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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름 Dec 18. 2024

내 맘에 그가 들어 왔을 때.

4년 전 지금 회사에 이직했을 때, 내 직급은 대리였다. 우선 가장 먼저 사원 명단을 봤다. 당연히 같은 팀이 될 팀원들의 이름부터 봤다. 팀 구성원 정도를 보면 분위기도 예측할 수 있는 짬밥이 있던 때이기도 했다. 



마케팅팀 송승하



팀장님을 제외한 마지막 구성원까지 우리 팀은 전부 여자로 구성되어 있구나. 

나름의 분위기 파악을 한 후 팀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송승하 입니다."



당연히 여자일 줄 알았던 이름의 주인공은 남자였다. 

이제 막 대학 졸업을 앞둔 앳된 인턴이었다. 



3년이 흘러 회사 물류센터에 지원 업무를 나가면서 그를 가까이서 보게 되었다. 마케팅팀으로 구성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타 부서로 옮기게 되어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다. 지원 업무를 하게 되면서 다 같이 식사 자리를 가지다 그와 나란히 옆자리로 앉은 적도 몇 번 있었다.  



더운 여름날이었다. 땀을 주르륵 흘리며 농담도 없이 박스 테이핑을 열심히 하고 있던 그가 보였다. 여전히 앳된 얼굴 아래로 다부진 그의 어깨선이 흠칫 보였고 흐르는 그의 땀은 내 도파민을 살짝  자극한 것 같았다.  



언제부터인지는 흐릿하지만, 나의 앵글에 처음 걸리기 시작하였을  때는 아마 그해 여름이었던 것 같다.  



회사 일로 주고받아야 하는 간단한 회의자료 전달 카톡과 함께 짧 은 인사 정도만 덧붙여 나누었다. 그러다 한 번씩 농담 섞인 사적 인 이야기도 오고 가기도 했다.  



그는 말이 없는 편이었다. 그래서 신비로운 사람이었다. 마치 조용 한 그의 모습 뒤로 무언가 있을 듯했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 너머 에도 내 귀는 쫑긋해졌다. 그의 사생활이 조금씩 궁금해지기 시작 했다.



카톡은 늘 친절하게 생일인 친구를 알려준다. 8월 첫날, 그의 프사 가 떠 있었다. 작은 선물 기프티콘을 보내었고 그는 고마움을 표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추석 연휴 기간을 앞두고 있었다. 회사에서 준  추석 선물 세트가 무겁다는 핑계로 우리 집까지 가져다줄 수 있는 지 물어보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슨 용기였는지…  



장난 섞인 카톡을 주고받다가 그는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그의 차 에 탔다. 사적으로 밀폐된 공간에서 둘만 있었던 적이 그때가 처음 이었다.  




차 안에서 그와 회사 일 얘기를 넘어 온전히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1시간 넘게 쉴 새 없이 이야기가 흘렀다. 그의  입에서. 그가 이렇게나 말이 많은 사람이었나 싶었다.  



전 여자 친구의 빌런 짓에 대한 이야기가 8할이었다. 듣고 보니 나 도 이입이 되어 화가 났다가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맞장구를  치다 보니 그는 더욱 신이 나서 계속 이야기하였다. 



집에 도착할 때쯤 그는 내가 잘 들어준 덕분에 많이 말하게 된 것  같다고 멋쩍어했다. 그날 차 안에서 우리는 부쩍 가까워진 기분이 었다.



집에까지 태워다 주었으니 자연스럽게 저녁을 내가 살 기회가 되었다. 그냥 집에 들어가기엔 아쉬운 마음이었는데. 단둘이 밥 한 끼까지 함께 하게 되었다.  



회사에서는 조용한 소년 같은 그의 모습 이면에 생각이 깊고 마냥  소년 같지만은 않은 모습을 발견하고 흥미로웠다.  



오랜만에 더 알고 싶어지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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