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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희는 따듯하다

채식주의자를 읽고

by 유니캣

가끔은 지독하게 혼자이고 싶을 때가 있다.

그 누구든, 그게 누구든,

그냥 다 싫다.

그냥, 인간이 싫다.

그것은 그 누구에 대한 혐오라기보다,

스스로에 대한 혐오이다.

폭력 속에 처해있으면서 인지 못하고, 폭력을 싫어하면서도 결국 동참하게 되는 스스로에 대한 혐오이다.

폭력은 생각보다 일상에 깔려있다.


폭력은 누군가의
의지를 거스르는 일이다.

그 누군가가 생명이 있는 그 무엇이 되었든.

그 혐오감은 블랙홀처럼 나를 끌어당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무한한 암흑으로 빠져들어간다. 빠져나오지 못할까 봐 가끔은 두렵다. 허우적거리다가 흔적 없이 사라질 것 같기도 하다.


내 의지를 거스르는 누군가를 공격할 수 없어서 스스로를 공격한다.

내 목을 졸라 오는 누군가의 목을 조를 수가 없어서 스스로의 목을 조인다.


병든 세상에서 아파도 아픈 티를 내면 안 된다.

괜찮은 척해야 한다.


숨기고 살아왔던 병든 마음 한 구석이, 누군가는 알아주는 같아서, 누군가에게는 보인 것 같아서 덜 외롭다.


스스로를 포함한 모든 인간을 밀어내는 내 몸은 한없이 차갑다. 생명력을 포기한 몸은 송장이고 시체다. 그 차가운 인간 위에 포근한 담요처럼 포개져 있는 고양이 한 마리.

고영희는 따듯하다.


고영희의 꼼지락 거리는 발에서도, 쫑긋거리는 귀에서도, 생명의 온기가 전해진다. 고영희는 집사의 차가운 배 위에서 축 늘어진 채 잠을 청한다. 경계를 풀고, 힘을 뺀 고영희의 몸은 한없이 따듯하다.


영혜옆에, 남편은 없더라도...


고양이라도 한 마리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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