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특성상 여기저기 운전하며 다니는 남편은 가는 곳마다 ‘맛집 로드’를 만들어 두는 편이다.
그렇게 발견한 맛집에 나를 데려가는 것이 남편에게는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중에서도 강원도 양양에 정말 맛있는 황태국밥집을 발견했다며 2년 전부터 꼭 한 번 가보자고 했었다. 하지만 기회가 닿지 않아 늘 미뤄왔고, 남편은 출산 전에 꼭 데려가고 싶어 했다.
연차까지 미리 내고 단단히 벼르고 떠난 그곳. 국밥이야 다 거기서 거기 아닐까 싶었는데, 막상 받아 든 국밥은 예상과 달랐다. 황태는 눈에 띄지 않았고, 대신 죽처럼 곱게 갈린 국물이 뜨거운 솥에 담겨 나왔다.
한 숟갈 뜨는 순간, 남편이 나의 반응을 기대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와."
자연스럽게 감탄이 나왔다. 진한 황태의 깊은 맛이 담백하고 고소하게 입안 가득 퍼졌다. 따뜻하고 정겨운 맛.
남편은 나에게 이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거구나.
"데려와 줘서 고마워요."라고 화답했다.
출발 전, 사실 마음이 조금 불편했었다.
"막달에는 원래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대기 상태로 있어야 합니다."
지난 진료 때 들은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고, 서울에서 두 시간 거리인 양양까지 다녀오는 것이 괜찮을까 걱정이 됐다. 하지만 ‘그동안 별일 없었는데, 그 사이 무슨 일이 생기겠어’ 하는 마음으로 애써 불안감을 지웠다.
그리고 지금, 맛있는 황태국밥을 먹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와 달콤한 디저트를 앞에 두고 글을 쓰고 있다.
이 순간이 참 행복하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늘의 선택은 건강한 일탈이었다.
참 잘한 선택이었다.
15일 전 허니에게 쓰는 편지
허니야,
오늘은 아빠랑 맛있는 밥을 먹고 바다를 보며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강원도에 왔어. 원래는 집에서 조심히 지내야 할 시기라고들 하지만, 엄마는 오늘 작은 일탈을 선택했단다. 가끔은 마음이 가는 대로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소곤소곤)
허니를 뱃속에 품고 바다로, 산으로, 여기저기 참 많이 다닌 것 같아.
엄마 아빠가 좋은 곳을 걸으며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그 행복이 고스란히 허니에게도 전해질 것 같아서 말이야.
세상에 태어나면 함께 더 많은 곳을 뛰어다니자. 정말 기대돼!
오늘도 많이 사랑해, 우리 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