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브레이크에 감사하며

by 달리아

감기로 며칠 고생 중이다. 감기는 말 그대로 기운이 감해진 상태이다. 기름을 넣을 때처럼, 멈추고, 충전하라는 신호이다. 나의 마음이 여러 일들을 분주하게 쫒으며 액셀을 밟는다면, 몸은 나의 한계와 쉬어갈 점을 일러주는 브레이크가 되어준다. 아이들을 낳고서는 브레이크가 더 늘어난 느낌이다.


멀리, 높이 이상을 그리며, 무지개를 쫒듯 살아왔던 내게 몸과 가족은 내가 돌아올 집이 되어주었다. 그 안에 단단히 닻을 내릴 때에 중심을 향한 구심력의 힘만큼, 원심력은 더 커져간다. 예전에는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 몸이나, 계속 살피고 돌보며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아이들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나를 붙잡는 브레이크가 없다면, 어디든 자유롭게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액셀과 브레이크를 균형 있게 사용하는 운전자만이 진정으로 자유롭다는 것을, 브레이크는 사고를 막아주고 방향을 점검하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날숨을 내쉬기 전에 충분한 들숨을 쉬어야 하듯,

내 몸과 마음을 살피고 챙기는 시간과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은 나를 나아가게 해는 연료가 됨을 느낀다.


그렇게 균형과 조화를 안에서 잔잔해진 물결 위에서,

사랑은 동심원을 그리듯 가장 가까이에서부터 서서히 먼 곳까지 퍼져나간다.



숨을 고르다, 문득, 모과나무 열매가 익어가는 것이 눈과 마음에 담겼다.


햇살은 결코 열매에게

"빨리 익어라."

고 재촉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빛과 온기를 뿜으며 자기 자리를 지키는 햇살이 모든 생명들을 자라게 하고 익게 하듯,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가장 가까운 나와 가족에게부터 그 사랑을 전하고 실천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브레이크로 멈취진 자리, 내가 서 있는 곳을 둘러본다.

이르시되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 마태복음 18장 3절
삼가 이 작은 자 중의 하나도 업신여기지 말라 너희에게 말하노니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서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항상 뵈옵느니라 - 마태복음 18장 10절


나는 요즘 나의 아이들과 내가 요즘 가르치는 모든 아이들이 천국을 살고 있는 천사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런 천사들과 함께하는 지금, 이곳, 이 자리에서의 천국을 매일 매 순간 보고 누리며 살 수 있기를 기도한다.


이처럼 삶의 소중한 것들을 일깨워주는 내 삶의 모든 브레이크에 감사한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