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며
본래 이 글을 쓸 생각은 없었습니다. 첫 마음은 이 글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함께, 의미, 재미’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모두 담은 프로젝트의 개요를 쭉쭉 써볼 작정이었어요. 그러다가 어느새 내가 이 프로젝트를 왜 시작하게 됐는지 스스로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렇게 한 문단, 두 문단 적어내다 보니 글이 커졌습니다. 저도 이 정도의 양을 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요.
이번 글은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글을 쓰고 이어갈 때마다 트라우마나 아픔, 답답함이 하나씩 벗겨지는 경험을 하곤 했어요. 마치 글로써 퇴마가 되는 듯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글자들이 층층이 쌓이며 슬픔이 정리되고, 과거의 아픔들이 검은 글자로 승화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런 점에서 읽는 분들을 배려하지 못한 점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데 치우쳐 예시를 들지 못하거나 저 나름대로 정리가 끝나면 설명하지 못하고 건너뛰어버리는 순간들이 정말 많았어요. 또 다른 미안함도 있습니다. 나름대로 제 글을 계속 읽어주시는 분들이 저에게 무엇을 원할까 생각해 보면 어떤 철학적 인사이트나 정리, 신선한 대안들을 원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이번 글들은 자랑과 푸념이 섞인 글들이었습니다.
다만 제 글들이 자랑이나 푸념뿐만이 아니라 좋은 인사이트가 되기를 빕니다. 최소한 재미가, 특히 의미 있는 재미가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글은 시중에서 못 본 것 같아요. 철학과 인문학이 없더라도 저만할 수 있는, 저만 쓸 수 있는 글을 썼다는 점에서 이 글은 좋은 아이디어를 줄 수 있다고 아주 약간… 자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엇이 어찌 됐든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쓰는 내내 꾸준히 좋아요를 눌러주시고 읽어주신 분들이 은근한 힘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단연 혼자 쓴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에게 인사이트를 주고, 저와 함께 놀아주고, 즐겁게 살아준 친구들과 더불어 여러분의 좋아요 역시 저에게는 글을 쓰는 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다시 고민이 됩니다. 아니 정확히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시 고민이 됩니다. 그렇지만 용기 있게 뭐라도 하나씩 하면, 어떤 결과물을 내는 사람이 되겠지요. 여러분의 즐거운 삶을 응원하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