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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겸비 Jan 16. 2024

수줍음과 두려움이 많은 아이의 잠재력 끌어내기

위험회피가 매우 높은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는 걱정이 많습니다.


'아이가 너무 소심하고 수줍어요.'

'엄마 껌딱지예요.'


사실 위험회피 기질이 높은 아이는 대부분 자기 자신의 기질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질을 다루는 것이 아직 어려울 뿐입니다. 위험회피 성향이 매우 높으면 평범한 자극도 적색 신호로 인식될 때가 있어요. 특히 아이들은 아직 기질을 조절하는 영역이 미숙하고, 경험이 많지 않아 더 불편하고 긴장됩니다. 저 또한 위험회피 성향이 높기에 그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이해합니다.





다른 기질 특성과의 컬래버레이션



육아상담전문기업 '그로잉맘'의 창업자인 이다랑 대표는 <불안이 많은 아이>라는 책에서 위험회피 특성과 다른 기질 특성과의 조합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어요.



1. 위험회피+자극추구
하고 싶은 마음과 두려운 마음이 동시에 생겨요 (선택에 대한 불안)


2. 위험회피+사회적 민감성
칭찬받지 못할까 봐 걱정돼요 (관계에 대한 불안)


3. 위험회피+성취완벽
잘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요 (완벽에 대한 불안)


4. 위험회피+감각민감
불안하고 동시에 고통스러워요 (감각적인 불편함)



이렇게 위험회피가 높더라도 다른 기질 특성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아이가 느끼는 불안의 양상이 다양할 수 있어요. 이에 따라 대화 방법도 달라질 수 있답니다.


예를 들어 위험회피와 감각민감이 동시에 높다면, "하기 싫어?", "무서워?"보다는 "어떤 느낌이 불편해?"가 아이의 표현을 더 잘 이끌어내는 말이겠지요.





비난 또는 과잉보호가 아닌,

수용과 조절



위험회피도 '기질'이기에 타고난 기질 자체를 뿌리째 바꿀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수용의 관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나 이전 글에서 위험회피는 처벌과 비난에 민감한 경향이라고 말씀드렸던 것 기억나실 거예요. 따라서 아이의 기질 자체를 비난하는 말을 철저히 주의해야 합니다. '소심하다', '소극적이다', '걱정이 많다' 등의 평가적인 말은 그대로 아이가 자신의 기질을 내면화하는 표현이 되기 때문이지요.


반면에 아이의 어려움을 미리 예측하여 마냥 피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은 않습니다. 대개 부모도 위험회피가 높을 경우 이런 일이 종종 생기는데요.  조절 능력이 미숙한 만 2~3세 이전에는 너무 지나친 자극은 조정해 줄 필요가 있지만, 그 이후에도 안전한 환경에서만 머무를 경우 기질을 조절할 기회를 얻지 못합니다. '온실 속 화초'처럼 되어 버릴 수 있어요.


사람은 발달하는 존재이기에, 타고난 기질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답니다. 그 과정은 매우 더디게 느껴지지만, 반드시 빛을 발하게 됩니다.

 




위험회피가 높은 아이를 위한 육아 팁



위험회피 성향이 높은 아이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전략은 세 가지입니다.


1. 워밍업

2. 언어화

3. 안내



1. 워밍업


'워밍업(warming up)'의 원래 뜻은 운동을 하기 전에 몸이 풀리도록 하는 가벼운 운동, 즉 '준비운동'을 의미합니다.


위험회피 성향 높은 아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바로 뛰어드는 것을 힘들어해요. 낯설고 두려운 상황에 대한 불편함과 거부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양육자로서는 이러한 줄다리기가 끊이지 않으니, 당연히 피곤하고 답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양육자는 이러한 갈등 상황을 피하려고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바로 데리고 가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대면시키면 혹시 무뎌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오히려 극심한 긴장감이 유발되어 부정적인 경험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위험회피가 큰 아이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위험신호가 점차 잦아드는 경험, 내 예상보다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하는 과정은 아이의 속도에 맞게 이루어져야 하고요.


만약 아이가 새로운 장소를 가야 할 일이 있다면, 미리 그 장소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장소에 도착하여 탐색하고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치료실에서 위험회피 성향이 강한 아이를 처음 만나면, 어조와 움직임에 많은 신경을 씁니다. 아이에게는 '저'라는 사람 자체가 불편한 자극일 수 있으니까요. 대신 아이와의 거리를 아주 조금씩 좁히며 친밀감을 쌓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이에게 워밍업을 할 시간을 주면, 아이는 자신을 충분하게 보여줍니다.



2. 언어화


위험회피가 높은 아이들은 대체로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특히 즉각적으로 말하는 과제에서는 입을 꾹 닫을 수 있습니다(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이야기 구성 실험에서도 그랬었지요).


아이들이 말로 표현하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A. 현재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표현할 말이 빨리 생각나지 않아서

B. 자신의 표현을 들은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이 되어서

C. 사회적 상황에서 표현하는 경험이 적었거나, 자신감이 부족해서


언어화는 A에 집중하여 장기적으로 B와 C를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특히 위험회피가 높고 내향적이라면 내면의 생각은 많은데 이를 설명할 말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 생각 등과 관련된 추상적인 개념어일수록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느끼는 에 정확한 이름을 붙여서 알려주는 것입니다.


위험회피가 높으면 대부분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가 많아요. 그래서 '무드미터(mood meter)'처럼 다채롭고 정확한 감정의 분류체계를 알려주면 도움이 됩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여 봐!> 등 감정 관련 그림책이나 감정 카드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출처: https://news.sbs.co.kr/amp/news.amp?news_id=N1006342890
이미지 출처: 인터넷 교보문고



3. 안내


여기서 '안내'란, '지도'보다는 조금 더 부드러운 개념입니다. '지도'가 손가락으로 아이가 봐야 할 것을 가리키는 느낌이라면, '안내'는 아이를 살짝 움직여 시선을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애 앞에서는 찬물도 못 마신다"는 말 들어보셨을 거예요. 아이들은 타인의 말과 행동을 잘 관찰하고 모방합니다. 성장과 발달에 꼭 필요한 전략이지요. '안내'는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는 거예요. 아이가 두려워하거나 긴장하는 상황에서 양육자나 선생님이 유연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시범(modeling) 보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영장에 갔을 때 아이가 물을 두려워한다면, 어른이 물에 다가가 부드럽게 만지며 발을 담그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다시 아이에게 돌아옵니다. 아이가 좀 더 편안해진 느낌이 든다면, 아이가 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합니다. 용기가 난다면 아이가 발을 담가볼 수도 있겠지요.


위험회피가 높은 아이들의 강점은 신중하고 계속 주변을 관찰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어른의 적절한 반응이 이 아이들에게 용기가 됩니다. 


어떤 아이는 결국 물에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재미있게 놀면 됩니다. 우리는 그다음 스텝을 부드럽게 안내하는 역할만 하면 되지요.





두려움이 용기로 바뀌는 경험



한 번은 아이를 데리고 워터파크에 놀러 갔는데, 제 아이 또래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파도풀에 들어가지 못하고 엄마에게 딱 붙어  있었습니다.


매달려 울먹이는 아이와 난감해하는 엄마, 저는 그 모습을 보며 어릴 적 제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한 번 물에 빠진 경험 이후 몇 년 동안 물에 들어가기를 힘들어했었지요. 물에서 뜨는 방법을 익히고 안전하다는 느낌이 든 후에야 다시 수영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결국 끝까지 파도풀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대신 그 옆의 아담한 키즈풀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즐겼습니다. 


그 아이는 어쩌면 작년에는 물에 들어가는 자체를 무서워했을 수 있습니다. 아이의 속도에 맞게 조금씩 경험이 쌓이다보면, 몇년 뒤엔 엄마 품을 떠나 파도풀에 들어가 파도를 즐기며 신나게 놀지도 모릅니다.


위험회피가 높은 아이에게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키가 자라 시야를 넓혀주듯, 경험이 모이고 모여 아이의 자신감이 되어줍니다.



예전에 영화 <명량>에서 이런 명대사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수줍음과 두려움이 많은 아이들은 그 안에 큰 잠재력을 품고 있습니다. 여러분, 또는 여러분의 아이가 두려움이 많아도 괜찮습니다. 그런 마음을 용기로 바꾸는 '스위치'만 가진다면, 원래 가진 자신의 고유함에 맞게 스스로를 드러내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참고문헌

이다랑(2023). <불안이 많은 아이>. 한빛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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