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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름 Dec 22. 2024

우리는 그렇게 시작 되었다.

나의 생일날쯤 그의 생일 때 선물을 보내준 것이 고마워 내 생일  밥을 사주겠다고 했다. 먹고 싶은 메뉴가 있는지 물은 건데 왜 심 장은 쿵쾅 나대던지. 그렇게 두 번째 사적인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어설프게 고기를 굽는 그의 손길과 자신의 목표, 모아놓은 돈,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는 그의 입술까지 천천히 살펴보았다. 궁금했다.  



이런 깊은 이야기를 하는 그의 마음이 대체 어떤 마음인지. 회사의  마음 하나 터놓을 수 있는 선배가 생겼다는 의미로서 인지. 어필하 고 싶은 이성에게 느끼는 감정으로서 인지. 왠지 후자였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날부터 그에 대해 생각하게 된 빈도수는 더 많아졌다. 그리고 고민도 늘었다.  



회사에서 대리 직급으로서 나이도 8살 아래인 막내 사원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나 혼자만의 김칫국일까 싶어 조심스러웠다.  



친한 친구들에게 이러한 상황을 이야기해 보니, 요즘 MZ들은 모두 에게 친절하단다, 8살 차이 별거 아니다, 드라마 같은 이야기 네가  실현해 보아라 등 다양한 이야기들로 나를 더 혼란스럽게 했다.  



주고받는 카톡은 그리 빈번하지도 않았다. 그는 나에게 반하지 않았나 보다. 점점 의심스러워졌다.  



몇 번의 저녁을 둘이 같이 더 먹은 어느 날, 종로 포장마차 거리에 서 못 마시는 소주를 그에게 맞추어 가며 서로의 마음을 드러낼 기회가 있었다. 그는 이상형이 바뀐 것 같다고 운을 띄었다.  



대화가 잘 통하고 잘 들어주는 밝은 사람.  



나를 두고 하는 말임에 확신을 얻었다. 술김에 조금 용기를 내어  보았다. 나를 두고 하는 말이냐고 물었고 그는 쑥스러운 웃음으로  답했다. 나는 그에게 확실한 답변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그 시간, 그 공기, 그 대화가 너무 좋았다. 이때부터 복잡한  고민은 사라졌다.  



얼마 후, 나는 유럽으로 여행을 열흘간 다녀왔고, 우리에게 8시간  시차는 장애물이 아니었다. 끊이지 않게 서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열흘 뒤 그는 나를 데리러 공항에 나타났다.  



내가 없는 시간 동안 나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고 했다. 



확실한 답변은 무의미할 정도로 서로의 마음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해 겨울, 그는 나에게 자신을 한번 만나 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나는 흔쾌히 예스를 했다. 사계절 중 겨울을 가장 좋아하지 않았던  나에게 겨울은 가장 설레는 계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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