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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잇 Nov 01. 2020

열다섯 살의 사춘기, 서른한 살의 예비엄마

조카가 커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요즘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산부인과 유리창 너머로 갓 태어난 조카가 잠자는 모습을 지켜봤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9개월 만에 많이 성장했다. 여기저기 잘도 기어 다니고 무언가를 잡고 일어나려고 시도한다. 책장 앞까지 기어가서 읽고 싶은 책을 툭 쳐서 고르면 바로 읽어 줘야 한다. 책장을 직접 넘기고 그림을 유심히 관찰하는 모습이 기특하다. 장난감 공을 바닥에 굴리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걸 보니 자아가 생겼고, 동물 책을 읽어주며 ‘음메' 소리를 내면 무서워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걸 보니 좋고 싫은 것이 생겼다. 아기가 신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건 정말 경이로운 일이다.


이를 지켜보며 나의 아이가 태어나면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해 보았다. 예쁘고 똑똑하고 친구가 많은 것도 물론 좋겠지만, 그보다도 내면이 탄탄하고 스스로와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  


생각이 깊은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매사에 애정과 호기심 어린 시선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밝은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감사를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친절한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하고 마음 쓸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물론 나도 아직 다 갖추지 못한 덕목들이라 아이를 그렇게 키워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바심 갖지 않기로 했다. 최근 중학교 2학년 때 썼던 일기장을 다시 읽어보다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는 완벽하지 않지만, 앞으로도 계속 과거의 실수들을 돌아보고 성장해 나가고자 한다. 그래서 15년 후 내 모습을 보았을 때 스스로 부끄럽지 않도록 하겠다.”


그로부터 15년이 넘게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나는 성장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예전에 생각했던 것과 달리 성인이 되어 직업을 갖고 결혼을 한다고 해서 저절로 어른이 되는 건 아니었다. 한 살의 조카가 스무 살이 되어도 성장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열다섯 살의 사춘기 나와 서른한 살의 예비 엄마인 나 모두 인생의 정답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또 고심하는 불완전한 존재다.    


나도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지금 이 자리까지 온 만큼, 내 아이에 대해 조바심을 갖지 않고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완벽하지 않은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는 것은 어린 시절뿐 아니라 평생의 과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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