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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미 Sep 13. 2021

축구로 R&R하기_12번째 수비수

회사에 상담하러 갑니다 No. 14

"회사에는 공격수도 있고, 수비수도 있어요."


입사한 지 얼마되지 않아 어떤 분이 제게 했던 말입니다. 

"그럼 저는 12번 째 수비수겠네요" 라고 가볍게 맞장구를 쳤었죠. 잊고 있던 말인데 최근 우리집 꼬마가 축구를 볼 때마다 당시 축구팀에 비유했던 R&R 포지션이 생각납니다. 오백프로 타의에 의해서요. 




사내 상담자는 어떤 포지션일까?


이걸 생각하기 위해 아이에게 특별 과외를 받았습니다. 아이는 손흥민 선수의 열혈 팬이에요. 

자기 전에 손흥민 선수의 위인만화를 읽고, 영어를 위닝(온라인 축구게임)으로 배우고 있어요. 여느 부모처럼 저도 초등학생 교육을 위해 <행동주의>를 사용합니다. 행동주의의 핵심은 강화와 소거입니다. 교육앱을 깔아서 잘 하면 강화물로 포인트를 주고, 고릴라 행동을 하면 포인트를 차감해요. 매일 모으는 포인트가 100점이 되면 <쇼핑 찬스>를 쓸 수 있게 해주는데 아이의 선택은 언제나 축구복, 축구땀밴드, 축구양말, 축구화입니다. 


어쨌건, 의도는 그냥 저의 R&R을 찾는 거였는데 신난 아이 덕분에 축구의 모든 포지션을 공부하게 됬습니다.

아이에게 포지션에 대해 특별 과외를 받았다.



"봐봐, 일단 축구는 백과 포워드가 있어" (ㅎㅎㅎ 너 그거 무슨 뜻인지는 알아?)  




과외 1) 공격수는 달리기를 잘 해야 한다. 

 

"공격수는 센터 포워드랑 윙 포워드가 있어. 공격수는 달리기를 잘 해야해. 키가 커도 되고 안 커도 돼." 


달리기를 잘 해야 한다. 달리기를 잘 해야 한다. 빨라야 한다는 뜻이겠죠? 

돌파력도 있고, 빨라야 하며,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직진본능도 있어야 하는 공격수라. 

회사에서 공격수의 역할이란 고객에게 닿아 이윤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잠재 고객을 찾는다. 

고객과의 연결고리를 만든다. 

고객에게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무형&유형)을 전한다. 

고객의 피드백을 상품에 반영한다.

고객이 유실되지 않게 관리한다.  


이에 해당하는 직종은 각종 마케터, 영업, 물류, CS가 아닐까 싶습니다.   



과외 2) 미드필더는 체력이 좋아야 한다. 


"미드필더는 무엇보다 체력이 좋아야해. 패스를 잘 해야하고 전략도 잘 짜야 해."

"체력이 좋아야 한다는 게 뭐야? 어차피 다 똑같이 뛰잖아" 

"아니야, 미드필더가 제일 많이 뛰어."


아....뛰는 양이 많구나. 전략없이 뛰면 죽어나겠네. 그래서 전략, 전략 하는구나. 

회사에서 미드필더의 역할이란 전체가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돌리는 것입니다.   

의사결정라인을 정비한다. 

리소스를 할당하고, 분배한다. 

브랜드 포지셔닝을 정하고 기획한다.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무형&유형)을 만든다. 

장, 단기 목표를 세운다.


이에 해당하는 직종은 HR, 각종 기획, 각종 제작, 각종 생산, 각종 디자인, 각종 브랜딩이 아닐까요. 



과외 3) 수비수는 태클을 잘 해야 한다. (단, 반칙 조심) 


"센터백이 잘 해야 안져. 태클하고 몸싸움을 잘 해야해. 근데 반칙 많이 하면 퇴장 당하니까 조심해." 


축구 초보자인 저도 센터백의 중요성과 반 다이크 선수는 압니다. 

사실 우리집 꼬마가 가장 좋아하는 포지션은 수비입니다. 태클하는 순간 넘어지는 포즈가 멋있나봐요. 

방어를 하기 위한 전술이 태클이라는 적극적인 공격기술이라니, 아이러니하네요.   

'적극적인 공격으로 방어를 한다.' 

회사에서 수비수의 역할이란 인프라를 관리하고 회사의 안녕감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리소스(인적/물적)를 관리한다. 

가용 가능한 자본의 양을 늘린다.  

타 기관과의 문제를 해결한다.   


이에 해당하는 직종은 회계, 재무, 법무, 홍보, 교육일 것입니다. 

 


과외 4) 골키퍼는 전체 방향을 결정한다. 


"골키퍼는 키가 크고 점프를 잘해야 해. 골킥할 때 왼 쪽으로 찰 지, 오른 쪽으로 찰 지 결정해."   


골 라인 안에 머물러 전체를 조망하고, 시작의 방향성을 정하고, 상대의 공격을 최종으로 막아내는 골키퍼는, 굳이 비유하자면 CEO네요. 한 조직의 최종 수비수는 최고 책임자의 역할입니다.   



아직 사내 상담자의 R&R이 남았습니다. 

역할로 따지면 상담자는 수비수죠. 수비수 중에서도 잘 안보이는 12번째 수비수.

그러나 구단에 플레이어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이렇게 찾아보니 사내 상담자는 구단 소속이지만 그라운드 밖에서 일하는 의료팀에 가깝습니다. 

부상선수 생기면 들것들고 신속하게 투입해서 응급조치하고, 평소 선수들의 컨디션을 관리하고, 부상을 예방하고, 개별 선수 챠트도 만들고, 자신감 떨어지면 사기도 돋구고, 부상 심하면 연계 시설에 의뢰도 하고요.

벤치에서도 할 일이 참 많네요. 




다양한 자리를 채우는 사람들이 모여 한 팀을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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