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아름 Jan 01. 2025

프러포즈는 내가 한 것일까 그가 한 것일까.

회사에서 팀장님에게 크게 혼난 날이었다. 나는 눈물을 꾹꾹 참으며 퇴근하고 나와서 혼자 걷다가 눈물을 쏟아낸 날이 있었다. 어디 갈 곳이 있다며 둘러대고 나오면서 지하철 한 정거장 정도의 거리를 걸었나.           

갑자기 그가 뒤에서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회사에서는 나름 내가 대리 직급이고 그는 사원이었을 때라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의 품에 안겨서 편히 눈물을 훔쳤다. 그는 이유를 먼저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속으로 걱정할까? 맘이 쓰였다.       

나는 눈물을 그치며 오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그는 그 팀장이 이상하다며 욕해 주었고 내 마음속 응어리가 내려가는 듯했다. 


그런 그가 좋았다.           


나를 항상 먼저 생각하고 배려해 주며 내 편이 되어주는 그 사람.        


   

어린 친구이지만 그의 옆에 있을 때면 나는 든든했다. 안정감이 점점 들고 있었다. 그의 앞에서는 숨기거나 재는 것 없이 다 보여주고 싶다. 이전의 연애 때는 느껴 보지 못한 마음이었다.   


        

내 마음에 작은 울림들이 계속해서 일렁이고 있었다. 피하고 싶지 않았다.  


         

어느 날, 같이 물류센터에서 지원 업무를 마치고 퇴근길, 꾀죄죄한 차림으로 (하루 종일 패킹 업무를 마친 후라 머리도 헝클어지고 얼굴은 먼지 더미에 쌓인 용모) 함께 차를 탔다.           

그는 차 뒤쪽에 숨겨둔 예쁜 꽃다발을 내밀었다. 생각지 못한 꽃이라 나는 활짝 웃으며 웬 꽃이냐고 물었고 그는 우물쭈물하며 꽃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화이트데이였다.      


     

꽃을 받기엔 몰골이 말이 아니라 했더니 그는 나에게 꽃보다 예쁘다고 해주었다. 꽃 사이로 감동이 피어났다. 간질간질 계속 올라오던 그 말, 오늘은 꼭 말하고 싶었다. 지금이었다.   


        

그를 꼬옥 안아주며 

“결혼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재채기가 튀어나오듯 외쳐 버렸다.     


      

그냥 감정에 취해서 나온 말이 아닌 한동안 마음에 꼭꼭 누르고 있던 말이었다. 나의 추한 모습도 예뻐해 주고 다 알겠다는 눈빛으로 안아주는 그와 평생 함께해도 좋을 것 같다는 확신이 점점 들고 있었다.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란 그는 자신의 벅찬 감정을 더듬더듬 말로 표현해 갔다.  그리고 행복과 우수에 찬 그의 눈빛을 보니 안도감이 들었다. 나와 같은 마음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