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아닌 위로가 필요해
가끔은 묵직한 감정이 올라올 때가 있다.
그 어떤 말도 위로가 안 되고, 그저 눈물만 하염없이 흐르는...
혼자 울기엔 너무 비참하고, 가족에게 다가가기엔 슬픔이 배가 될 것 같아서 싫은...
그럴 때는 그저 옆에 있는 영희가 편하다.
고영희들은 집사의 기분을 분명 인지를 한다.
물론 영희마다 다르겠지만...
릴리는 그저 그런 집사 옆에 묵묵히 있어준다.
집사는 그게 왜 그렇게 고마운지 모르겠다.
과하게 다가오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그 모습이, 그렇게 고맙다.
집사가 슬프다고 같이 슬픔에 젖어들지 않아서 고맙다.
그저 집사가 느끼는 감정 그대로 느끼라고 해주는 것 같아서...
내 감정에 그 어떤 코멘트도 없어서...
그 자체가 위로로 다가온다.
울다 지친 집사는 괜히 미안해서 캔을 따준다.
혀를 촵촵거리며 참치캔을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빠져든다.
슬픔도 잊힌 듯,
시간이 멈춘 듯, 마음이 고요해진다.
배부른 릴리는 찢긴 방충망으로 날아들어온 벌레들을 장난감처럼 따라다닌다.
벌레 하나에 고도의 집중력과 몰입을 보이는 릴리를 보면 집사도 어느새 웃고 있다.
슬프면 울고, 지나가면 웃고
그저 그런대로 오늘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