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채용 티타임 몇 시간 하세요?
올해 초 리더 미팅에서 데이터 그룹 리드 레오가 '채용'에 대해 운을 뗀 바 있습니다.
'채용'에 힘을 쓰면 모든 것들이 해결되는데, 딜라이트룸 리더들은 채용에 힘을 쓰지 않고 있다고.
그랬습니다. 외부와의 교류가 거의 없는 저희로서는 그래야 하는지도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유일한 외부 소통으로써 딜라이트룸 미디엄을 통해 열심히 배움을 나누고 있었을 뿐이었죠.
이를 통해 우리가 찾고자 하는 인재를 영입한다는 건, 물 떠놓고 기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더군요.
아! 채용도 각 잡고 목표 및 마일스톤을 세팅하여 일종의 프로젝트처럼 달려야겠구나!
구체적인 방법은 모르겠습니다만, 특정 포지션에 N명을 채용해야 한다는 목표는 확실했습니다.
전사 직원 수는 입사 예정 포함 37명이고요. 전 직원의 약 37%가 올해 입사한 셈이군요.
게다가 추가로 여섯 분 정도가 현재 면접 프로세스 진행 중에 있는 상황입니다.
리더들이 채용에 힘을 어떻게 쓴 걸까요?
일단 HM (Hiring Manager) 분들의 소중한 멱살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손에 잡히는 목표를 명확하게.
언제나 후행 목표는 명확한 편입니다. '이번 분기 안드로이드 개발자 3명 채용하기.' '제품 디자이너 2명 채용하기.' 등 여느 프로젝트들 보다도 명확하고 뾰족합니다. 문제는 간단해 보이는 이 목표 값이 상당히 난이도 높은 후행 지표라는 점입니다. 가만히 앉아있는다고 원하는 사람이 제 때 채용될 리 만무합니다. 보다 가시권에 놓일 선행 목표를 지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의 시의성 높은 실무/매니징에 치여 채용은 뒷전이게 됩니다.
바텀 레벨의 목표부터 잡아봅니다. 보통 면접 프로세스 진입 이후 최종 합격률까지 전환율이 25% 라면 희망 채용 인원의 4배수를 '지원시키기' 목표 값으로 잡습니다. 가령 2명을 채용할 거라면, 8명을 지원시키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잡는 것입니다.
미드 레벨의 목표도 대략 잡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지원시키는 것은 아니더라도, 우리랑 맞을 것 같은 잠재적 인재 분들과 티타임을 하는 것입니다. 심플하게 접근해 보면 외부 티타임을 매주 0건 하는 것과 10건 하는 것, 둘 중 더 채용이 될 가능성이 높은 건 단연 10건 하는 것이겠죠. 목표 수치를 잡고 달려봅니다.
이때 티타임 이후의 지원 전환율을 예상해 보면 역산하여 티타임 횟수 목표치를 잡아볼 수 있습니다. 얼마나 뾰족하게 타겟팅하느냐에 따라 전환율이 달라지겠지요. 양으로 승부하겠다! 최대한 많은 잠재 지원자 분들을 만나겠다! 라면 10배수 정도 잡았던 것 같습니다. 티타임 10명 중 1명 정도를 지원시킨다는 전략인 것이죠. 역으로 내 리소스상 4명 중 1명 정도는 지원시켜야겠다 싶으면, 애초에 티타임 어레인지 자체를 좀 더 뾰족하게 타겟팅하여 잡으면 되겠습니다.
손에 잡히는 목표는 딱 1개씩만.
선행 목표들을 잡다 보면 포지션별로 수치를 나눠서 잡게 됩니다. 가령 프로덕트 디자이너 30명과 티타임, 10명 지원시키기 & BackEnd Engineer 20명과 티타임, 6명 지원시키기 등 모든 포지션을 병렬로 접근하게 됩니다. 하지만 채용 프로젝트는 일종의 고도의 B2B 파트너십 영업과 같습니다. 바짝 매출을 내는 세일즈 프로모션과는 다릅니다. 오랜 기간 함께 할 동료를 찾는 일이며, 그 잠재적 동료에게 짧은 시간 동안 우리 제품과 문화에 대해 알려줘야 하는 난이도(집중도) 높은 업무이죠. 각 포지션별로 접근해야 되는 방식이 크게 다릅니다. 포지션별 시장 내 수요와 공급 자체가 다르고, 그 시장 내 저희 회사의 위치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번 분기 딱 한 명을 뽑아야 한다면 어느 포지션을 뽑아야 할까? 에 해당되는 포지션부터 특정 기간 내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잡습니다. 저희 같은 경우 다른 포지션 보다도 안드로이드 개발자 채용이 가장 중요했어요. 11월 한 달 중에 1명도 채용이 안되면 회사가 망한다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다행히 11월 중에 1명이 채용되었습니다. 그리고 12월 초에 추가로 1명이 채용되었고요. 이제는 다른 포지션으로 우선순위가 옮겨졌습니다. 해당 포지션들도 남은 12월 중에 집중해서 전부 채용할 예정입니다.
아직도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저런 티타임 전략, 소싱 전략 다 좋습니다만, 제일 중요한 건 일단 '달리는 것'입니다. 지금 안드로이드 채용/구직 시장이 어떠한지 알고 계신가요? 빠르게 변하고 있는 업계 특성상 한 분기만 신경 못써도 트렌드를 따라가기가 어렵습니다. 어차피 '어라 우리랑 너무 잘 맞을 것 같아!' 해도 막상 만나보면 '이런 부분이 좀 안 맞겠네' 내지는 '괜찮을 것 같은데 이직 의사가 전혀 없으시네' 등 지원시키기에 실패할 변수가 더 많습니다. 기왕 '운'이 필요한 영역이라면, 한 두 명을 빠르게 만나보며 현재 업계의 동향도 파악하고 소싱~티타임 간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들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게 좋습니다.
소중한 티타임을 소중하게.
앞서 말했듯, 우리는 잠깐 같이 일할 동료를 찾는 게 아닙니다. 함께 동고동락하며 오랜 세월 함께 대단한 여정을 만들어갈 동료를 찾는 것입니다. 물론 면접에 응하신다고 하더라도 결과를 개런티 할 수는 없지만, 상대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딱 1시간의 티타임에서 그 진심이 온전히 전해질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제품과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설파하기보다는, 최대한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가 풀고 싶어 하는 문제를 우리 조직이 해결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 봅니다. 영 맞지 않는 경우에는 오히려 솔직하게 '맞지 않을 것 같아 아쉽다'로 맺음을 짓습니다. 현실적인 이유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더라도, 진정성만 잘 전해졌다면 언젠가 (내년, 내후년, 또는 그 후) 다시 인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뾰족한 선행 지표 >> 기간별 목표 좁히기 >> 일단 달리기 >> 진정성 기반 티타임"
돌아보면 이것의 반복이었고, 1주일 단위로 점검했습니다. PT 선생님처럼 집요하게 관리했죠.
무식할 수도 있지만, 이번 분기에만 317명에게 연락을 돌렸고, 소중한 티타임을 약 40건 가졌습니다.
그리고 N명의 잠재적 인재 분들이 면접을 보셨고, 최종적으로 M분을 모실 수 있게 됐습니다.
가열차게 달린 덕분에, 소중한 데이터도 확보하게 됐네요. (티타임 수락률, 티타임 이후 지원률, 최종 합격률)
PT 선생님 역할인 저는 일주일에 최소 5시간은 채용에 썼던 것 같습니다. Hiring Manager는 15시간~20시간씩 썼고요. 중요한 점은, 이번 분기 여러 기여 중에 (조직 문화 기획, 제품 기획, 팀 매니징, 전략 수립 등) 채용이 최고로 임팩트 큰 기여로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인지 일주일 20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더군요.
채용에 1시간도 안 쓰신다고요? 저희가 그러했듯 물 떠놓고 기도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스스로의 멱살을 잡고 가볍게 시작해 보길 권합니다.
일주일에 최소 10시간씩 투자하시고, 최소 3건의 티타임을 진행해 보세요.
생각보다 빠르게 그 효능을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멱살을 잡을 만큼 긴급했던 채용.
급한 불을 끄고 난 이후에도 멱살까진 아니더라도 꾸준히 채용 티타임을 해야겠다는 판단입니다.
이에 대한 회고는 다음 분기 말쯤...
이번 분기 채용 멱살잡이 함께 한 P&C Manager 신스(연주용), Head of Engineering 제이슨(이준원)
글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너무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 글을 통해 감사를 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