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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미 Sep 05. 2021

일 잘하는 태도

회사에 상담하러 갑니다. No. 13


예~전에 퇴사하신 어느 분과의 일화입니다.

나: 홍길동 님, 한번 제대로 인사도 못 나누었네요. 식사라도 할 걸 아쉽습니다.
길동님: 스케줄 보니 금주 수요일에 시간 나시네요. 혹시 그 시간 괜찮으세요?


회사 안에서 일 잘한다고 유명했던 분입니다.

지나가며 슬쩍 인사는 나누었지만 한 번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었어요.

제가 점심을 함께 하겠다는 의미로 인사를 건네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점심 약속을 하기까지 5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한 건 인사가 전부였고요, 스케줄 초대도 점심 장소를 정하는 것도 다 속전속결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때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찾는 사람은 다 이유가 있다는 걸 말이죠.


저는 상담만 하며 사는 사람이니

제가 어떤 기획자가 뛰어난지, HR에서 고효율이란 무엇을 뜻하는지, 물류는 어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지,

디자이너에게는 어떤 역량이 요구되는지 어찌 정확히 알겠습니까.

그런 거 잘 몰라요.

그래도 이거 하나만은 확실히 알겠습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태도가 달라요.  







1. 일 잘하는 사람은 몸을 사리지 않습니다.


상담할 때 우스개 반, 진담 반으로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힘 그렇게 아껴서 어따 쓰시게요?
 

몸을 사린다는 건 실질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자기가 가진 자원 쓰기를 주저하는 태도를 말해요.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원이란 아이디어, 시간, 동기, 열정, 감정 등입니다. 안 그래도 피곤한 직장생활, 누군가의 동기 수준까지 끌어올리면서 합을 맞추어야 한다면 얼마나 더 피곤할까요. 정말 놀라운 사실은 자기를 주는 태도는 그 사람이 실제로 바쁜지 여유로운지와 아무 상관이 없더라고요. 그냥 태도이고 습관입니다. 누구나 나에게 한 발자국 다가오는 사람을 원하는 법입니다.    





2. 조직에서 필요한 태도는 자율성이 아니라 주도성입니다.


에릭슨의 발달단계에서 자율성은 인간이 태어나서 달성해야 하는 두 번째 과업입니다. (첫 번째는 세상과 타인을 신뢰하기!입니다). 자율성(autonomy)이란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내가 하는 것!'입니다.

이제 막 걷고 말하기 시작한 유아는 뭐든 자기가 하려고 하죠. 신발도 자기가 신고 싶어 하고, 옷도 자기가 벗고, 잡아주면 뿌리치고 혼자 걸어가려고 하다가~ 내가 할 거야~ 꽈당~


주도성은 인간이 태어나서 세 번째로 달성해야 하는 과업입니다.

자율성과 주도성을 혼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둘은 다릅니다. 주도성(initiative)은 '내가 시작하는 것!'이에요. 놀이시간에 레고를 만들고 싶으면 레고가 있는 데로 가야죠. 피아노가 치고 싶으면 피아노 뚜껑을 열어야죠. 피아노를 치다가 책이 읽고 싶으면 피아노 뚜껑을 닫고, 책 표지를 열어야죠. 이 행동을 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주도성입니다. 선택과 의지의 힘이 반영되므로 자율성 획득 이후에 발달하는 인생 과업입니다.


조직에서 일을 할 때 필요한 태도는 자율성을 넘어선 주도성입니다. 

일을 할 시간과 휴식할 시간을 스스로 선택하는 힘.

결과의 리스크를 감당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시도하는 힘.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지속할지, 마무리하고 새 일을 벌일지를 결정하는 힘.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 대화를 시작하는 힘.


다행인 건 주도성은 누군가에게만 생득적으로 주어진 특질이 아니라는 거예요. 성숙을 향해 자라는 과정에서 누구나 힘을 내서 획득해야 하는 인생의 숙제죠. 어릴 때 못한 숙제가 있으면 어른 돼서 해도 늦지 않습니다.



힘내서 시도해보는 한번 한 번이 모이면 일 잘하는 태도가 됩니다.
 사내 상담실은 이런 걸 함께 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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