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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May 04. 2020

혀가 점점 짧아져요

혀 길이와 행복지수는 반비례


한 때는 카리스마를 가진, 가끔은 무섭기도 했던, 센 언니의 대명사였던 내가 이 남자를 만나고 나서 변한 게 하나가 있는데, 바로 혀가 점점 짧아진다는 거다.


예쁘게 생긴 여자 연예인들이 티브이에 나와서 “오빠, 밥 따주떼용!” 혹은 “밥 머거떠용?” 이런 혀 짧은 말을 하는 걸 보기라도 하면, “아..., 대체 왜 저러는 거야?” 하면서 채널을 돌려 버리곤 했었는데 마흔이 훌쩍 넘어 오십을 바라보는 내가 지금에 와서 스므살에도 안 하던 짓을 하고 있다는 거다. 연애 경력이 나름 화려했던 나는 그전에 다른 남자들과 있을 때에는 한 번도 혀가 짧아져 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왜 하필이면 이 남자랑만 있으면 내 긴 혀가 갑자기 짧아져 버리는 걸까?



가만히 살펴보니 이 남자는 나에게 낯선 자신의 나라에서 나의 보호자로서의 역할에 너무나도 충실한 나머지 나를 불면 날아갈까 봐, 마치 아기처럼 아주 소중히 대하고 있었다. 키가 아주 큰 이 남자는 핸드볼 선수 출신답게 손도 내가 지금까지 본 사람 중에 제일 큰데, 그 커다란 내 얼굴 만한(뻥튀기 좀 해서) 손으로 나를 무슨 보물 만지듯 스담스담하는 그 모습은 직접 보지 않으면 상상조차 힘든 모습일 테다. 그렇게 나를 아기처럼 다루다 보니 이 남자 앞에서는 내가 정말 아기가 되어버려 자꾸만 혀가 짧아지는 것이었다.


내 혀는 정확해서 이 남자 앞에서만 짧아지기 때문에 딱히 걱정은 없는데 이 짧은 혀가 그나마 향상된 내 스페인어 실력을 방해한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 되겠다. 그동안 집에서는 혀가 짧아져도 밖에서는 다른 이들과 대화를 하고 학교도 다니면서 스페인어 실력을 향상하였는데 바이러스 시대에 직면한 요즈음은 자가격리를 하느라 매일 집에서 이 남자와 둘이서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혀가 정상으로 돌아 올 틈이 없다. 그래서 혼자서 뉴스를 보면서 따라도 해보고 쉬운 스페인어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며 혀가 짧아지는 것을 조금이라도 방지하기 위해서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이 남자는 일어나자마자 거실로 나와서 나를 꼬옥 안아주고는 “커피 마셔요?”라고 하며 향기로운 커피를 정성스레 끓였다. 그리고는 내 커피를 받침에 받쳐 한 발 한 발 조심히 들고 와서는 글을 쓰고 있는 노트북 옆에 살그므니 내려놓았다. 내가 남편을 바라보자 씨익 웃으며, “마시써 자기?” 하며 내 반응을 기다렸다. 나는 남편의 정성 가득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너무너무 마시쪄, 감따합니다!” 하고는 그를 향해 방긋 웃어주었다.


내 반응이 좋으면 어찌나 기뻐하는지 덩달아 나도 기쁘게 만드는 이 사랑스러운 남자 때문에 내 혀는 매일 짧아지지만 내 행복지수는 점점 늘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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