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획도 계획일까?
"무계획이 계획이다" 기생충에서 나오는 말은 누군가 나에게 계획을 세우냐고 물어보면 이렇게 농담 반, 진심 반으로 말하곤 했다.
계획을 안 짜본 것은 아니다. 다만, 계획을 짜면 계획을 못 지키는 나에게 실망도 많이 하고, 계획 짜는 시간에 하나라도 더 하자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었다. 이 생각은 군대에서 같이 근무했던 선임의 계획 수립을 본 것을 계기로 바뀌게 되었는데, 당시 그의 철저한 계획을 보고 상당히 묵직한 충격을 받은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이 형의 계획 짜는 법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먼저 life goal을 먼저 세팅하고, 그 후 자기가 지금 이 나이가 끝나기 전에 이루고 싶은 것을 정리한 다음, 그것을 연단 위로 쪼개고, 또 그것을 다시 월 단위, 주 단위, 마지막으로는 일단위로 쪼개는 것을 보고 놀라웠고 사실 감탄했다.
그 후로 계획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았고 자아성찰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크게 두 가지를 느꼈는데, 첫째는, 계획을 안 짜고 그때그때 할 것을 해나가면 당장 하루이틀은 빨리 나아갈 수 있어도, 생각보다 빨리 지치다는 것을 느꼈다. 또, 기한이나 중요한 것들도 놓치는 일이 생각보다 많았다. 인생은 매우 긴 마라톤이기에, 페이스 조절을 위해서는 계획이 중요하다.
계획은 경각심을 심어주고, 마지노선을 세워준다. 그래서 요즘에는 계획을 세우려고 노력한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나에게 맞는 계획표를 찾았고 매일매일 업데이트 한다.
계획을 짜면서 느낀 점은, 계획보다 루틴의 중요성이다. 계획은 사실 상황에 따라 변하고, 많이 깨지는 것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그날그날의 계획보다는 나만의 루틴, 또는 습관을 훨씬 더 중요시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매일매일 이것들만은 무조건 해야 한다라고 스스로에게 약속해 놓고 그것을 습관화시키려고 노력해 본다. 사소하지만, 아침 8시에 일어나기, 일어나서 비타민 먹기, 커피 마시기 등을 정해놓고 나만의 모닝 루틴을 완성시켜 간다. 이러면 잠에서 깨기 쉬울 뿐만 아니라 하루를 시작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아직은 루틴을 많이 깨기도 하고, 매일매일 지키는 것이 힘겨울 때도 있지만 이러한 나의 작은 노력들이 모이고 모여서, 언제 가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만의 루틴이 완성돼서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