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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Mar 30. 2024

오롯이 혼자가 주는 평온-one step away

일상 공유(4)

다시 코로나에 걸렸다. 예전만큼의 충격은 아니지만. 입맛이 없어진다는 것은 사는 맛도 같이 없어지는 거라. 우얏든 좋은 점은 회사를 며칠 쉬게 된 것. 감염이 잘 된다는 건 변하지 않는 거니까. (검사를 받으며 내심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도 같다.)


회사도 못 가고 운동도 쉬고. 이렇게 오롯이 혼자서 집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건. 나름 괜찮다. 슬기로운 격리생활. 먹고 약 먹고 책 보다 티비 보다 먹고 약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나 집안 청소. 빨래. 욕조에 몸을 담그기도. 다시 책 보다 자고. 요가도 좀 했다가. 음악도 들었다가. 멍도 좀 때렸다가... 일상은 어찌 보면 좀 평온하고 깊어지는 듯도 하다.


물론. 아프다. 처음 걸렸을 때보다는 다행히 덜 아픈데(겨울 휴가 전에 백신을 맞아서 그런지). 목이 일단 아프고 두통도 있고 콧물도 흐른다. 그래도 이 정도면 견딜만하다. 약기운 덕이겠지만 많이 잔다. "입맛 없어도 잘 먹어야 한다"는 엄마의 말에 그냥 먹고 싶은 게 생각날 때마다 많이 먹는다. 과일 왕창 주문해서 이거 저거 조합해 갈아서 먹기도 하고. 어제는 비도 오고 그래서 야채 몽땅 전을 부쳐보기도 했다.


평온한 가운데 할 수 있는 것은 무수한 생각들인지라.

미래에 대한 걱정도 좀 해보고. 뭘 준비해야 하나 끄적여 보기도 하고. 답을 모르겠어서. 그저 나를 이끌어줄 운. 행운이라는 걸 소망이라도 해보다가. 그래 이 모든 게 감사한 기회야. 좋은 계기가 될 거야. 난 잘 살고 있다는. 각으로 마무리.


마침. 책 완독.


"나에게 필요한 것은 여기 다 있다. 인간의 완성은 그냥 인간인 채로 있는 것. 지금 그대로의 내가 바로 나의 목적지임을 기억하자"

(매트 헤이그 '불안의 밤에 고하는 말')


최근 다녀온. 이경준 사진전-one step away.

뉴욕이 그렇게 좋아하던 도시는 아닌데. 이렇게 나만의 공간과 시각을 가지고 물끄러미 들여다보면.  이렇게 아름답고 따뜻한 도시구나 했다. 천루의 규칙적인 직선은 아름다운 격자무늬가 되고. 석양이 입혀지면 따스함이 더해진다. 녹색 무성한 공원이란. 나도 볕 따뜻한 곳에서 드러눕고 싶다. 욕에 가고 싶다..

지금 나의 도시도. 한 발짝 떨어져서 봐야 하는 시점인 거 같다. 내 숨통이 트일 만한 공간. 즐거움을 되찾아보라고. 지금.의 시간을 관통하고 있는지도.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 것인지도. 감사한 마음으로. 쾌차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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