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상담하러 갑니다 No.6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일은
무엇을 이루거나 적절한 대가를 받기 위하여 어떤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는 활동. 또는 그 활동의 대상
라고 정의됩니다. 사전적 정의에서는 일을 활동, 노동, labor로 보고 있네요.
지하철 출구로 나와 떠밀리듯 걸어가는 사람들은
무엇을 이루기 위해 일터로 가는 것일까요?
그들은 노동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받고 있을까요?
고정된 장소를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은 8시간이라는 노동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쓸 것입니다.
여기에서 사랑이란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에 대한 상징적인 표현입니다.
이와 달리 일이란 한 사람이 개인적 삶을 통해 생산해내는 산물을 뜻하죠. 가령 인생의 목적이나 가치 창출, 발전, 발견 같은 것들이요. 그러므로 정신분석의 맥락에서 '일'이란 단순한 노동 이상입니다.
'노동으로서의 일'이 하루치, 이틀 치, 사흘 치..... 꾸준히 쌓이면, 일은 어느새 인생의 목적, 가치, 발전, 발견으로 변형되어 각 사람에게 맞게 재정의됩니다.
labor에 힘과 방향이 붙어 work가 되나 봅니다.
일을 하는 사람은 단지 하루하루의 노동을 견디었다고 말하겠죠.
매일의 노동은 원죄의 대가로 인류가 치르게 된 저주잖아요. 견디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일을 하는 사람은 자기가 견딘 시간이 자기도 모르는 새 심오한 목적과 가치를 창출했다는 건 모를 거예요.
처음에는 자기가 일을 만들었지만, 나중에는 일이 자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도 모를 거고요.
회사에 100명이 있으면 100명 중에 학대를 받고 자란 사람은 몇 명일 것 같으세요? 이혼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요? 폭력과 중독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요? 아예 부모가 없었던 사람은요? 차라리 없는 편이 훨씬 나을지도 모를 것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은요? 가난해서 학비를 못 내고 살았던 사람은요? 사랑하지만 미워하면서 살아야 하는 사람은요? 미워하지만 책임지면서 살아야 하는 사람은요?
자신을 완전히 파괴할 것 같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매일 일터에 나가 자기 인생을 새롭게 씁니다.
일을 하면서요.
그가 견뎌야 하는 건 매일의 노동인데,
매일의 노동이 쌓여서 인생을 새롭게 이끌어갈 일이 만들어져요.
저는 매일 기적을 봅니다.
일터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