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행의 설렘은 가장 순수하며 가장 강렬하다.
첫 여행의 떨림은 가장 순수하며 가장 강렬하다.
그와 같은 떨림은 다시 느낄 수 없으며,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다.
마치 첫사랑처럼.
아직도 시드니에서의 첫 하루가 잊히지 않는다. 길거리로 나왔을 때, 온몸으로 느껴졌던 낯섦. 그리고 그 낯섦에서 나오는 긴장과 설렘. 시드니에 도착한 후 첫 끼를 맥도날드에 들어가 먹었는데, 한국 도처에 있는 맥도날드가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다. 메뉴만 몇 가지 다를 뿐 인테리어는 영락없이 한국 맥도날드와 똑같았는데 말이다. 잔뜩 긴장한 채로 햄버거를 주문했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 바깥 풍경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시드니의 센트럴역이 한눈에 들어왔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역사도, 내 주변의 외국인들도, 모든 것이 마냥 신기해 사실 햄버거는 무슨 맛인지도 몰랐다.
맥도날드를 나와서 괜히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이런 상점이 있구나, 호주의 미용실은 이렇게 생겼구나, 이런 모양의 건축물이 있구나. 그저 모든 것이 어색하면서 반가웠다. 마치 첫 소개팅에서 맘에 드는 이성을 만난 것처럼. 너무 멀리 갔다간 길을 잃을까 두려워 차마 멀리 가진 못하고 한 블록 만에 길을 꺾어서 돌아왔지만 말이다.
첫 여행의 강렬할 떨림을 이야기한다더니, 겨우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사 먹은 경험을 적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평범한 여행일지라도, 첫 여행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슴에 강렬하게 꽂힐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거리의 그 낯선 공기와 풍경만으로도 설레었던 첫 여행. 같은 공간을 두 번째 마주했을 때는 느낄 수 없는, 첫 만남의 긴장과 설렘. 마치 첫사랑 같았다. 강렬하게 내 마음을 흔들고 가버리며,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때 느꼈던 그 감정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아무리 다음에 더 사랑하는 애인을 만나더라도 첫사랑의 그 떨림은 잊지 못하는 것처럼, 아무리 그 뒤에 멋진 여행지를 간다고 해도 첫 여행에서의 강렬한 떨림은 잊을 수 없다. 뭉클한 여운으로 영원히 가슴에 남는다.
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여행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걸까. 혹시 그 강렬했던 여행과의 첫 만남을 잊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와 비슷한 떨림을 찾기 위해서, 그토록 다시금 떠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