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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미 Jul 11. 2021

우리는 학교에서 무엇을 배운 걸까?

회사에 상담하러 갑니다. No. 7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

"그땐 어떤 마음이 들던가요?"

"...... 마음이 어떤지 모르겠어요. 어려워요.... 한 번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학생생활 상담소에서 대학생들과 상담할 때도 그랬고,

사설 상담센터에서 상담할 때도 그랬지만,

회사에서 상담을 하며 매일 놀라는 사실이 있습니다.

고학력에, 영어도 잘하고, 스펙도 좋고, 어려운 용어를 줄줄 외는 사람들이 자기 마음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자주 일반 강의를 다녔습니다.

상담 전공자가 사람들을 만나서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가?' '청소년 자녀와는 어떻게 소통을 해야 하는가' '우울할 땐 어떻게 하지' '분노를 어떻게 조절하나' '아이들 성교육은?' 등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신나는 일입니다. 신나는데 돈도 주니 부르시는 곳은 마다하지 않고 다녔더랬죠.

한 번은 어느 교회에서 <감정: 자세한 주제는 기억 안 남>에 대해 3주간 강의를 했었습니다. 재밌고 편안한 분위기가 좋았는지 그다음 해에도 요청이 왔죠. 욕심이 나더군요. 약간 어려운 개념을 섞었습니다. 한창 실존철학에 꽂혀있을 때였습니다. 강의 계획서를 보내고 으쓱하고 있는데 해당 교회 담임목사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황 선생님, 어려운 거 하려고 하지 마세요. 마음에 대한 내용은 조금만 어려워도 어려워요."


민망도 하고, 감사도 하고, 띵~하는 깨우침도 얻었습니다.

아차... 그렇지.





마음을 아는 게 왜 어려울까요?

 


1. 마음은 보이지 않거든요. 보이지 않는 걸 알기란 원래 어려운 거죠.


2. 내면을 탐색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거든요. 구구단은 외웠어도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는 외우거나 시험 본 적이 없어요.  


마음이 곧 감정은 아닙니다. 다만 자기 마음에 닿기에 가장 쉬운 경로가 감정입니다. 감정을 잡아낼 수 있는 단어가 풍부할수록 마음을 쉽게 표현할 수 있어요. 그래서 감정이 중요한 건데, 정말 많은 분들 심지어 어린 세대까지도 감정에 대한 빈곤한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외국의 학교에서 흔하디 흔하게 볼 수 있는 <감정단어 차트>입니다. 감정에 정답이 어디 있냐고요? 그건 심화과정에 들어갔을 때의 이야기고요, 일단은 자기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기본 단어는 가지고 있어야 내면에 대한 대화가 가능합니다. 


감정단어를 외우고 익히는 건 공감능력의 기본이기도 합니다. 친구가 '나 오늘 슬프다'라고 하면 일단은 모두가 동의하는 '슬픔'을 떠올려야 친구와 같은 마음을 갖고 위로할 수 있죠. 친구는 슬프다고 하는데 나 혼자 '섭섭하다'로 알아들으면 곤란합니다. 실제로 가해자 역할을 취하는 사람들은요, 다수가 동의하는 방식으로 감정을 알아듣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교정 훈련을 할 때는 아래 차트와 같은 자료를 통해 감정단어부터 가르치죠.    


 

외국의 유치원이나 학교마다 걸려있는 흔한 감정단어 포스터.


만약 학교를 다시 다닐 수 있다면, 저는 이런 것들을 배우고 싶습니다.

 

불안할 때 할 수 있는 심호흡 법

화가 나면 할 수 있는 몇 가지 대안

단호하지만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하는 법

나쁜 꿈을 꾸었을 때의 대처법

첫 생리 후의 대처법

나의 핵심감정을 상징할 수 있는 이미지

싸인을 멋있게 하는 법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구분하는 법

두 마음이 부딪힐 때 어떤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것인가?


학교를 다시 다닐 수는 없고,

포부를 크게 갖자 한다면 학교를 세우고는 싶네요. 이런 마음에 인생학교/대안학교들 세우는 것이겠죠?



직장인 동료님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학교에서 안 가르쳐준 게 한 두 가지도 아닌데, 학교에서 못 배웠다고 자기 마음 모르면 쓰나요?

내가 기본기부터 부족하다 싶으시면 빨리 인정하시고 감정카드를 사세요.

그리고 오늘의 마음을 찾아보세요.

저는 허리가 아픈데도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는 제 자신이 기가 막혔고요, 일요일에 안 하면 한 주동안 청소 못하니 그런 워킹맘 신세가 처량했고요, 열대우림에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짜증스러웠답니다. 놀아 달라고 보채는 아이가 귀찮기도 하지만 엄마가 얼마나 좋기에... 하며 애틋했어요. 그런데 정말 오랜만에 친정어머니가 오셨답니다... 구세주 오신 듯 얼마나 반가운지요.    


여러분은 오늘 하루 어떤 마음으로 지내셨나요?

      

상담쌤이 즐겨쓰는 흔한 감정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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