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임신 35주에 접어들었다. 첫째 아이를 36주 차에 출산했었는데, 배는 그때보다 더 나온 것 같고 몸도 더 무겁게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첫 아이를 낳으면서 10kg가 찌고,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또 10kg가 쪘으니... 그냥 느낌적인 느낌이 아니라 진짜 중력의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된 것은 맞다.
첫 아이 때는 조산기로 누워만 있어서 몸의 근육이 다 빠지는 바람에, 분만할 때 힘을 못 줘서 고생을 했었다. 그래서 둘째는 운동도 좀 해서 좀 더 튼튼한 몸으로 낳고 싶었는데, 이 소망을 이루는 것도 녹록지 않다.
임신 초기가 입덧으로 인해 왜곡되는 미각과 후각과의 싸움이었다면, 임신 후기는 물리적인 힘과의 싸움이다. 2.5kg의 아기를 품고 있으니, 자꾸 땅으로 몸이 끌려들어가는 느낌이다(나는 하나여도 이런데, 쌍둥이 엄마들은 얼마나 힘들까!).
특히 바닥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는 게 힘들다. 뭔가를 가지러 가야 할 때 가까운 거리는 그냥 네발짐승처럼(!) 기어서 이동하는 게 편하다. 이 광경을 본 첫째가 "엄마, 왜 기어서 가?"라고 물어본 적도 있다.
반면에 인대는 호르몬으로 이완되면서, 꽉 잡아주는 힘이 약해졌다. 손과 허리와 골반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어찌저찌 굴러가는 자동차가 된 기분이다.
특히 손가락 쪽이 심한데, 아침에는 손마디가 퉁퉁 붓고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첫째 때는 이렇게까지 손가락이 아프진 않았는데... 둘째는 또 다르다는 걸 실감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걱정되는 힘은 따로 있다. 자궁이 수축하는 것이 느껴질 때. 배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돌처럼 단단해지면 겁이 덜컥 난다. 첫째 때도 자궁수축으로 고생하다가 결국 진통이 와서 좀 이르게 낳았기에, 둘째도 긴장을 안 할 수가 없다.
이전에 썼던 글에서 아이를 '운석'에 비유한 적이 있었다. 운석이 지구에 가까워질수록 잡아당기는 힘이 강력해지면서 가속도가 붙는다. 지금이 내게 그런 시기가 아닐까 싶다. '하던 일을 멈추고 이제는 아기를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몸이 신호를 보내는 듯하다.
마침 손부종이 심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브런치스토리를 포함하여 여러 SNS 활동을 줄이게 되었다. 치료사 선생님들과 함께 1년 넘게 해 왔던 ZOOM 스터디와 몇 가지 일을 제외하고, 온전히 출산 준비에 전념하려 한다.
내일은 자궁경부를 묶고 있던 실을 푼다. 실을 풀게 되면 그동안 닫혀있던 경부가 자연스럽게 힘을 받으면서 열리게 될 것이다. 섭리에 의해 움직이는 이 세계에서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다. 그저 아이가 무사히 세상에 안착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기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