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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5 건강한 일탈

by 조아름

업무 특성상 여기저기 운전하며 다니는 남편은 가는 곳마다 ‘맛집 로드’를 만들어 두는 편이다.

그렇게 발견한 맛집에 나를 데려가는 것이 남편에게는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중에서도 강원도 양양에 정말 맛있는 황태국밥집을 발견했다며 2년 전부터 꼭 한 번 가보자고 했었다. 하지만 기회가 닿지 않아 늘 미뤄왔고, 남편은 출산 전에 꼭 데려가고 싶어 했다.



연차까지 미리 내고 단단히 벼르고 떠난 그곳. 국밥이야 다 거기서 거기 아닐까 싶었는데, 막상 받아 든 국밥은 예상과 달랐다. 황태는 눈에 띄지 않았고, 대신 죽처럼 곱게 갈린 국물이 뜨거운 솥에 담겨 나왔다.



한 숟갈 뜨는 순간, 남편이 나의 반응을 기대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와."

자연스럽게 감탄이 나왔다. 진한 황태의 깊은 맛이 담백하고 고소하게 입안 가득 퍼졌다. 따뜻하고 정겨운 맛.

남편은 나에게 이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거구나.


"데려와 줘서 고마워요."라고 화답했다.




출발 전, 사실 마음이 조금 불편했었다.

"막달에는 원래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대기 상태로 있어야 합니다."

지난 진료 때 들은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고, 서울에서 두 시간 거리인 양양까지 다녀오는 것이 괜찮을까 걱정이 됐다. 하지만 ‘그동안 별일 없었는데, 그 사이 무슨 일이 생기겠어’ 하는 마음으로 애써 불안감을 지웠다.



그리고 지금, 맛있는 황태국밥을 먹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와 달콤한 디저트를 앞에 두고 글을 쓰고 있다.



이 순간이 참 행복하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늘의 선택은 건강한 일탈이었다.



참 잘한 선택이었다.






15일 전 허니에게 쓰는 편지


허니야,

오늘은 아빠랑 맛있는 밥을 먹고 바다를 보며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강원도에 왔어. 원래는 집에서 조심히 지내야 할 시기라고들 하지만, 엄마는 오늘 작은 일탈을 선택했단다. 가끔은 마음이 가는 대로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소곤소곤)

허니를 뱃속에 품고 바다로, 산으로, 여기저기 참 많이 다닌 것 같아.

엄마 아빠가 좋은 곳을 걸으며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그 행복이 고스란히 허니에게도 전해질 것 같아서 말이야.

세상에 태어나면 함께 더 많은 곳을 뛰어다니자. 정말 기대돼!

오늘도 많이 사랑해, 우리 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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