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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미 Jul 18. 2021

마음이 편해야 일 잘하는 게 맞아

회사에 상담하러 갑니다 No. 8


회사는 무엇 때문에 직원들에게 상담을 지원할까요?


기업 상담실의 운영 모형은 크게 상담실이 내부에 있는 내부 모델과 외부에 있는 EAP 상담업체를 활용하는 외모형으로 나뉩니다. 저는 다른 직원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출퇴근을 하는 내부 모델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대기업 중에서도 규모가 꽤 큰 기업만 내부 모델을 활용했다면 요즘은 중소기업도 회사 안에 상담실을 마련하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사실 내부이던 외부이던 특정 외국계 기업과 대기업만 활용했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일터 문화도 그만큼 세련되졌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회사는 무엇 때문에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직원들에게  상담을 지원하는 걸까요?

심플하게 딱 두 가지만 뽑자면, +요인과 -요인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1. 인적자원을 돌보아 개인과 조직에 긍정 기운을 더한다.  

2. 혹시 모를 리스크를 줄인다.


이 중에서 오늘은 제목에 맞게 1번 플러스 요인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상담실을 들어올 때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과 이유를 들고 옵니다.

상담을 오게 한 바로 그 이유를 '호소문제'라고 하죠. 많은 분들이 상담자들이 하는 일이 내담자가 하는 말을 듣고 위로와 공감을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는데 그건 아주 중요한 기초인 거고요. 저희 업을 전문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내담자의 호소문제를 놓고 호소문제가 달성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여기에서 상담자들 간의 실력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더 많은 상담비용을 지불하고 경력이 많은 상담자를 찾아가는 이유도 자기가 원하는 그 목표를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다루어주기 때문이죠.


회사 상담실을 방문할 때도 사람들은 자기의 호소문제를 들고 옵니다.

직장인 황선미로 오는 게 아니라, 인간 황선미로 오느라 그들은 자기 자신, 배우자, 자녀, 친구, 동료와의 사적인 관계를 데리고 오죠. 회사 상담실에 온다고 해서 '일 잘하고 싶어요. 일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고 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사람들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온 내가 이제는 편해지고 싶다는 바람, 더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데 일과 병행하기가 힘들다는 바람, 완벽하지 않으면 불안한 나를 내려놓고 싶은 바람,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살았는데 이젠 알고 살고 싶은 바람... 백 명이 있다면 백 명 모두가 다른 아주 사적인 바람을 이루고자 상담실에 옵니다. 상담자와 내담자는 마주 앉아, 각자 다른 바람 속에서 상담 목표를 만들고 정한 시간 동안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면의 작업을 해 나갑니다.


전문가와 자기를 알고자 하는 진지한 동기로 가득 찬 사람이 마주 앉아 노력과 시간을 들입니다.

호소했던 그 문제가 해결되고, 이루고자 했던 상담 목표에 조금씩 다가갑니다.

그 결과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고,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자유와 평안을 누립니다.

외부 상담실이라면 여기서 기뻐하며 상담계약을 종결하고 끝내면 됩니다.



그런데,

기업 상담실은요 그 비용을 기업이 냈단 말이죠.

인적자원을 돌보아 (<--- 여기까지 클리어)까지 상담자로서의 임무를 완수했으나 과연 이게

개인의 생산력과 조직 문화까지 연장될 수 있을 것인가?

이걸 증명해내는 게 직장인 황선미로서의 숙제입니다.





마음이 힘들면 머리가 나빠집니다!

이건 미성년 학생들 지능검사를 포함한 심리보고서를 많~이(정말 많~이~) 쓰고 살면서 뼈저리게 깨달은 사실입니다. 실제 인지적 기능(아이큐요...)에 문제가 없는데 불안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져요. CPU는 괜찮은데 불안하고 우울해서 인출이 안 되는 거예요. 자, 불안한 아이와 함께 내면의 작업을 해서 불안 수준을 줄여 나갑니다. 우울한 사고 구조를 유연하게 바꾸는 연습을 합니다. 그럼 이제 성적이 올라가나요?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밭에 있는 돌멩이는 골라내었습니다. 이제 좀 살만해진 아이가, 이제야 평평해진 땅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이제 부모와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young and smart 직장인들은요, 확실히 평평한 땅을 잘 활용할 줄 압니다. 그럴 수밖에요. 회사란 일단 자기 인생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어 보았던 사람들이 모인 곳이잖아요. 일을 잘하고 싶어서 상담실을 방문하는 사람은 없지만, 상담을 하며 마음이 편해지면 일을 잘합니다.

일을 잘한다는 것, 그 의미를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하죠.


일 잘러는?

의사소통이 선명합니다.

반응합니다.

주도적으로 찾습니다.

실행합니다.



일 잘러의 특성 하나하나가 심리적인 상태와 관련이 있습니다.

위축되고 우울한 상태에서는 수동성이 증가합니다. 불안하고 긴장할수록 기민성이 떨어지고요.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감이 생기면요, 일단 잠수를  탑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왜곡해서 듣는 경향이 줄어드니 의사소통의 측면에서 효율성이 생기죠. 다른 사람이나 환경 탓이 줄어들면 자기   있는 일들을 조금씩 찾게 되고요, 부정적인 생각으로 빠지는 기운이 적으니 실행력도 늘어납니다. 그러니 학교에 있는 상담실에서는요 애초에 성적 올리자고 목표를 세울 필요가 없고요, 기업에 있는 상담실에서는요 성과 올리자고 목표를 세울 필요가 없습니다.



"마음이 편해지니 일을 잘하게 되었어요!"


그(녀)와 저만 아는 비밀입니다.

추상적인 현상을 구체적인 자료로 만들어내는 일은 모든 상담자의 숙제겠죠.

그런데요, 숙제 있어도 괜찮아요.

되는 만큼만   있는 데까지만 하면 되는 일이거든요.

저 역시 직장인인데

마음이 편해야 일도 잘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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