지."

"선분 즉 도형의 변 세 개의 길이가 같으면 합동이라고 말했지? 그 경우 말고 다른 경우가 있어. 이렇게 두 개의 선분의 길이가 같고, 그 두 선분 사이에 있는 끼인각 혹은 내각의 크기가 두 삼각형 모두 같다면 그 삼각형 두 개는 서로 똑같고 즉 합동이야"

"한 가지 경우가 더 있어, 한 변의 길이가 같고 그 변의 양 끝 각의 크기가 같아도 합동이야"


"한 변에 붙어 있지 않고 떨어져 있는 각이 같으면 합동이 아니에요?"


"응 그것도 맞아. 그런데 그 건 굳이 외울 필요는 없고, 내가 말한 3가지에서 파생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돼."

"?"

"기억해야 할 게 많아지면 어려워지니까. 그리고 삼각형은 아주 훌륭한 도형이야. 세 각의 합은 항상 180도라고 하는 기본 원리를 갖고 있어. 그래서 두 각을 알면 나머지 한각은 자연히 알게 되는 거야"

"... 아..."


"180도에서 두 각의 크기를 빼주면 나머지 한 개의 각이 나오게 돼. 그래서 그 원리에 의해서 그냥 2개의 각을 알고 한 변의 길이를 알면 합동 삼각형을 그리거나 찾아낼 수 있어. 수학의 정의에서는 두 각과 이웃한 변이 같다는 표현을 쓰긴 하는데. 삼각형은 각이 세 개뿐이기 때문에 두 각이 있다면 어떤 세 변은 최소한 두 각중에 하나랑 이웃할 수밖에 없어. 한 번 네가 그려볼래?"

"(쓱쓱)"


"자 그래서 정리하면 삼각형의 합동을 알기 위해서는 삼각형의 세 변과 세 끼인각 중에서 세 가지 요소만 알면 무조건 합동을 찾아낼 수 있고, 혹은 합동인 삼각형을 그려낼 수 있어"


"아! 그럼 사각형은 네 가지 요소를 알면 무조건 합동을 찾아낼 수 있는 거예요?"

"아... 그건 아니야 미안한데 그건 규칙이 아니네. 하하. 재밌게도 사각형은 최소한 다섯 가지 요소를 알아야 해"

"에이..."


"네가 물어봐서 잠깐 생각해 본 건데. 재미있는 게 생각났어. 사실 이 각형이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선분이 있잖아? 끝점이 2개인 선분. 선분은 길이가 같으면 서로 같다고 할 수 있어. 요소가 하나인 거지. 그런데 삼각형은 세 가지 요소가 같아야 합동인 거고. 사각형은 다섯 가지 요소가 같아야 합동이라고 부를 수 있어. 오각형은 일곱 가지 요소가 같으면 합동일까? 한 번 찾아볼래?"

"..."


"그건 아빠도 모르는 부분이네. 다만, 삼각형은 참 유용한 도형이고 편리한 도형이야. 웬만한 도형은 다 삼각형으로 쪼개질 수 있고. 만약 네가 삼각형으로 분리할 수 있는 조건과 경우를 알아냈다면 삼각형으로 분리해서 문제를 풀어가는 게 편리한 경우가 많단다."


"자 그럼 다시 돌아가서 사각형의 합동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합동이 무슨 뜻인지는 이제 알겠지? 두 도형이 똑같은 경우를 합동이라고 하는 거라고. 그럼 두 개의 사각형이 똑 같이 생기려면. 즉 크기와 모양이 똑 같이 생기려면 어떤 부분이 같아야 할까?"


"음... 네 변의 길이가 같으면?"


"그래 그럼 네 변의 길이가 같은 경우를 한 번 살펴볼까? 혹시 네 변의 길이가 같은데 모양이 다른 경우를 찾을 수 있을까?"

"..."

"마름모의 정의는 뭘까?"

"..."


"왜 그거 있잖아. 정사각형을 좌우에서 누르면 어떻게 되겠어. 좀 뾰족한 모양으로 바뀌잖아. 이렇게 안에 끼인각과 상관없이 네 변의 길이가 같은 도형은 여러 가지 모양으로 바꿀 수가 있어. 즉 다시 말해서 네 변의 길이가 같은 것 만으로는 두 도형이 똑같다고 할 수 없다는 거지"

"어렵네요..."


"아까 다섯 가지 요소가 같으면 합동이라고 했잖아?"

"네"

"그럼 어떤 게 하나 더 있어야 할까?"

"각도?"


"응 그래 맞아. 네 변의 길이가 같고 네 개의 끼인각 중 하나만 같으면 그 두 사각형은 합동이 돼. 그리고 추가로 세 변의 길이가 같고 그 끼인각 두 개가 같아도 합동이고. 두 변의 길이가 같고 그 두 변의 끼인각과 두 변에 붙어있는 두 각의 크기가 같아도 합동이야. 재밌게도 모두 5개의 요소가 같은 거지"


"그럼 삼각형 때처럼 붙어 있지 않은 각이라도 같으면 합동이 되는 거예요?"

"꼭 그렇지는 않은데. 왜냐하면 사각형은 만약 주변과 세 각을 아는 경우에는 나머지 한각을 더하면 네 각의 합이 360도가 된다는 정의에 따라 가능하고. 세 변과 한 각을 아는 경우에는 세 변이 결국 네 개의 각 중에 하나와는 무조건 붙어 있기 때문에 떨어져 있는 각은 존재하지 않아 그래서 관련이 없지."


"한 변과 네 각을 아는 경우가 좀 재밌어지는 거야"


"한 변과 네 각을 알면 합동 아니에요?"


"음 직사각형 하나를 그려볼까?"

"(쓱싹)"


"자 그럼 직사각형의 가장 아래 조금 짧은 변의 길이가 같은 것을 옆에 또 그리고 네 각을 직각으로 한 다음 위로 쭈욱 늘이면 어떻게 될까? 한 변의 길이가 같고 네 각이 모두 직각인 즉 같은 직각 사각형이 되는데, 크기가 다르지?"

"네"

"그래서 합동이 아니란다"

"아..."


"도형은 정의가 매우 중요하고, 삼각형으로 나누거나, 선을 하나 더 그리거나, 변과 각의 특성, 합동의 특성 등 좀 푸는 경험과 이해해야 할 것이 많아. 계산식이 길지 않아 쉽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도형은 그렇게 쉽지 않은 경우가 많지. 다만 아는 것을 잘 머리에 넣고 자꾸 응용하다 보면 의외로 계산식보다 쉽게 풀 수 있는 경우가 많으니 재밌있기도 해. '아하!'라는 순간이 많고 스릴이 있는 분야야. 건투를 빈다 아들아!"





[참고자료]

삼각형의 합동: https://ko.wikipedia.org/wiki/%EC%82%BC%EA%B0%81%ED%98%95

사각형의 합동: http://www.mathlove.kr/shop/board/view.php?id=mathqa&no=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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