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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잇 Oct 25. 2020

쉬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쉬기로 했다

코로나19로 회사가 직격탄을 맞아 몇 개월의 난데없는 휴직 시간이 주어졌다. 사실상 백수가 되며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회사 동기들은 바리스타 자격증, 조리 자격증 등을 따기 위해 학원을 다니거나 베이킹, 원목 공예, 꽃꽂이 등을 배운다고 했다. 나는 평소 와인에 관심이 많았기에 와인 소믈리에 양성과정에 등록했다. 일주일에 두 번 와인 이론 수업에 이어 테이스팅 실습이 이루어졌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재미도 있었고, 무엇보다 쉬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는 뿌듯함이 들었다. 


그런데 과정의 30% 정도가 지났을 때, 갑작스럽게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와인 수업은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안정을 취해야 하는 임신 초기인 데다가 코로나 19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아서 또다시 새로운 취미를 배울 엄두는 나지 않았다. 회사 동기들의 SNS에 올라오는 다양한 취미 생활 사진들을 보며 다들 나보다 알차게 사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났다. 심지어 열심히 회사를 다니고 있는 친구들도 퇴근 후 바쁜 시간을 쪼개 바디 프로필을 찍거나 디자인, 드로잉 등 관심분야를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을 너무 헛되이 보내는 건 아닐까?’


나의 하루 중 가장 생산적인 일과는 동네 산책 등 가벼운 운동과 책 읽기, 글쓰기 등이다. 표가 나지 않고 성과를 이루기 쉽지 않은 일들이니 ‘휴직 때 뭐했어?’라는 질문을 받으면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런데 남들과 비교하며 생긴 조바심은, 오히려 하루하루를 온전하게 채워나가는 것을 방해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을 고쳐먹어 보기로 했다. 지금 당장 무언가를 이뤄내지 않더라도, 글을 읽고 쓰고 생각을 하는 것 자체에서도 의미를 찾기로 했다. 지금까지 항상 열심히 달려왔으니 아기를 기다리며 여유로운 재충전 시간을 갖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과 비교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안 좋은 습관이 있었다. 쉬는 시간만큼은 압박감 없이 말 그대로 쉬자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나 자신과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의 페이스를 찾는 기회로 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고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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