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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메리 Sep 29. 2021

다이어트가 힘든건 'DIE'T 이기 때문일거야

그만큼 힘드시다는 거지


사는게 재미없어요


고릿적 내가 좋아하던 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에는 이런 대사가 나왔다. "사는게 재미없어요"




우수에 젖은 눈동자로 창밖을 바라보던 배용준. 그는 멋있었지만 당시의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사는게 재미없어?" 상대역인 김혜수가 반문했고, 나도 김혜수에 동의했다.


아니 왜 사는게 재미없지? 재미있는게 얼마나 많은데. 그때는 그랬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그때의 배용준만큼이나 쓸쓸하다. 사는게 재미없다. 퇴근해도 즐겁지가 않다. 퇴근하면 뭐해요, 맛있는 것도 못 먹는데? 그러니까  모든것의 비극은 그랬다. 비극의 시작엔 '다이어트' 있었다.




하루 한 끼 먹고 어떻게 살아요?


왜 다이어트를 하는가. 가장 큰 이유는 건강 때문이다. 나는 올해 건강검진 대상자이고 지난번 건강검진 결과를 복기하면 다이어트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건강만 아니라면, 나는 그저 행복한 돼지로 살 것이다. (내돈내살)


인생에서 먹는 즐거움은 너무 크고 운동도 너무너무 싫다. 하지만 나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라 미리미리 관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남들 다 한다는 바디프로필 같은건 관심도 없다. 그저 적당히 살아가기 위해서, 나는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식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점심 한끼만 먹는다. 아침에는 견과류 조금, 저녁에는 삶은 계란. 그러니까 퇴근해도 즐겁지가 않다. 치킨 시켜먹으면서 넷플릭스 보는거? 초밥 먹으면서 라디오 듣는 거? 예전에는 일상의 큰 즐거움이었던 일들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배고프니까 누워서 휴대폰만 좀 하다가 잔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지만 전-혀 생기는 없다. 좀비처럼 비적비적. 어차피 10시 이전엔 먹을 수가 없기때문에 '미라클모닝' 같은 활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다이어트가 힘든건 'DIE'T이기 때문일거야




몸무게는 물론 빠졌다. 지금까지 약 3kg. 하지만 지난번 건강검진에서 목표한 체중까지는 아직 요원하다. 이 짓을 얼마나 더 해야하는 것일까. 하지만 배고픔을 참는 것이 나중에 아픈 것보다는 낫겠지. 오직 그 마음가짐 하나로 오늘도 버티고 또 버틴다.


퇴근하면 뭐해요, 주말이면 뭐해요. 맛있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데 먹지 못하니 삶이 제법 우울하다. '배고파서 죽겠어요. 하지만 배 안 고프면 정말 (빨리) 죽겠죠?' 비가 오니 감자전이 너무 먹고싶다. 짭쪼롬한 간장에 감자전 한 입. 아 미쳤다. 너무너무 먹고싶다. 너무너무 먹고싶어서 눈물이 다 찔끔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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