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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겸비 Jan 23. 2024

인내력이 강한 기질도 약점은 있다

인내력/의도적 조절


이전 시간에 '사회성이나 공감 능력은 타고날까?'를 주제로 글을 썼었는데요. 오늘은 '끈기, 인내력, 자기 조절력'에 대한 기질적인 고찰이랍니다.


사실 발달적으로 어린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이고 조절력이 약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내력(의도적 조절) 기질이 높은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눈에 띕니다. 끈기 있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차이는 과연 어디에서부터 오는 걸까요?




'끈기'가 강한 기질이 있을까?



우리가 흔히 '끈기 있다', '인내심이 있다'라고 말할 때 그 '끈기'와 '인내심'은 과연 타고나는 기질일까요, 아니면 성격일까요?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일까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으려면, 우선 기질을 연구한 학자들이 그 특성을 어떻게 정의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어떠한 행동을 꾸준히 유지하고 지속하는 성향의 개인차'를 설명하기 위한 용어로 '인내력(Persistence)', '의도적 통제/의도적 조절(Effortful control)', '지속성(Sustainability)' 등 다양한 단어가 사용되는데요. 이 글에서는 TCI 기질 및 성격검사에서 측정하는 '인내력'과 STS 6요인 기질검사에서 측정하는 '의도적 조절' 이 두 가지의 기질 차원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1. 인내력(Persistence)


TCI 기질 및 성격검사에서는 '인내력' 기질 차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해요.


1) 미래의 보상이 예상되지만 지금 당장은 보상이 주어지지  않거나
2) 간헐적으로만 보상이 주어지거나
3) 간헐적인 처벌이 주어지더라도
한 번 시작한 행동을 계속하려는 기질적 성향에서의 개인차


'인내력' 차원과 관련해서 Gusnard 등(2003)은 혈류 변화를 감지하여 뇌의 활동을 살펴보는 '기능적 자기 공명영상(fMRI)을 이용하여 연구를 했습니다. 그 결과, 인내력이 높은 사람중립적인 자극반복될 때 이를 내재적으로 흥미롭고 보상이 되는 자극으로 간주하여 반응을 지속한다는 것을 밝혔어요.


이들은 또한 '인내력'이 보상 및 정서통제와 밀접하게 관련된 복측 선조체 영역과 관련되어 있다고 설명하였으며, TCI의 '인내력'을 '습관', '자기 통제(self-control)', '만족지연(delayed gratification)' 등의 주제와 연계하여 이해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였어요(민병배 등, 2020에서 재인용).


앞서 설명했었던 '자극추구' , '위험회피' , '사회적 민감성'의 기질 차원이 한 개인의 고유한 정서적, 행동적 패턴을 만들어낸다면, '인내력' 차원은 기질과 관련된 '정서적 뇌(변연계)'와 의식적 조절 및 성격과 관련된 '이성적 뇌(전전두엽)'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면서 다른 기질 및 성격 차원과 상호작용한다고 해요.


즉 '인내력' 기질 차원은 다른 기질 차원들의 감정이 표현되는 방식을 조정(moderate)하면서, 한편으로 '자율성'을 포함한 성격 차원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요. 조금 독특하지요?



2. 의도적 조절(Effortful control)


STS 6요인 기질검사에서는 '의도적 조절' 기질 차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어요.


외부에서 지속적인 강화가 주어지지 않더라도 집중력을 발휘하여 현재 하고 있는 작업이나 행동 등을 일정시간 동은 꾸준히 지속하려는 경향성


Rothbart와 Derryberry(1981)는 기질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전자, 성숙, 그리고 경험의 영향을 받는 생물학적인 반응 및 자기 조절의 개인적 차이"로 정의하였어요. 여기서 살펴볼 것은 '기질적 자기 조절'이라는 개념인데, 이를 설명하자면 자극에 주의를 집중하도록 하거나 멀어지도록 하는 동기적 경향과 사고와 감정, 즉 반응성 자체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최은실 등, 2022에서 재인용).


요약하자면 '인내력' 및 '의도적 조절'은 타고난 기질 차원이면서, 후천적으로 발달하는 성격적 특성과 조절 능력과도 깊은 관련이 있답니다. 그래서 양육자가 많이 주목하고, 낮으면 '너무 끈기가 없고 빨리 포기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염려하게 되는 기질 차원이기도 해요.





기질의 높고 낮음에 따른 특징



전전두엽이 발달하면서 조절 능력도 계속 발전하기에, '인내력(의도적 조절)' 기질이 적절하면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자원되어요. 하지만 모든 기질이 그러하듯이, 극단적인 경우(매우 높거나 매우 낮음)에는 양육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인내력(의도적 조절)' 기질 차원이 높은 사람은 행동을 계속 유지하고 지속하려는 동기가 강합니다. 그래서 실패하더라도 끈기 있게 계속 시도하고, 성취하고픈 야망도 큰 편이에요. 계속 주의를 기울여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완벽주의자 성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당장의 만족을 포기하기도 하고요.


반면에 '인내력(의도적 조절)' 기질 차원이 낮으면 실패하거나 큰 보상이 주어지지 않을 때 쉽게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으러 떠나는 경향이 있어요. '행동 유지(지속)에 대한 동기'가 약하기 때문이지요. 무언가를 성취하고자 하는 야망도 적은 편이라 실제 자신의 능력보다 적은 성과를 낼 때도 있어요.



(왼쪽) 인내력 낮음 - (오른쪽) 인내력 높음 


의지가 약하고 느긋함 - 부지런하고 끈기 있음

야망이 적으며, 적은 성취에 만족함 - 성취에 대한 야망이 있으며, 성공을 위해 많은 희생을 함

실용주의자 성향 - 완벽주의자 성향






높은 인내력 기질의 약



여기까지만 설명을 들으면, 인내력 기질은 높으면 높을수록 좋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다른 기질 차원과 마찬가지로, 높은 인내력과 낮은 인내력마주하는 상황에 따라 나름의 강점과 약점이 있습니다.


인내력이 낮다는 건 뒤집어 생각해 보면, 계속 노력해도 더 이상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재빨리 전환해서 불필요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더. 그래서  유연하고 실용적인 측면이 있는 것이지요.


반면 인내력(의도적 조절) 기질이 매우 높으면, 더 이상 보상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나 변화에 빨리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서 융통성과 유연성이 부족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정해진 시간 내에 작품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내력'이 높은 아이가 심혈을 기울여 어떤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작품이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시간이 종료되었다면, 인내력 기질이 낮은 아이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을 거예요.





만약 도박이나 안 좋은 습관처럼 행동을 지속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되는 상황이라면 더 심각해집니다. 한 번 보상을 받으면 오래 행동을 지속하는 기질적 특성 때문에, 털고 일어나야 하는 상황에서도 습관처럼 유지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질에 비해 인격적인 발달이 미성숙할 경우에 그런 중독에 더 취약할 수 있어요. 



결국 기질 특성의 높고 낮음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기질 특성의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는 방향으로 성숙한 성격을 계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질이 능력으로 발휘되도록



'인내력' 기질이 낮은 아이는 낮은 대로, 높은 아이는 높은 대로 나름의 고충이 있다고 이야기했는데요. 타고난 기질은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기질의 강점을 키우는 것은 의식적인 노력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올바른 유아 기초 능력>의 저자 오연경 박사는 "아이들은 자신의 기질이 존중되는 환경에서 자랄 때 타고난 기질을 발현"하며, "그 환경은 바로 양육자인 부모가 조성해야 한다(32쪽)"고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길러줄 수 있는 필수적인 능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간략히 요약했지만, 이 능력은 비단 유아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어른인 우리도 한번 점검해 볼 덕목이랍니다.



1. 자기 효능감

-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얼마나 그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믿음

- 쉬운 것,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에서 확장하여 꾸준한 성취감을 느낌으로써 길러짐


2. 끈기(grit)

- 미국의 심리학자 앤절라 더크워스가 제안한 개념으로, 난관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인내,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노력하는 것을 의미함

- 쉬운 과제부터 성취하여 어려운 과제에도 도전함으로써 길러짐


3. 자율성

- 제한된 기준 안에서 자신의 행동을 선택하는 것

- 행동을 선택하고 책임과 만족을 느끼는 경험을 통해 길러짐


4. 자기 주도성

-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성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

- 계획 세우기/정보 활용하기/목표 달성하기


5. 자기 조절 능력

-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행동 반응을 조절하는 능력


6. 만족 지연 능력

- 미래의 보상을 위해 현재의 욕구를 지연시키는 힘


7. 긍정적 인지조절 전략

- 어떠한 문제 상황에서 생각, 감정, 행동을 조절하고 관리하는 데 사용하는 능력


8. 회복 탄력성

- 스트레스 요인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극복하고 이전의 안정적인 상태로 돌아가는 능력

- 자기 효능감, 끈기, 만족 지연 능력 등을 기르는 과정이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밑거름이 됨


 







초등학생 때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프랑스 소설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황량한 들에서 혼자 살며 매일 100개의 도토리를 심는 일을 50여 년 동안 지속해 온 한 양치기의 이야기가, 어린 마음에도 깊은 감동을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마구잡이 벌목으로 황량해져 모두가 떠나 버린 광야,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 또한 아내와 아들을 잃은 상황에서 외로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죽어가는 땅을 회복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매일 도토리를 심으며 묘목 재배법 연구도 계속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50대의 중년이 80대 노인이 되었을 때, 그곳에는 숲이 생기고 사람들이 모여들어 풍요로운 마을이 되었습니다. 아무도 누가 처음 나무를 심었는지 알지는 못했지만, 그에게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누가 알아주지 않으며 자신에게 어떤 이익이 되지도 않는 일을 묵묵히 지속하며 끝까지 노력합니다. 분명 타고난 성향 그 이상의 인격(人格)이 필요한 일입니다.





저는 '인내력' 기질이 낮은 편이라, 뚜렷한 보상이 없거나 부정적인 피드백이 오면 쉽게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인정받고픈 마음은 강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이 소설을 생각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끈기'에 대해 고찰해 봅니다. 각양각색의 기질을 가진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픈 내용이고요.


여러분의 끈기는 어느 선에서 발휘되고 있나요? 자동화된 습관적 반응인가요, 아니면 더 큰 가치를 위한 의지적 노력인가요?





참고문헌


오연경(2023). <올바른 유아 기초 능력>. 물주는아이

최은실 외(2022). <STS 6요인 기질검사 전문가 지침서>. 인싸이트

민병배 외(2020). <TCI 기질 및 성격검사 통합 매뉴얼 개정판>. 마음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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