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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미 Aug 15. 2021

직장생활은 자유시간과의 전투

회사에 상담하러 갑니다 No. 11


God: 충성된 종아, 내가 너의 수고를 보았다. 그리하야  특별히 앞으로 10년의 삶을 선택할  있는 기회를 주노라.
너는 돈을 벌겠느냐, 시간을 벌겠느냐.
Me:....  중에 하나만요? 잠시만요.... 하나님.
이거 상이 맞긴 맞는 거죠?
생각  하고 올게요.






돈을 벌거나, 시간을 벌거나.

어릴 때 저는 직장생활이 능력을 팔아 돈을 버는 곳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어요.

직장생활은 내 시간을 팔아 돈을 버는 곳입니다.

세상살이는 공짜가 아니라서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가 필요합니다.

돈과 시간은 결과라는 상품에 기본값이 되는 재료이죠.



인생 메뉴

1. 돈 많아 + 시간 많아 = easy way to success (best chance now!)
2. 돈 적어 + 시간 많아 = 성실한 몸빵 (sale for youngsters!)  
3. 돈 많아 + 시간 적어 = 전략 ('만족하는 법' 등의 필수 지혜는 미리 갖고 오는 게 좋습니다.)
4. 돈 적어 + 시간 적어 = 비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잡으세요.)




지금 현재 1번을 살 수 있는 분들이 있다면 부럽습니다. 부럽지만 미워하진 않을 거예요. 대신 넉넉하게 쓰고도 남을 만큼의 재료는 주변에 나누어 주세요. 쉽게 온 성공은 항상 '이거 혹시 운은 아닐까?' 하는 나 자신에 대한 불안과 불만족을 남기는 법이거든요. 그런데 나눔에는 그런 불안과 불만족을 줄여주는 힘이 있더라고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그게 세상 법칙인 거 같아요.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나눔의 힘을 목격은 하지만, 왜 그런지는 깨닫지 못하는 부족한 인간입니다.



지금 현재 4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분들이 살아온 삶에 존경을 보냅니다.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면

인간이 그저 던져진 존재라는 피투의 철학에 이리도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얻을까요.

돈과 시간을 투자하여 무언가를 채우려고 살아온 인생의 후반 길.  

손에 쥔 자루를 살펴보니 돈도 시간도 거의 남지 않았을 때,

자루가 너무 가벼워서 헛웃음이 나올 때,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박경리 선생님의 유고시가 인생으로 이해될 때,

그게 어떤 경험인지 인생 후배인 저에게도 나눠 주세요.

자서전이던, 시 한 편이던, 편지 한 장이던, 노래 한 소절이던,

무엇이던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것으로 남겨주세요.    



아... 2번을 살아야 하는 나와 당신. 젊은 우리 직장인들. 일단은 좀 울까요.

인생 발달 주기 상 저는 2번에서 3번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가진 게 많지도 적지도 않지만 유지하기 위해 수고를 해야 하는데

몸빵을 지속하기엔 몸이 쌩쌩하지 않습니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선생님, 퇴근하고 집에 가면 잠을 자야 하잖아요?
근데 잠은 안 오고 계속 핸드폰만 해요.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니에요.
아이가 자고 나면 잠을 자야 하잖아요?
그래야 그다음   피곤한데,
계속 넷플릭스만 보는 거예요.
특별히 보고 싶은  있는 것도 아니에요.



하루 24시간 중 8시간을 숙면한다고 치면 나에게 남는 시간은 16시간입니다. 그중에 9시간의 근무시간을 빼면 직장인 나에게 남는 시간은 7시간입니다. 그중에 삼시세끼 밥을 차리고, 아이 목욕시키고, 책 읽어주고, 청소를 하는 시간을 빼면 엄마인 나에게는 3시간 남짓이 겨우 남습니다.



시간이 아쉬워서 그런 걸요.
나한테 남은 유일한 시간이 아쉽고 소중해서.
자고 일어나면 내일이 되니까.
그러면  출근하고 퇴근해야 하니까.
직장인 A ,
오늘도 시간 써서  버느라 수고했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하나님,   
그냥   주시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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