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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준비가 어렵지 않았던 이유

by 조아름 Jan 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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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준비를 하다 보면 두 사람의 결혼 준비라고 하기보다는 양가 집안의 결혼 준비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양가 부모님께서는 우리의 선택에 존중해주시고 크게 관여하시지 않은 덕분에 나는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다.   


        

나에게 결혼 준비는 마치 꼭 맞는 옷을 고르는 놀이처럼 재미있었다.      


    

결혼식 또한 나름대로 감동과 재미가 있었다. 사내 연애를 처음 발각한 남자 과장님과 결혼까지 골인한 우리 회사의 첫 1호 사내 커플의 주인공 남자 대리님이 동반 사회를 보았다.   

이어서 흔한 양가 어머님의 화촉점화 대신 양가 여동생이 나와 화촉점화를 하였고 (덕분에 더욱 산뜻 발랄한 분위기였다) 성혼 선언 순서에는 아빠가 나오는 순서로 준비되었다. 


          

안 떨리는 줄 알았던 우리 아빠는 짧은 문장을 읽는 동안에 갑자기 감정이 올라왔는지 울컥하여 눈물을 애써 참는 것이었다. 선언을 마치고 하객들에게 큰절을 올리는데, 뒤돌아 있던 나는 보지 못했지만, 하객들도 함께 울고 있었다는 것이다.           



결혼식 날짜를 잡자 마자 내가 가장 먼저 떠올렸던 축사 주인공.

내게 엄마같은 존재인 미경언니에게 축사를 일찌감치 요청하였고 언니는 흔쾌히 받아 주었다. 

그랬던 언니가 당일날까지도 떨려서 청심환을 먹고 왔다는 것을 나중에야 들었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수십번을 읽고 왔다던 언니, 정말 고마웠다. 



내가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꼭 축가로는 "잇쉬가 잇샤에게" 라는 CCM 을 선곡해야지 했었다. 출근 길 버스 안에서 이 CCM 곡과 함께 작은 목소리가 들린 적이 있었다. '너에게 꼭 맞는 짝을 가장 적당한 때에 보내주겠다.' 라는 약속은 틀림없이 지켜진 게 분명했다. 결혼식의 정해진 시간 상 너무 길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나의 오랜 청년부 친구들이 이 축가를 불러 주어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



그리고 대망의 서프라이즈! 끝난 줄 알았던 결혼식 행진 전, 신랑의 축하하는 춤까지 아주 알찬 결혼식을 올렸다. (많이 경직된 표정으로 춤을 춘 우리 신랑에게 다들 흠뻑 빠졌다고)       

시간이 오버 되고 있다고 사인이 들어 왔지만 잊지 못할 결혼식을 올린 것은 후회가 없다.  


         

해보면서 느낀 것이 하나 있다. 결혼 준비보다도 인생에 있어서 앞으로 선택해야 할 문턱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 선택이 어렵지 않고 후회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만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   


        

타인의 기대나 기준에 맞추어 비교하기보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가장 나다운 것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왔다 보니 결혼 준비는 마치 내 삶의 방식과 닮아 있음을 발견했다. 덕분에 나름대로 합리적인 비용으로 의미 있는 결혼식을 잘 마칠 수 있었다.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가 진정 사랑하는 것을 선택하여 살아가는 것이다. 삶의 주체가 남이 아닌 나 자신이 되어 인생을 그려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의 참된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원동력인 것 같다.           

이 철학을 잃지 않고 살고 싶다. 



대학 시절, 학과 과제로 묘비명에 새길 한 문장을 적어 냈던 기억이 난다.  

         

“짧은 인생, 잘 놀다 갑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도 나답게, 진심으로 잘 놀다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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