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의 자손 <3>

#야곱의 속임수

by 글탐가


이 드라마는 성경을 토대로 작가의 드라마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이므로 신학적 기준으로 보지 않기를 바랍니다. ^^

<작가의도>


40세에 결혼한 리브가와 결혼한 이삭은 20년 만에 아이를 낳았다. 그것도 쌍둥이였다. 그동안 아이를 얼마나 원했던가? 하지만 쌍둥이 사이에 장자의 축복권을 둘러싼 쟁탈전이 일어나고, 결국 하나님의 뜻대로 장자권은 동생 야곱에게 넘겨졌다.

이삭과 그의 두 아들을 통해 하나님의 축복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등장인물>


이삭

아브라함의 동생 나홀의 손녀 리브가와 혼인하고 에서와 야곱, 쌍둥이 아들을 두고 있다.

눈이 어두워 야곱을 에서로 착각하고, 야곱에게 하나님께 받은 모든 축복을 쏟아붓는다.

리브가

아름다운 여인으로 배려가 깊고 선한 마음을 갖고 있다.

쌍둥이 아들 이삭과 야곱을 낳았는데, 그녀는 성품이나 모든 면에서 야곱이 대를 이를 자라고 확신한다. 그 신념으로 야곱이 이삭에게 장자의 축복을 얻을 수 있도록 모략을 꾸민다.


에서

사냥을 좋아하는 상남자 스타일에 붉은빛이 도는 거친 외모를 갖고 있다.

장막에 머물기보다 들과 벌판을 활보하고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성격이 급하고, 무엇보다 소중한 것의 가치를 볼 수 있는 눈이 없다.


야곱

성실하고 근면한 자로 장막에 머무는 것을 좋아한다. 어머니와 대화 나누는 것도 좋아하고, 무엇보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형, 에서와는 정반대의 성품으로 부드럽고 다정하며 순종적이다.



<줄거리>


“네가 정말 내 아들 에서가 맞느냐?”

이삭이 흐릿한 눈으로 앞에 앉아 있는 에서를 바라보며 재차 확인하듯 물었다.

“그렇습니다.”


“내 아들아, 네가 사냥한 고기를 가져오너라. 내가 먹고 너를 마음껏 축복하겠다.”


이삭은 에서가 건네는 음식과 포도주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그에게 다시 말했다.


“내 아들아, 이리 와서 내게 입을 맞춰라.”


에서가 아버지, 이삭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에서가 아니라 야곱이었다.

이삭은 눈이 잘 보이지 않았으므로 야곱의 옷 냄새를 맡았다.

확실히 옷에서 나는 냄새는 에서의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이삭은 앞에 있는 에서가 자꾸만 야곱처럼 느껴졌다.

처음부터 그랬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가 말씀하신 대로 준비해 왔습니다. 자, 일어나셔서 제가 사냥한 고기를 드시고 저를 축복해 주십시오.”


“네가 누구냐?”

“아버지의 맏아들, 에서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고기를 잡아왔단 말이냐?”

이삭은 조금 전에 장자인 에서를 축복하기 위해 불렀다.

“내 아들아.”


“네. 아버지. 제가 여기 있습니다.”

에서가 대답하며 다가왔다.

“이제 내가 늙어서 언제 죽을지 모른다. 그러니 너는 네 무기인 화살통과 활을 갖고 들로 나가서 나를 위해 사냥을 하도록 하여라.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가져오너라. 내가 먹고 죽기 전에 너를 축복하고 싶구나.”


그렇게 사냥을 떠난 에서가 벌써 돌아왔다니 이삭은 믿기지 않는 듯 에서에게 물은 것이다.

“아버지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제가 사냥감을 금방 찾을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그랬구나! 참으로 감사한 일이로구나!”

하지만 이삭은 뭔가 미심쩍은 마음이 들었다.

‘으음? 어째 목소리가 에서의 것이 아니라 야곱의 것으로 들리지?’


이삭은 흐릿한 눈으로 앞에 앉아 있는 아들이 에서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 부릅떴다.

하지만 늙어서 이미 시력을 상실한 이삭에게는 뿌연 형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일단, 확실히 에서인지 확인해야 했다.


“내 아들아, 이리 가까이 오너라. 내가 너를 좀 만져봐야겠다. 네가 정말 내 아들 에서인지 알아봐야겠다.”

야곱이 이삭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이삭은 야곱을 만졌다.

야곱은 아버지 이삭의 손길이 자신의 손길에 머물자,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러다 들키면, 아버지가 나를 축복하는 것이 아니라. 저주할 텐데... 제발!’


야곱은 조금 전 어머니와 리브가와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네 아버지가 네 형 에서에게 하는 말을 내가 들었는데 사냥을 해다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와 나에게 먹게 하여라, 내가 죽기 전에 여호와 앞에서 너를 축복하겠다고 하시더구나.”


리브가는 야곱의 눈을 깊은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야곱은 어머니가 그 말을 자신에게 하는 의도를 잘 모르겠어서 그저 침묵하며 어머니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리브가가 신중한 눈빛으로 야곱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들아.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듣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야곱은 긴장하며 어머니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너는 가서 좋은 염소 새끼 두 마리를 끌고 오너라. 내가 네 아버지를 위해 그가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마.”


“그... 그래서요?”

“그러면 너는 그것을 네 아버지께 갖고 가서 드시게 하여라. 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너를 축복하실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


야곱은 두려움에 질려 어머니를 부르고, 말을 이어갔다.

“형 에서는 털이 많은 사람이고 저는 피부가 매끈한 사람입니다. 만약 아버지가 저를 만져 보시면 제가 아버지를 속이는 자라는 것을 아시게 돼 복은커녕 오히려 저주를 받게 될 것입니다.”

리브가는 야곱의 손을 붙잡고 안심시키듯 부드럽게 말했다.


“내 아들아, 그 저주는 내가 받을 테니 너는 그저 내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가거 염소들을 끌고 오너라.”

야곱은 어머니에 대한 신뢰가 깊었다. 어머니가 이러시는 데는 분명히 하나님의 뜻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곱은 순종하는 마음으로 어머니의 뜻을 따라 염소들을 끌고 왔다.

리브가는 염소를 잡아, 이삭이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다. 그리고 집안에 두었던 맏아들 에서의 옷 가운데 가장 좋은 옷을 꺼내 작은 아들 야곱에게 입혔다.


‘으음... 이것만으로 부족하겠어.’


리브가는 야곱의 매끈한 두 손과 목덜미를 바라보다가, 안 되겠는지 염소 가죽을 둘러 주었다.

에서는 붉은빛이 돌고 온몸에 털이 많은데 비해, 야곱은 매끈했다. 너무도 대비되는 두 아이였다. 그렇게 야곱은 리브가가 입혀준 형 에서의 옷과 염소 가죽을 두른 채 아버지에게 음식을 갖고 나아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이삭이 뭔가 의심스러운 듯 야곱의 손을 만지는 것이다.

야곱은 긴장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이 만약 에서가 아니라 야곱이라는 것을 들키기라고 하면 자신만 아니라 어머니 리브가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야곱은 제발 이 순간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간절히 원했다.


아버지 이삭에게서 축복을 받는 야곱 (Horst, Gerrit Willemsz) /위키피디아

바로 그때, 이삭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는 야곱의 목소리인데 손은 에서의 손이로구나!”


야곱은 긴장하며 이삭을 바라보았다.

동공이 흐릿한 회색빛으로 덮인 이삭이었지만 목소리만은 힘이 느껴졌다.

“네가 정말 내 아들 에서가 맞느냐?”


이삭이 마지막으로 확인하듯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이삭은 자신에게 입맞춤하는 야곱에게 축복하며 말했다.

“보아라. 내 아들의 향내는 여호와께서 축복하신 들의 향기로구나. 하나님께서 하늘의 이슬과 땅의 풍요로움, 곧 곡식과 새 포도주의 풍성함을 네게 주실 것이다. 민족들이 너를 섬기고 나라들이 네게 절할 것이다. 너는 네 형제들의 주인이 될 것이며 네 어머니의 아들들이 네게 절할 것이다. 너를 저주하는 사람들은 저주를 받고 너를 축복하는 사람들은 복을 받을 것이다.”

이삭은 야곱에게 복을 다 빌어주었다.




잠시 후,


“아버지, 일어나셔서 제가 사냥해 온 고기를 잡수시고 저를 축복해 주십시오.”

사냥해서 돌아온 에서가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요리를 해서 이삭에게로 다가와 기쁜 듯이 말하자, 이삭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앞에 보이는 흐릿한 형제의 아들을 보았다.

목소리가 에서였다.

이삭은 뭔가 잘못된 것을 그제야 알게 됐다.

“너는 누구냐?”


“아버지의 맏아들, 에서입니다.”

이삭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그러면 아까 사냥한 것을 내게 가져온 사람은 누구냐? 네가 오기 전에 내가 그것을 다 먹고 그를 축복했다. 그러니 복은 그가 받게 될 것이다.”


야곱의 말이 끝나자, 에서가 크게 울부짖으며 말했다.

“아버지. 저를 축복해 주십시오. 제게도 축복해 주십시오.”


“네 동생이 들어와서 속임수를 쓰면서까지 네 복을 빼앗아 가 버렸다.”


“그러니까 그의 이름을 야곱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야곱이 저를 두 번이나 속였습니다. 전에는 제 장자권을 빼앗더니 이번에는 제 복을 빼앗았습니다.”


이삭은 자신도 어찌할 수 없다는 듯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에서는 이삭을 바라보며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말했다.

“저를 위해 축복할 것을 하나도 남겨 두지 않으셨습니까?”

“보아라. 내가 그를 네 주인이 되게 하고 그의 모든 형제들을 다 그의 종으로 주었다. 또 그에게 곡식과 새 포도주를 주었다. 그러니 내 아들아, 내가 너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아버지, 제게 빌어 주실 남은 복이 하나도 없습니까? 아버지여, 저도 축복해 주십시오.”

에서는 목소리를 높여 울었다.

하지만 이삭의 다음 말도 에서에게 축복을 주는 말이 아니었다.


“보라아. 네가 거하는 곳은 땅이 풍요롭지 못하고 저 하늘의 이슬도 내리지 않는 곳이다. 너는 칼을 의지해 살고 네 동생을 섬길 것이다. 그러나 네가 쉼 없이 애쓰면 그가 씌운 멍에를 네 목에서 깨뜨려 버릴 것이다.”


에서는 이삭의 장막을 나오며 마음속에서 들끓는 분노에 어찌할 바 몰랐다.

이삭이 야곱에게 속아 자신에게 쏟아부을 축복을 다 부어버렸으니, 아버지 이삭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에서는 이를 부드득 갈며 두 손을 움켜쥐고 말했다.

“내가 내 동생, 야곱을 반드시 죽여버리겠다.”


<다음 화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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