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행복은 내게 늘 가정형이었다. '만약 좋은 학교에 들어간다면, 좋은 직장에 들어간다면,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나는 행복할 거야.'라는 조건이 있었기에, 행복은 무언가를 이루고 난 미래에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것을 가졌을 때에는 또 다른 가정이 생겨났다. 나는 손에서 놓친 풍선을 잡으려는 아이처럼 계속 그를 쫒았다니며 살아왔다. 다들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표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행해 보였다. 얼굴은 찡그리고, 몸은 긴장되고, 마음에는 여유가 없이 다들 각자의 무언가를 쫒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고 싶은 것은 너무도 분명한데, 대부분 고통스러운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가졌던 삶의 가장 큰 역설을 풀고 진짜 행복을 찾아보고자, 나는 파랑새를 찾아 나섰던 동화책의 주인공들처럼 세상을 헤매며 다녔다.
이런 행복에 대해 직접적으로 마음껏 얘기 나눌 수 있었던 곳은 인도 북부 히말라야 자락의 투시타 명상센터였다.
행복을 주제로 주어진 두 가지 토론 과제는
첫째, ‘삶에서 영원히 지속되는 행복이 있는가?’
둘째, ‘인생에서 당신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였다. 또한 우리가 보통 행복과 반대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고통에 관해서는
‘우리가 과연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주어졌다.
사실 인도라는 땅을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듣던 말 중 하나가 ‘Are you happy?(당신은 행복합니까?)'이기 때문에 그렇게 낯설지는 않은 질문이기도 했다. 처음에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진짜 ’ 행복‘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토론을 하면서 나는 나이와 국적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음을 알게 되었다. 어떤 이들은 인도에 와서 행복하냐는 질문에 화가 나기도 했었다고 한다. 반면에, 고통에 대해서는 할 말들이 많아 보였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했을 때의 아픔, 직장을 잃었을 때의 좌절감, 사람들과의 갈등과 외로움 등등 우리는 힘들게 하는 고통은 도처에 널려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을 원하지만 고통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고통에 치중하여 대화를 나누고 있는 우리를 보고, 안내자는 우리에게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에 대해 떠올려 보라며 조언을 해주었다. 많은 이들이 가족들과 함께 모여서 오붓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는 순간을 이야기했고, 그 외에도 아기가 태어났던 순간, 갓 구운 브라우니 등 맛있는 음식을 먹는 순간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왔다. 행복했던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에 사람들의 표정에는 고통을 이야기할 때와 달리, 긴장이 풀리고 미소가 떠올랐다.
그런데 행복에 대해서도 계속 얘기를 하다 보니, 첫 번째 토론 과제에 비추어 아무리 좋고, 즐거운 순간도 계속해서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절로 알 수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나 연인과 이별하고, 맛있는 것을 많이 먹고 나서 살이 찔까 걱정하게 되고, 다른 이들과 무언가를 나눌 수 있는 느낌이 좋은 만큼 오해의 상황이나 소통이 단절되었을 때는 그만큼 더 고통스럽다는 것을 발견한 우리는, 다시 한번, ‘진정한 행복’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꽤나 길어진 토론을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던 안내자는 우리가 그런 결론에 이르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런 우리들에게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삶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고통과 그 본질을 제대로 안다면 진정으로 고통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그런 상태를 순간적인 기쁨이나 만족과는 다른,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행복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진 강의에서 우리는 그동안 그토록 벗어나고자 했던 ‘고통’에 대해 깊이,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강의에서는 불교에서 우리의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느낌을 ‘좋음과 싫음, 좋음도 싫음도 아닌 중립적인 상태’로 나누고, 이와 관련된 7가지 고통이 있다고 했다. ‘생로병사’에 더해서, 싫어하는 사람이나 사물을 만나는 것, 좋아하는 것을 계속 지속하거나 함께하려고 하는 것,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또한 이러한 고통은 세 가지 독이 되는 마음(탐하고 욕망하는 마음, 싫어하고 화내는 마음, 무지함)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 단어들에 나를 돌아보니, 너무나도 행복하고 싶어 그 행복을 찾고자 끊임없이 방황했지만, 나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독이 되는 반대의 마음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관심과 인정과 이해와 사랑을 원하고, 그렇지 못했을 때 화나고 좌절하고 자책하고,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 나와 내 상태에 대해서 너무도 모르고 지냈기 때문에 온 몸과 마음이 너무나도 아프고 고통스러울 때가 훨씬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검은 구름과 같은 삼독심(三毒心)을 걷어낼수록 밝은 태양 같은 우리의 본성이 드러난다는 말에 왠지 안심이 되었다. 그것은 우리 안에 이미 행복과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행복에 대한 워크숍에 참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히말라야 지역을 여행하다가 눈앞에서 진짜 파랑새를 보기도 했는데, 마치 상상 속에서만 그리던 생명체를 만난 듯 신비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은 내가 그토록 찾아왔던 것이 실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상징처럼, 신호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