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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미 Jul 25. 2021

퇴사할 때의 마음가짐  

회사에 상담하러 갑니다 No. 9

사내 상담자는 입사자와 퇴사자를 많이 만납니다.



모든 회사는 자기들만의 고유한 문화가 있고, 그 문화에 갓 들어온 사람은 적응을 해야 하죠. 적응 속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는 적응이랄 것도 없이 녹아들어 가고, 누군가는 도움이 필요합니다. 사내 상담자는 회사 문화의 안과 밖 중간 어딘가 언저리에 있는 사람입니다. 객관성을 유지하며 돕기에 좋은 위치죠.


입사자만큼이나 퇴사를 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이 만납니다.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떠나는 사람이 있고 떠나는 사람이 있으면 들어오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죠.

이익집단인 회사는 다른 공동체보다 이동의 빈도가 잦은 것 같습니다.


최근 직장인을 소재로 하는 글이 많아지면서 퇴사에 대한 담론도 활발해졌습니다.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매체가 많아졌고, 표현 자체가 솔직해졌고, self-employed 산업의 진입이 쉬워졌고, 한 자리에 머무는 가치가 하락된 게 몇 가지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퇴사에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생각해볼까요?

직장인들의 흔한 퇴사를 대강 세 가지 부류로 나누어보자면요.


1. 다른 회사로 이직  

이직을 결심했다면 직장인 A 씨는 보다 나은 환경을 찾아가는 거겠죠. 연봉이던, 직급이던, 워라밸이던, 문화이던, 인지도이던, 사람들과의 관계이던 말이죠. 그게 무엇이던 이직을 결정할 때 결정적인 요인으로 여겼던 바로 그 요소는 직장인 A 씨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부합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변화를 만들 때는 자기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가 반영되어야만 합니다!!)  내가 인생에서 뭣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잘 모르겠다고요? 이직할 때의 자기를 잘 관찰해보세요. 돈인지, 인정인지, 즐거움인지, 자유인지, 소속감인지, 도전의식인지.... 그게 무엇이든 간에 자기의 욕구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우선순위를 매겨보세요. 돈도 많이 받고 휴식도 많이 취해야겠다고요?(꼭 그런 자리를 구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자리는 흔치 않으니까 욕심쟁이가 되진 마시고요, 가치에 우선순위를 매기시는 게 좋습니다. 내가 원하는 가치를 향해 가신다면 누구라도 직장인 A 씨를 응원할 것입니다.  


다만, 인간관계를 피하기 위한 이직이라면 이건 고려를 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만드는 인간관계에는 주로 고정된 패턴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 힘든 인간관계는 다른 곳에 가서도 되풀이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의 실수를 기억해서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과는 다르게 행동할 거라고요? 그렇다면... 일단은 상담을 추천합니다. 피하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지만, 그 인간과의 문제가 무엇인지 관찰하고 수습해보는 건 문제가 있는 지금밖에는 할 수 없으니까요.



2. 직종 변환, 프리랜서로 전환 또는 창업   

직종 자체를 바꾸거나 프리랜서를 전환하기로 했다면 직장인 A 씨는 인생의 변환점 앞에 서 있는 것이겠죠? 많은 생각을 했겠어요. 두렵고 불안한 마음 한 구석,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 한 구석, 양 구석의 마음이 매번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겠어요.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 배치해 둔 채 앞날을 준비하시기를 추천합니다. 안 그래도 마음 복잡한데 아무나 만나고 나서 열 받는다, 힘 빠진다 그러지 마시고요, 내게 필요한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들을 골라서 만나세요. 그 선택은 내 몫입니다.

충분한 용기를 얻으셨으면 그다음에는 비슷한 선택을 한 인생 선배들을 꼭 만나보세요. 잘 된 사람, 현재 고전하고 있는 사람, 창업한 사람, 학생이 된 사람, 그런 사람을 배우자로 둔 사람도요. 만나서 어떤 배움을 얻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인생의 콘텐츠는 각각이니 남이 잘 됐다고 내가 잘 될 것도 아니고, 남이 실패했으니 내가 안 될 것도 아니지만요... 인생 중반에 큰 변화를 준 사람과의 만남 그 자체가 어떤 통찰을 줄 것입니다.


다만, 배우자와 자녀가 있다면요.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혼자 결정하지 마시고 함께 의견을 모으시기 바랍니다. 새로운 도전에는 안 그래도 힘이 필요한데 가족과 갈등을 해야 한다면 힘이 많이 빠질 거예요. 조금 늦어져도 배우자의 응원을 받으며 시작하는 게 보다 빠를 것입니다.     



3. 소진 후 휴식을 위한 퇴사  

더 이상은 일을 할 수 없어 휴식을 위한 퇴사를 선택하셨다면 일단은 "수고 정말 많으셨습니다".

몸이 아프시다면 몸을 쉬게 해 주시고요, 마음이 아프시다면 마음을 쉬게 해 주세요.


"직장인 A 씨는 어떤 게 쉬는 거죠?"

저는 깨끗하게 치워놓은 집에서 책 읽을 때

천천히 차를 우릴 때

목욕 후 아들과 살을 비빌 때

약간 짬나는 시간에 피아노 연습할 때 마음이 평온해지며 쉬는 것 같습니다.

직장인 A 씨에게 쉼이 무엇이든, 그걸 하세요. 한동안 쉬다 보면 그다음 스텝은 알아서 떠오를 거예요.


다만, 일을 할 때 자기를 몽땅 태워버리는 습관이 있다면 그 습관을 점검할 필요는 있습니다. 소진을 불러오는 태도거든요. 직장인의 소진은 주로 완벽주의와 관련이 있어요. 완벽주의는 완벽을 이상화하기 때문에 완벽해질 수 없는 마음의 독입니다. 일단은 쉬시고요. 쉬면서 기력이 올라온다 하면 다음 스텝으로 가기 전에 완벽주의를 꼭 다루시길요.      

     

 



퇴사도 이별의 한 종류로 본다면 모든 이별은 상실을 불러옵니다.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 모두에게요.

떠나는 개인과 남는 공동체 모두에게요.


퇴사 과정에도 애도의 작업이 필요합니다.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 모두에게요.

떠나는 개인과 남는 공동체 모두에게요.


좋은 이별과 나쁜 이별은 내가 헤어진 상대의 좋고 나쁨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에요.

좋은 이별이란 애도가 잘 되어서 과거의 시간이 의미로 남는 이별을 뜻하고요.

나쁜 이별이란 과거의 시간이 진행형의 상처로 남아 미래를 막고 있는 이별을 뜻합니다. 


좋은 이별을 하기 위한 간단한 팁은요,

내가 지낸 시간에 제목을 붙여보세요.

그 시간 동안 무엇을 잃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를 적어보세요.

잃은 자신에게는 위로를, 배운 자신에게는 칭찬을 해 주세요.

아시죠? 이런 종류의 마음 작업은 혼자 하는 것보다 하고 나서 누군가에게 나누는 게 효과 백배입니다.


당신의 선택을 응원합니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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