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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Mar 21. 2024

감정을 잠재우는 요가 수련, 몰입이 주는 평안

요가와 명상(3)

감정에 쉽게 끄달리는 나는. 우얏든 퇴근 후엔 요가원을 향한다.


#패닉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셨다. 언젠가 이런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거 같다. 뒤통수 쪽에 피가 흘렀고... 온 가족이 패닉상태였다. 다행히 뇌출혈이나 큰 질환 같은, 더 걱정했던 상황은 아니었다. 기립성 저혈압으로 잠시 정신을 잃으신 것. 새삼 알았다. 아버지도 그리고 어머니도 많이 늙으셨구나. 아버지가 부딪힐 수도 있는 수납장 모서리들에 보호장치를 붙이며. "이래서 나이가 들면 도로 아이가 된다고 하는가보다"고 했다. 생로병사. 인간이 본래 타고난 것이 괴로움이라고 불교에서 얘기하는데. 나이가 드는 것 자체, 뿐 아니라 이미 전제된 비극을 향해 사는 인생. 어떻게 하면 무심(無心)의 상태로,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잘 살아낼 것인가. 실존적인 어려운 과제가 수면 위에 떠올랐다. 마음이 힘들고 어렵다.


#분노 혹은 증오

일하면서 맞닥뜨리는 감정. 분명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다시 여기 구절구절 적고 싶지도 않다) 그를 미워하며 동요하는 나. 결국은 더 착한 사람, 더 깊게 생각하는 사람이 괴롭다고 위로들을 해주는데. 내가 화를 내야 하고, 미워할 수밖에 없는 당위적 상황.에도. 나는 요가하고 명상하는 사람인데 내 감정 하나 잠재우지 못하고 또 종일 무겁게 달고 다니는구나 하는 생각에. 괴롭다. 죄책감에 휩싸인다.


"지속적인 마음챙김 수련은 방황하는 마음을 극복하는 해결책"이라고 했다. 주의(알아차림)와 수용(받아들임)의 과정. 마음챙김 수업을 들으면서 계속 노력해 보았다. 나는 지금 화가 나는구나. 이렇게 올라오는 나쁜 감정 역시 나의 감정이구나. 그렇구나. 하고 거기서 멈추자. 교수님은 내가 그 감정에 집중할수록 그곳에 물을 주는 거라고 했다. (실제 나는 나의 감정에 잠식되고 있었다) "즐거운 또는 즐겁지 않는 모든 대상을 동등하게 대면하고 환영", "생각이 일어나지만 단지 알아차려야 할 더 많은 대상으로서 간주, 더 추가되거나 거부되지 않는다"... 그리고 공감과 연민. 시작은 자신에 대한 연민. "자신에 대한 연민은 자신의 괴로움에 마음을 여는 수행에서 생겨남"(원광디지털대 김현국 교수님 수업 중)


나는 더 몰입할 대상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당연한 듯 매일 퇴근 후 요가원으로 향했다. 몸에 집중하면 마음이 움직이고, 마음이 평안해야 몸도 부드럽게 움직인다. 수련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도반들과 웃고 떠들고 땀 흘리면서. 스트레스로 눌렸던 마음, 잠식했던 나쁜 감정들과 잠시 떨어진다. 그냥 매일 꾸준히 요가하면서. 어렵게 생각했던 후굴 동작이 조금 수월해진다. 나는 세상을 거꾸로 보며, 가능성을 읽는다. 팔로만 지탱하는 핀차마유라도 서서히 시도 중. 다리가 벽에서 떨어지고 순간 자유를 느낀다. 계속 이렇게 꾸준히 수련하고, 나는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중심이 잡히고 균형을 잃지 않는다. 동요를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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