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생각 중지
마음이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생각은 어떤 것에 대한 의견이나 감정 등을 모두 포괄하는 사고 활동을 뜻한다. 생각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많은 것을 풀어나가는 힘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칠 경우에는 오히려 자신을 좀먹는 강력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나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의 덫에 빠져버리게 되면 작은 주변의 자극이나 변화에 극도로 예민해지고, 생각의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수많은 생각들이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나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
자기 자신의 욕망과 상태를 진단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자신에게 일어나는 생각에 주목하고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생각이 범람을 할 때면 오히려 그것이 정신 건강에 독이 될 수가 있다. "나의 판단과 결정이 맞는걸까?", "내가 제대로 잘 살고 있을까?", "내 인생이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건가?"등 나의 사고와 행동, 인생의 흐름에 대하여 끊임없이 의식하고 확인하려고 하는 지나친 집착은 스스로를 괴롭게 만든다. 문제는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이 낳은 질문에 알맞는 명쾌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상적인 '나'가 설정한 기대와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루어지는 자기 검열은 현실의 '나'가 만들어내야 하는 한 개의 답을 찾기 위한 집착으로 이어진다. 즉, 세상에는 항상 사라지거나 변하지 않는 실체가 있다고 믿는 아집(我執)으로 가득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 변화하고 움직이는 존재와 세계의 원리를 망각하게 되면 자신이 쌓아올린 기준, 관점을 고집하게 되고 결국에는 주변 세계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무력감을 느껴 패배주의에 빠지기 쉽다. 그리고 주변의 현상을 과장되게 인식하고 불필요하게 증폭된 감정으로 해석하는 실수를 할 수 있다.
또한, 오로지 내 자신에게만 몰두하면 지난 일들에 대해 끊임없이 곱씹으며 의미 부여를 하게 되거나 부족한 점이 더 크게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특히 외로움을 느끼거나 불안하고 우울한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에서 자신에 대한 생각이 커질수록 자신의 결점에 더 집착하고 괴로워하게 된다.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서 인생을 보다 현명한 자세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수많은 생각의 과정을 바탕으로 인생의 질문 앞에서 더 합리적이고 타당한 결론을 찾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끔은 무언가에 대해 오래 생각을 하다보면 뭔가 대단한 것을 깨달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깨달음은 결국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 대한 후회나 아쉬움,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인식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생각의 결론이 긍정적인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그것은 결코 현실화될 가능성이 없다. 방구석에서 생각의 덫에 빠져 무엇을 상상하고 예측하고 그리는 버릇을 중단해야 한다.
내가 아닌 주변 세계에 에너지와 관심을 쏟는 행위는 정신건강을 위해 필수적이다. 내 자신의 감정, 생각에 대한 과몰입을 중단한다면 나 스스로에 대한 생각이 야기하는 주변 세계에 대한 불편함과 저항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우선은 현재 나에게 주어진 과제를 충실하게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외부세계에 적당한 관심을 쏟음으로써 나를 괴롭게 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 모든 것에 적당한 거리가 불필요한 잡음을 막아주듯이 내 자신과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