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 새로 합류한 팀장님과 언제부터인가 잘 맞지 않아 마음고생하였다. 거기다 갑자기 맡게 된 새로운 업무의 성과가 잘 나지 않아 심신이 고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밤 10시까지 야근을 하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그에게 퇴근 카톡을 보내었는데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오라고 답장이 왔다. 집에 간 줄 알았던 그가 내가 걱정할까 싶어 말하지 않고 밤 10시까지 기다렸다. 야근한 나를 집까지 데려다주려고.
하, 그날은 참 노곤했던 내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녹아버렸던 날이었다. 이 사람일까? 내가 아무 계산 없이 믿고 의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처음으로 생각이 들었던 날이다.
서툴지만 그의 말에는 진심과 감동이 있었고 나를 보는 그의 눈은 천사같이 촉촉했다. 그는 나에게 말했다. 자신이 이렇게 말하고 생각할 줄은 몰랐다고, 그는 내가 계속해서 달콤한 이야기들을 하게 만든다고 했다.
우리는 서로의 시인이 되어 갔다. 우리가 만난 그 시간 속에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나 줘서 진심으로 고맙다고 했다.
그때 떠오르는 가사 한 문장.
거기 있어 줘서 그게 너라서... 나는 있잖아. 정말 남김없이 고마워.
성시경의 ‘너의 모든 순간’ 곡은 우리의 OST가 되었다. 우리는 마음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더욱 두터워지고 있었다.
우리에게 나이 차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먹는 것, 산책 좋아하는 것, 생각이나 취향이 다 잘 맞았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 있고 퇴근하고 함께 저녁을 먹는 날도 많았다.
틈틈이 여행도 다니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었다. 그 시간 속에 어쩜 이런 것도 잘 맞지? 싶을 때가 많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연애하고 있다면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있을까 궁금하다.
어떤 주제를 갖고 이야기하다 같은 생각을 발견하여 까르르 웃기도, 먹고 싶은 메뉴가 통해서 기분 좋게 메뉴를 빠르게 고르기도 했다. 우린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그의 옆에 서있는 나는 늘 웃고 있었다.
이전의 연애를 돌아보면 상대방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 주고 싶고 그늘진 모습이나 작은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만큼은 나의 많은 모습을 보였던 것 같다.
그는 이상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