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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름 Dec 25. 2024

그와 함께한 겨울은 참 따뜻했다.

그와 함께한 겨울은 참 따뜻했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야경 장소에 나를 데려가 주고, 크리스마스이브에 함께 좋은 곳에서 분위기 있는 식사를 하기 위해 어려운 식당 예약을 해주었고, 새해 첫 일출을 같이 보기 위해 정동진으로 여행도 다녀왔다.   



함께했던 모든 시간이 좋았고 몽글했다.           

회사에서 몰래 하는 연애를 지켜 내는 것은 짜릿했다. 하지만 나중에야 들었지만, 그가 나를 향한 눈빛만큼은 숨길 수가 없었다고… 사내 연애는 당사자를 제외하고 복사기도 다 안다고 하지 않던가.   



회사 회식 날이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식사하다가 어느새 그는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슬쩍슬쩍 손을 잡고 싶어 한 그의 손길을 애써 모르는 척했다. 테이블 밑에서 몰래몰래 잡았던 손은 짜릿하다 못해 찌릿했다.           

그렇게 회식하는 날이거나 외부 행사 지원으로 같이 나가는 날이면 일정을 다 마치고 따로 가는 척 인사로 마무리하다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그의 차에 타곤 했다.  



잘 숨긴다고 생각했던 어느 날, 신년 워크숍으로 경기도 곤지암 리조트에 갔다. 하얀 눈이 내리는 밤에 눈을 함께 맞으며 산책하고 싶었던 마음이 통했을까. 

여럿이서 한방에 있는 동안, 그는 나에게 밖에서 같이 산책을 하자고 카톡을 보내왔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와 설경 산책을 하였다. 하얀 눈이 우릴 위해 내리는 듯했다. 산책한 지 몇 분 되지 않은 듯했는데 그에게도 나에게도 각각 팀원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내 숙소로 돌아갔다.



눈 맞은 머리가 젖은 게 수상했는지 팀원은 웃으며 어디 다녀왔냐고 물었지만, 얼렁뚱땅 둘러대며 밖에서 산책하였다고 했다. 많이 수상했을 텐데, 더 물어봐 주지 않아서 고마웠다.           

이것도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 직원은 그날 눈치를 채었다고 전해왔다. 같은 시간에 둘만 사라져서 다른 직원들도 수상하다 했다고,,, 훗   



한번은 우리 팀에서 박람회 참가 준비를 한 적이 있었다. 타 팀에서 업무 지원을 받아야 했다. 그때 자발적으로 먼저 지원하겠다고 손들었던 사람이 바로 그 사람.           



회사에서 그렇게 티 나게 행동하지 말아 달라고 몇 번 주의를 주었지만, 그의 귀여운 행동 덕분에 내 행복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박람회 현장에서도 짝을 이루어 식사를 다녀오는 상황이었는데 우연히 둘이 함께 식사를 갈 수 있게 되었고 일을 이유 삼아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아서 마냥 좋았다.           



하지만 그땐 몰랐다. 

그것도 이미 눈치챈 직원들의 배려였다는 것을.     



드라마에서만 보던 사내 연애 스토리를 내가 만들어 가고 있다니 재밌고 짜릿하게 회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즐거운 회사 생활 가운데 시련의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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