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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미 Aug 02. 2021

소문이 무성해도 만나면 멀쩡해요

회사에 상담하러 갑니다 No. 10


어디에나 소문이 무성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니, 소문이 무성한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 사는 어디에나 소문이 있는 거겠죠.

이제부터 다른 사람 얘기는 금지! 금령이 주어진다면 인류는 화병으로 멸망할 것입니다.

문화적 번영도 멈출 것입니다.

소설, 영화는 당연히 all stop입니다. 아무리 우아한 문화라  지라도 서사의 근본은 가십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까요.


상담자도 사람인지라

사람보다 소문을 먼저 접하면 선입견의 영향을 받습니다.

마주 보고 앉아있는 사람보다, 내 안에 떠오르는 그에 대한 이미지를 먼저 만나는 거죠.

주관적 인식능력에 의존하는 인간이 선지식과 선입견의 문제를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내가 만나는 사람이 실제가 아니라 사실은 내가 만든 이미지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선지식이 들어오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는 호/불호의 점 하나가 찍히니

무성한 소문은 흘려보내려 노력합니다.

  



선지식이 개입할수록 그림 퀄리티가 떨어진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닥치는 대로 그립니다. 저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자주 같이 그립니다. 그럼 실력은 비슷한데 이상하게도 아이의 결과물이 제 그림보다 좋아요. 감각이 다른가보다 했는데, 어느 날 아이가 창틀 앞의 화초를 그리는 것을 보고 그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8세 아동은 보이는 그대로만 그립니다


아이는 보이는 그대로 그립니다.


잎이 일곱 개면 일곱 개를 그립니다. 많다고 생략하는 법도 적다고 보태는 법도 없어요.

화분이 작으면 작게 그립니다. 화분갈이가 늦어져서 화분과 화초의 비율이 맞지 않아도요.

공이 있으면 공을 그립니다. 연고 없는 공일지라도 거기 있었으면 화폭에 담기는 거예요.

흰색은 색칠하지 않아요. 종이가 이미 흰색이거든요.


아이가 현상학자구나. 후설이 보면 기절하겠는데?

판단 중지. 괄호 치기. 환원.

이런 어려운 말 하나도 몰라도

그래야 하는 것도 없고, 그럴 리 없는 것도 없고, 들은 바와 다른 것도 없고, 믿기지 않는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를 봅니다.




인간은 모두 입체이다.

소문이 무성한 사람도 만나면 멀쩡해요.

역도 성립합니다. 겉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사람도 알면 알수록 이상해요.  

상담실이니까 그럴 거라고요? 멀쩡한 모습만을 보일 테니까요?

에이~ 아니고요,

사람은 모두 입체라서 그럴 거예요.

우리는 모두 입체적 인물이라 

특별히 이상한 구석이 있으면 특별히 멀쩡한 구석도 있고

특별히 좋은 성품이 있으면 특별히 구린 성품도 있는데

소문은 너무 빨라서

있는 그대로의 입체적 인간을 보여주지 못하는 거죠.



소문이 무성한 사람들은

대개는 상담을 (자발적으로) 찾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나게 된다면요,

 


처음 만나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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