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무렵, 텔레비전 자막에서 '모든 것은 인연 속에서 변한다.'라는 문장을 보는데, 몸과 마음에 번개가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 뒤로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그 말의 뜻을 나날이 실감하고 있다. 신기하고, 감사하게도 나는 이번 생에 책을 읽으며 만나고 싶었던 대부분의 분들을 강연이나 소규모 만남, 면담 등으로 가까이서 뵐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는
어떤 강물도 자기 자신에 의해서만은 크고 풍부해지지 않을 것이다. 많은 지류를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계속 흘러가는 것, 그것이 강 하나를 만들 것이다. - 니체
라는 표현처럼 또 다른 지류를 받아들이는 강물처럼 넓어지고, 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중 내가 하고 싶은 일에 관해 가장 많은 영감을 주었던 분은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작가였다. 초등학생 때 <개미>라는 책을 읽은 뒤, 오랫동안 꾸준히 관심을 가졌던 작가였는데, 어느 날 코엑스에서 하는 국제도서전에서 독자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그곳에 꼭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직장에서 근무시간이기도 한 오후 시간이고,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러 간다는 이유로 조퇴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나는 오전에 모든 업무를 끝내 놓은 뒤 주변 동료에게 부탁한 뒤 뒷문으로 몰래 직장을 빠져나왔다.
독자와의 만남 현장에는 신청 경쟁률을 뚫고 모인 여럿의 독자분들과 각 방송국의 카메라가 가득했다. 한국 방문의 느낌에 대한 짧은 소감과 새로운 책에 대한 소개를 듣고 나서,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나는 용기를 내어 손을 번쩍 들었다. 나의 간절함이 전해졌는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내가 직장에서 몰래 나온 것은 비밀로 지켜주시겠다고 웃으시며, 나의 질문에 성의껏 답변해주셨다. 아래는 그때의 질문과 답변을 그대로 정리한 것이다.
Q. 저는 글을 사랑하는 작가 지망생입니다. 저처럼 작가가 되길 열망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A. 세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글을 쓸 때 규칙성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자기 스스로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약속을 정하고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을 추천합니다.
둘째, 스스로를 평가하지 말고, 어떻게 되든 끝까지 글을 쓰십시오.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글을 쓴 다음 중도에 읽고 마음에 들지 않아 중도에 포기합니다. 하지만 평가는 책 한 권을 완성한 뒤 하십시오. 매일 4-5쪽 정도의 단편을 쓰는 연습을 하면 글 쓰는 기술이 늘 것입니다.
셋째, 글 쓰는 것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으십시오. 그래야 읽을 때도, 쓸 때에도 즐거움이 생기고 끝까지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중도포기는 금물입니다.
Q. 베르나르 베르베르님의 책을 보면, 영적인 부분이 많이 나오는데, 실로 영적인 삶, 사후세계, 윤회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A. 실로 관심이 많고, 특히 동양철학이나 명상, 호흡 훈련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이는 서양의 철학처럼 관념적이기보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적인 체험을 중시한다는 점이 좋습니다. 사후세계나 윤회를 믿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계속 호기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것들에서 자신의 믿음을 진실처럼 그대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또한 개인적인 취향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항상 삶과 죽음, 사후세계와 신에 대해 질문을 던저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겸손해져야 합니다.
진정으로 철학적이고 영적이라는 것은,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물어보는 것입니다. 스님이나 신부님 등의 수행자들에게 답을 구하지 보다는, 스스로가 나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편견 없이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하는 방법 중 좋은 방법으로 하나는 깊고 어두운 밤, 땅에 누워 하늘과 별을 쳐다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한 여러 사회의 틀이나 법칙에서 벗어나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부모님이나 스승들의 경험을 통해 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나 자신에게 진실로 즐거움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이 되는 것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질문에 대해 정성껏 답변해주신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답변이 끝나자마자, 전혀 예상치 못하게 내게 질문을 던졌다.
Q.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질문) 그렇다면, 이번에는 내가 당신에게 질문하겠습니다. 당신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 인가요? 다섯 가지를 지금 떠오르는 데로 바로 이야기해보십시오.
A. (나의 대답)
저는 글 쓸 때, 제 존재가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렇게 다른 사람이랑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을 때, 세 번째는,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며 아이들과 정말 하나가 된다는 느낌이 있을 때, 네 번째는, 아까 말씀하셨듯, 자연 속에서 별이랑, 달이랑, 나무랑 함께 존재할 때, 마지막으로, 지금이 정말 행복합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에서 나는 내가 가장 행복하고 의미 있다고 느낄 때의 공통점이 '다른 존재와의 소통, 교감'과 관련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처럼, 나 자신이 언제 가장 행복한지를 묻고, 찾고, 알며, 그것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행복하게 사는 법이라는 생각이 들어, 매일의 일상에서 그를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금 이 글의 읽고 있는 분들께도, 내가 받았던 질문을 그대로 전하고 싶다. 이 질문을 가슴에 품고, 당신이 진정으로 즐겁고, 행복한 나날을 살기를 바라고, 응원하며!
당신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 인가요? 다섯 가지를 지금 떠오르는 데로 바로 이야기해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