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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름 Jan 05. 2025

나의 서른여섯 번째 생일날이었다.

나의 서른여섯 번째 생일날이었다. 처음 함께 맞이하는 생일날을 나보다 더 기다려온 듯했다. 그는 나의 생일 한참 전부터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처럼 디데이라고 표현하며 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드디어 디데이가 다가왔다.

사실 얼마나 큰 이벤트일까 싶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나란히 연차 휴가를 내고 둘이 처음 갔던 와인바에 (사장님과 부쩍 가까워졌던 우리의 특별한 장소) 가서 근사하고 평범한 저녁을 보내었다.           

달큰하게 취해서 우리는 체크인 해둔 방으로 들어갔고 잠시 아이스크림을 사 오겠다며 그는 방을 떠났다. 



그리고 몇 분이 흐르고 덜그럭 소리와 함께 그가 들어왔다.           



작은 카트 위에 담긴 케이크, 앨범, 꽃다발, 편지, 그리고 민트색 봉투가 보였다. 챙겨온 게 많아 카트까지 이용해서 담아 온 것이다. 감동이 밀려왔다. 




그는 내 앞에서 직접 만들어온 우리 얼굴이 담긴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편지, 내 몸만한 큰 꽃다발, 그리고 우리가 만나오며 함께 찍은 추억 사진들로 가득 찬 앨범을 내밀었다.      


케익 위에는 "We are a match made in heaven" 레터링이 쓰여 있었다.

내가 그에게 "우린 천생연분이야.'를 영어로 알려주었던 한 문장.


    

이걸 하나하나 다 생각하고 만들었을 그가 너무 대견하고 고마웠다. 



두 장 빼곡히 글자로 적힌 편지 맨 마지막에는          

"P.S 나와 결혼해 줄래요~?“ 라고 쓰여 있었고 그가 마지막으로 내민 민트색 봉투에는 티파니 다이아몬드 링이 들어 있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던 그 이벤트가 프러포즈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감동의 눈물이 흘렀고 나는 당연히 예스라고 하며 그를 꼭 안아 주었다. 내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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