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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잇 Oct 04. 2020

정든 집아, 10년 동안 지켜줘서 고마워

부모님이 10년 동안 살던 정든 집을 떠나 새 집으로 이사를 가시게 되었다. 작년에 결혼하기 전까지 가족들과 함께 쭉 살던 집이고, 갈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이기에 아쉬운 마음이 크다.


우리 가족이 2010년에 이 집에 처음 이사 온 이후,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가족에게도 그 사이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이 있었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었지만, 분명 행복하고 즐거운 10년이었다. 


처음엔 부모님과 나, 동생, 그리고 강아지 둘까지 총 여섯 식구가 함께였다. 이제는 부모님 두 분만이 집에 사시지만, 식구는 우리 자매 부부에 조카까지 일곱 명으로 늘어났다. 


부모님의 이사를 앞두고 이 집에서 쌓은 기억들을 하나하나 돌아봤다. 먼저 10년 전 당시 대학생이던 나와 고3이던 동생은 둘 다 대학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원하던 직장에 취직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리고 각자 남편 될 사람을 데려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올해 초엔 조카가 태어났고, 나도 내년 봄에 엄마가 될 예정이다.


물론 매 순간이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15년을 함께 했던 강아지 두 마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걸 지켜보며 이별의 고통을 겪었다. 처음 이사 오던 날 둘이 각 방을 구석구석 뛰어다니며 냄새를 맡더니 마치 파악을 완료했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꼬리 흔들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그로부터 6년이 흐른 뒤 가슴 아픈 이별을 해야만 했다. 집안 구석구석 묻어 있는 강아지들의 흔적에 아직도 마음이 아프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기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이처럼 우리 가족에게 이 집은 그저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니라, 따뜻한 기억으로 가득한 안식처이자 보금자리였다.  


이번 추석, 부모님의 이사를 이틀 앞두고 온 가족이 집에 모였다. 이 집에서 다 같이 모이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벌써 짐을 많이 옮겨 두어 집이 휑했다. 


“이 집이 마지막이라니 기분이 이상하네.”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차에 타며 남편에게 말했다.


“그러게. 집에다가 인사해야겠다. 고맙다고.”


“집에 인사를 해?”


되묻는 나에게 남편은 당연하다는 듯 말한다.


“그럼, 인사해야지~ 지금까지 지켜줘서 고맙다고. 행복했다고!”


마침 두고 온 물건이 생각 나 다시 엘리베이터를 탔다. 올라가며 다시금 실감이 났다. 이 버튼을 누르는 것도 마지막이구나, 하고 괜히 의미부여도 해 봤다. 


내 방에 들어가 한번 쭉 둘러보며 마음속으로 집에 인사를 건넸다. 


‘지난 10년 동안 무지 행복했어. 우리 가족에게 좋은 일도 정말 많이 일어났고, 매 순간이 소중했어. 고마워 집아!’


다른 가족이 이 집에서 또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나가겠지. 


비록 추억 많은 집을 떠나는 건 쉽지 않지만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설레기도 한다. 앞으로의 나날은 더욱 행복하고 충만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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