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지는 것 같지 않지만 조금은 나아지고 있으리라. 오늘도 부단하게!
나사 빠진 태엽인형처럼 겉보기에 본체는 그대로인데
속은 완전히 고장 나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스스로 나태와 타협한 결과여서 그런지 이제는 더 이상 내가 원망스럽지도, 가엽지도 않다.
현실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한쪽으로 치우치고, 쾌락만 좇는 삶은
그 순간은 무엇과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즐겁고, 뭐든 될 것 같은 희망찬 느낌이 든다.
하지만 눈을 가리고, 고개를 돌린 대가는 장기적이고, 무거운 감정으로 다가온다.
'세상은 나 빼고도 24시간 잘 돌아가는데 내가 다시 1인분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을까?'
걱정도 잠시 예정된 약속일정을 생각하며 마냥 놀고 싶고, 쉬고 싶은 마음이 불쑥 튀어나오면서
어쭙잖게 먹고 살 현실을 걱정하고 있는 폼이 제법 우습다.
진심으로 최선을 다한 삶을 살아본 적이 몇 번 있었는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되는 하루다.
하루에도 수천번, 수만 번, 혹은 그 이상 바뀌어가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나아지지 않은 나를 데리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가 성장과 변화를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존을 위해서? 도태되고 싶지 않아서? 태어난 김에 하고 싶은 일, 내게 주어진 사명 같은 일을 해내고 싶어서? 이전과 다른 삶을 살고 싶어서?
다양한 이유와 저마다의 사연이 있기에 오늘도 우리는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내야만 하는 하루일 수도 있고, 해보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에 견뎌내야 하는 하루일 수도 있으며, 기다렸던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의 보낼 수 있는 하루일 수도 있다.
한순간에 바뀌어지지 않는다고 낙담하지 말고, 흐름에 나를 던져보겠다 용기 낸 순간순간을 떠올리며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 그래도 무언가 시도해보려 했고, 최선으로 이끌어내려는 너의 노력이 멋있었다. 칭찬으로 나의 공허함을 채우는 하루를 쌓아보는 건 어떨까?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은 평온, 자유, 대화 이 3가지다.
1. 평온
아무리 돈이 많아도, 목표를 이루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중요한 것이 될 수 없다. 폐허가 된 마음과 연결된 몸은 구석구석 바이러스가 퍼져 어떠한 의욕과 행동도 멈춰버리기 때문이다. 건강한 마음과 몸이 필수 베이스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의 과정과 결과에서 여러 감정을 온전히 받아내고 느낄 수 있다. 내 의견과 타인의 의견의 조화를 이루며 행동으로 옮기고, 희로애락을 즐기며 사는 건강한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2. 자유
스스로가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자유를 쟁취해야 '살아있다'라는 느낌을 받으며 생의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자유는 아래와 같다.
- 나를 속박하는 것들의 자물쇠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
- 한 번 태어난 인생, 누려볼 수 있는 것들을 쉽게 포기하지 말고, 한 번씩은 누려보는 것을 선택하는 것
이전까지는 '사람은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 걸까?'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왕 태어난 거 어떤 삶으로 채워나갈까?'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기로 했다. 그리고 선택을 실천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3. 대화
아래 세 가지 날로 인해 대화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2022년 12월 31일,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연말모임
2023년 1월 1일, 4년 전 만난 외국인 친구와의 은평한옥마을 뷰를 보며 이야기했던 하루
2023년 1월 15일, 첫 미러볼 북클럽에서 나눈 조별대화
평온한 마음을 가지고, 참여한 자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 공통의 관심사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도파민이 나오는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일임을 알게 해 주었다. 한정된 사람들을 만나던 우물에서 벗어나 세상에 존재하는 선하고, 훌륭한 사람들과 만나게 된 것이다. 그 이후로 살아가는데 숨통이 트이고, 기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생겨났으며 새로운 나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싶은 꿈을 만날 수 있었다. 참고, 삭히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 서로의 의견을 표출하고, 서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삶이 행복한 삶인 것 같다.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한 발자국씩만 내딛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른이 되고, 내가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게 되면
그리고, 경제적 자유가 생기면
가족들이랑 여행을 다니고 그런 시간이 지금보다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막상 어른이 되고, 졸업을 하고, 직장을 다니며 스스로 돈을 벌게 됐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바쁘고, 일을 하고, 함께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기만 하더라.
'아 지금이 아니면 나중은 없구나.'
나중이 되면 할 수 있겠지. 지금 아니어도 여유가 생기면 하자.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나중은 없었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긴다고 해서 모두 모일 수 있는 시간은 나이가 먹을수록 줄어드는 거였다.
그래서 지금은 물질적인 소유보다
여유롭고, 건강한 마음을 가진 것이 더 값지고, 소중하다는 것을 오늘도 되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