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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해외여행은 처음이라

by 조아름 Jan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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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은 준비한 시간에 비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눈 깜빡할 사이에 끝난다고 하더니 정말 눈 깜빡하니 30분의 결혼식은 끝이 났다. 서울 호텔에서 1박을 하고 다음 날 신혼여행을 떠나는 일정이었다.           



그는 결혼식보다도 사실 더 기대했던 것은 신혼여행이었다. 

이번 신혼여행이 그에게는 인생의 첫 해외여행이었다. 처음 신혼여행지 선정을 할 때가 떠오른다.      


     

그는 잔뜩 기대에 부풀어 한국에서는 되도록 먼 유럽 국가로 가보고 싶다고 했다. 몇몇 국가를 떠올리다가 축구를 좋아하는 그가 콕 집어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가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이미 스페인 여행을 예전에 해 본 적이 있었고 정말 좋았던 기억이 가득해서 오케이 했다. 그때는 나 홀로 배낭 메고 갔던 여행이었고 이번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신혼여행은 또 다를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안 가본 곳도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코로나 직전에 가려고 했지만 못 갔던 포르투갈이 떠올랐다. 그래서 우리가 결정한 신혼여행지는 서로 가고 싶은 곳 하나씩을 조율하여 스페인, 포르투갈로 결정하였다.


           

보통 허니문은 여행사에 맡긴다고 한다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여행  짬밥이 얼만데 이 정도야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던 것을 살짝 후회하기도 했다.          



나 홀로 여행을 잘 다니던 나는 첫 해외여행을 나가는 남편과 함께 나가는 것이라 좀 더 책임감이 있었다. 호텔, 이동 수단, 먹을 곳 등 어느 것 하나 더 신경을 안 쓴 것이 없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다른 것들은 대부분 빠른 결정으로 넘어갔지만, 신혼여행 준비는 조금 고심을 하게 되었다.           



결혼식 후 바로 가는 일정이라, 의지와는 달리 체력이 따라오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며 이동 지역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욕심내면 가고 싶은 곳이야 너무 많았지만 나 자신과 그리고 그와 최대한 타협하여 11박 14일 동안 3개 도시만 가기로 했다.      



중간중간 내가 몇 군데 맘에 드는 호텔을 찾으면 그에게 보여주면서 어떤 곳이 나을지도 물어보았고, 다양한 유럽의 이동 수단 중에서도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더 소중한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수단으로 결정하며 조금씩 완성되어 갔다.           



변수는 음식이었다. 여러 여행지를 다니면서 이것저것 잘 먹는 나와 비교해 서울에서도 보통 한식 위주로만 먹던 토종 한국인 남자인 그는 처음 먹었던 음식부터 난관이었다.        


   

첫 도착지였던 바르셀로나의 마켓에서 하몽(스페인산 생햄)이 그리워 달려갔던 내 앞에서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먹어 보고는 더는 손을 대지 못했다. 그는 그날을 트라우마라고 표현하였다.           

하몽은 죄가 없었고,,, 문제의 하몽하몽은 죄가 없었고,,, 문제의 하몽


그 이후에 먹는 모든 음식에 앞서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하였고 그것을 보는 나도 곤욕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음식과의 전쟁은 점점 그를 예민하게 만들었고 나를 속상하게 했다. 처음으로 다투었다. 그것도 하나도 잘못 없는 음식 앞에서.      


     

자신은 낯선 이곳에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을 처음 대하는 게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이야기하며 나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이야기해 주니 그가 안쓰럽고 이해가 되었다.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이유에서 시작된 다툼이었지만 이내 곧 우리는 대화로 풀어내고 서로 이해하게 되었다.           



앞으로 살아갈 인생도 이와 비슷하겠지.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시작된 작은 다툼이 서로에게 비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면서 14일간 낯선 곳에서의 여행이 우리에겐 인생 훈련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것 말고는 의견이 엇갈리거나 작은 다툼도 거의 없었다. 다니는 거리마다 우리는 온전히 그곳을 누렸고 서로 대화가 없을 땐 자연을 느끼고 있는지 서로의 사색 시간을 존중해 주었다.           

그리고 하루 종일 함께 있으면서도 둘이 나란히 앉아 밥을 먹을 때마저 재잘재잘 얘기가 끊임없었다. 

꽤 잘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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