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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아스쿨 Sep 30. 2022

도착했네. 집이네!

파랑새를 찾아 떠난 나의 여정은 먼 곳까지 이어졌다. 캄보디아와 라오스, 태국과 히말라야 등을 누볐던 발걸음은 프랑스의 보르도라는 작은 마을로 다다랐다. 그곳에는 플럼빌리지라는 평화공동체가 있었다. 가는 길에 기차가 파업으로 한 번 멈추어 전혀 낯선 곳에 내리게 되어 당황스러웠고, 언어가 잘 통하지 않자 두려움이 올라왔다. 다행히 많은 도움을 통해 플럼빌리지에 오게 되었을 때 곳곳에 보였던 글귀는 내 몸의 긴장과 마음의 불안을 내려놓게 해 주었다. 올라붙어있던 어깨에 힘이 빠지고, 얕아졌던 숨은 다시 깊게 쉬어졌다.


I have arrived. I am home.
(도착했네. 집이네)


i have arrived -- i am home | Photographs from a visit to th… | Flickr


그 글귀 앞에 머물다 보니, 문득, 예전에 읽었던 문장 하나가 떠올라 온 몸을 천둥처럼 울리는 느낌이었다.

달리기를 멈추는 순간, 목적지에 도달한다.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그렇게 달려왔으며, 무엇을 그렇게 찾아왔던 것일까?'

이미 내 안에 있는 파랑새를 만나기 위해 내가 갈 수 있었던 가장 먼 곳까지 헤매고 다녔던 발걸음이 처음 떠나온 곳으로 다시 돌아온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같은 곳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열기 위해서, 언제나 가정형이었던 행복을 현재 진행형으로 만들어가기 위해서 나는 그토록 많은 곳을 떠돌았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플럼빌리지에서는 여러 노래들로 서로를 환영하고 모임을 이끄는데, 위의 글귀가 제목인 노래를 가장 처음 배웠다.


I have arrived. I am home.(도착했네. 집이네)

In the here and in the now.(지금 여기에)

I am solid. I am free.(나는 굳건하네. 나는 자유롭네)

In the ultimate I dwell.(궁극에 난 머무네)


라는 가사의 노래를 따라 하다 보니, 지금 여기에 있는 나의 몸, 나의 마음이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베트남 반전 운동을 하시다가 망명하게 되신 뒤,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 플럼빌리지를 세우신 틱낫한 스님이 쓰신 시들로 만든 노래들이었다. 스님은 미국에 계실 때 마틴 루터 킹 목사님과 함께 사회 운동 등을 하시고, 여러 쉬운 비유들로 마음 챙김의 중요성과 방법을 전 세계에 전하시는 분이었다.


나는 플럼빌리지 방문 전 스님께서 "We should love(우리는 사랑해야만 합니다)"라는 세 단어를 말씀하시는 것에 눈물이 나는 것에 스스로 놀란 적이 있었다. 누구나 당위적으로 하는 흔한 말이었지만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는지에 따라 굉장히 강력하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존재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마음 챙김의 힘에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틱낫한 스님께서는 우리가 앉고, 서고, 걷고, 말하고, 듣고, 설거지나 청소 등의 일상생활의 모든 행위 속에서 마음 챙김을 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몸소 보여주셨다.


틱낫한 스님과 관련해서 유명한 일화 중 하나는, 어느 날 누군가 길을 막고 서서

'당신이 깨달은 이라면 물 위를 걷는 것 같은 기적을 보여달라'

고 하자

"내가 지금 이 땅에 서 있는 것이 이미 기적입니다."

고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그 일화를 듣고, 나는


삶을 사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하나는 기적이 없다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것이다.

- 아인슈타인


라는 아인슈타인의 말과 아래의 헤르만 헤세의 행복에 대한 글이 더 깊이 와닿기도 했다. 그리고 돌아온 일상에서도 삶의 흐름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질 때나, 목표나 욕심 때문에 살아있음의 기적을 잊지 않고자, 눈과 마음을 씻어내려고 한다. 내가 갈망했던 것들, 내가 찾고 있던 모든 것들이 이미 내 안에,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감사하고자 한다. 특히 요즘처럼 '더 빨리, 더 많이!'를 구호처럼 외치는 세상에서 외부에서 정해주는 행복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행복을 지키고 살기는 쉽지 않지만, 그럴수록 더 자주 되뇐다.


"도착했네, 집이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편안하고 충만한 미소가 온 얼굴 가득 지어진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얼굴에도 지금 이 순간, 행복의 미소가 가득 번지길 기도한다.




행복


                       - 헤르만 헤세


행복을 붙잡으려고 쫓아다닌다면

당신은 아직 행복을 누릴 자격이 없는 것이다.

사랑스러운 모든 것이 당신 것이 된다고 해도.


당신이 잃어버린 것을 안타까워하고

목표를 정해 놓고 초조해한다면

당신은 아직 평화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다.


모든 갈망을 내려놓고

목표나 욕망을 더 이상 알지 못하고

행복이라는 말을 더 이상 입에 담지 않을 때


비로소 일상의 물결은 더 이상

당신의 마음을 괴롭히지 않고

당신의 영혼은 안식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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