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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미 Sep 19. 2021

자본과 사람이 모인다는 건  경이로운 거야

회사에 상담하러 갑니다 No. 15

일터 영성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뜻을 찾아볼까요.


일터 영성(workplace spirituality)은 업무 상황에서 개인이 인생의 준칙으로 삼은 가치와 의미를 실현하며 일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영성은 궁극적이고 초월적 실재에 대한 종교적 영성이 아니라, 조직 내 업무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개인, 집단, 조직이 준칙으로 삼은 가치와 의미를 업무와 연계하고 연합하여 가치를 형성하는 의도와 행동까지도 포함한다.   (위키백과, 검색어 일터 영성)




일터란 사람과 자본이 모이는 곳


일터란 단순히 사람이 모인 곳 이상입니다. 일터란 '일을 제공하는 사람(노동자)'과 그들이 일을 해서 만들어내고 또 그 대가로 받아가는 '자본'이 있어야 합니다. 회사는 수많은 일터 중 하나의 예시죠. 이윤을 창출하자는 목적으로 모인 곳에, 그러니까 돈을 벌기 위해 모인 사람들 속에 영성이 싹틀 수 있을까요?


그럼요.

그 어느 곳에서보다 진하게요.


아들은 자기가 아는 유일한 온라인 쇼핑업체 <쿠 O> 장바구니에 사고 싶은 물품을 잔뜩 집어넣습니다. 그리고 엄마 월급날을 기다립니다. 잠자기 전 하루마다 그날 잘한 일에 대한 대가로 포인트를 주는데 100포인트를 모으면 <쿠 O찬스>를 쓸 수 있거든요. 기대하며 모아놓은 품목 중에 하나를 골라서 월급 다음날 온라인 쇼핑을 합니다. 마치 옛날 드라마 속 거나하게 취한 아버지가 월급날 밤마다,


"아빠가 치킨 사 왔다"


하던 것처럼요. 제 월급으로 인해 아들은 기쁘고, 새 축구화를 신고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아이가 축구를 하니 학교 축구선생님은 또 월급을 받고, 그 집에 필요한 지출을 하고, 그 지출이 지역 경제에 기여를 하고...... 내가 번 돈은 내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세상을 돌아다니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한 사람에게서 나가는 돈의 영향력도 이러할진대, 서비스를 창출하고 자본을 생성하는 일터의 영향력이란 말할 것도 없죠.


천만 포인트를 모으는데 몇 년이 걸릴까요.



 


영성이 왜 산속에 있겠어


"우아하게 살고 싶어"

아이를 낳은 후부터 입버릇으로 배인  말입니다. 생선을 손으로 발라 아이 밥 위에 얹으며 나지막이 하는 말입니다. 밥을 먹다가 화장실로 불려 가야 할 때, 백화점에 갈 때도 백팩을 메고 나가야 할 때, 불안해서 커피를 원샷해야 할 때, 우아하지 않은 내 모습을 마치 또 하나의 내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를 지켜보는 그녀는 우아하게 단장한 30대 여성으로 나타나기도, 내면의 우아함을 갖춘 50대의 여성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가끔 속세를 떠나는 꿈을 꿉니다. 저~~~ 기 스코틀랜드 어디 시골에 있다는 수도원에 가서 '수도는 하지 않고' 숨어있다 왔으면.... 딱 일주일 무단결근에 딱 삼일 가출이면 딱인데 말이죠.  


안타까운 사실은요,

외면으로 던 내면으로 던 우아함을 찾을 수 없는 40대의 워킹맘 저의 영성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이에게 찢어주는 생선 안에

급하게 뛰쳐나가서 화장을 하는 출근길에

해도 해도 줄지 않는 일 속에 있다는 거죠.

내게 주어진 가정 안에서, 내게 주어진 일터 안에서 만들어내는 가치가 곧 나를 증명합니다.


여러분과 저는 외면의 우아함을 내면의 우아함으로 바꾸는 과정 속에 있습니다.

환상으로의 도피는 알면서 꾸는 꿈이죠.

도피는 일상의 영성을 유지하기 위한 초콜릿이겠네요.




가치를 형성하다 


처음 인용한 일터 영성 정의에 따르면, 영성은 가치를 형성하기 위한 의도와 행동 양자를 모두 포함합니다.

어느 조직의 비전이 만약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고자 합니다.

  

라고 한다면, 이들이 형성하고자 하는 가치는 아름다움입니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과가 그에 미치지 못했다 하더라도 '아름다움'이라는 무형의 가치에 쏟은 의도와 행동은 '노력'이라는 또 다른 무형의 에너지로 변경돼서 세상에 닿습니다.


세상을 가꾸기 위해 필요한 힘은 결국은 가치에 닿고자 하는 노력 에너지들의 총합이겠죠.

일터란 이러한 에너지들이 가장 집약적으로 모이는 곳입니다. 




자본과 사람이 모였다는 건,
가치 형성의 필수조건을 갖춘 것이니
이미 반은 이룬 셈이지.
그 자체만으로 경이로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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