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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캣 Oct 12. 2024

고영희는 따듯하다

채식주의자를 읽고

가끔은 지독하게 혼자이고 싶을 때가 있다.

그 누구든, 그게 누구든,

그냥 다 싫다.

그냥, 인간이 싫다.

그것은 그 누구에 대한 혐오라기보다,

스스로에 대한 혐오이다.

폭력 속에 처해있으면서 인지 못하고, 폭력을 싫어하면서도 결국 동참하게 되는 스스로에 대한 혐오이다.

폭력은 생각보다 일상에 깔려있다.


폭력은 누군가의
 의지를 거스르는 일이다.

 누군가가 생명이 있는 그 무엇이 되었든.

그 혐오감은 블랙홀처럼 나를 끌어당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무한한 암흑으로 빠져들어간다. 빠져나오지 못할까 봐 가끔은 두렵다. 허우적거리다가 흔적 없이 사라질 것 같기도 하다.


내 의지를 거스르는 누군가를 공격할 수 없어서 스스로를 공격한다.

내 목을 졸라 오는 누군가의 목을 조를 수가 없어서 스스로의 목을 조인다.


병든 세상에서 아파도 아픈 티를 내면 안 된다.

괜찮은 척해야 한다.


숨기고 살아왔던 병든 마음 한 구석이, 누군가는 알아주는 같아서, 누군가에게보인 것 같아서 덜 외롭다.


스스로를 포함한 모든 인간을 밀어내는 내 몸은 한없이 차갑다. 생명력을 포기한 몸은 송장이고 시체다. 그 차가운 인간 위에 포근한 담요처럼 포개져 있는 고양이 한 마리.

고영희는 따듯하다.


고영희의 꼼지락 거리는 발에서도, 쫑긋거리는 귀에서도, 생명의 온기가 전해진다. 고영희는 집사의 차가운 배 위에서 축 늘어진 채 잠을 청한다. 경계를 풀고, 힘을 뺀 고영희의 몸은 한없이 따듯하다.


영혜옆에, 남편은 없더라도...


고양이라도 한 마리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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