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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Jun 16. 2020

그래서 저는 장 보러 멕시코에 갑니다.-제5화-

저는 원래 식탐이 없습니다.


사실 좀 더 자고 싶었다.

너무 오랜만에 새벽까지 놀았더니(얼마만인지!) 힘이 들긴 했던 모양이었다.(그럼 그렇지) 그런데 정해진 아침 시간을 놓치면 따로 밥 먹기가 힘들 것 같았고(무려 공짜인데) 게다가 며칠만 지나면 먹기 힘든 귀한 한식이 아닌가! 


전 날 바비큐 파티를 하면서 사장님이 끓여 놓았던 칼칼하고 시원한 김치찌개가 남아 있다길래 그걸로 해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내 입에서는 이미 침이 고이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작년 3월) 나에게 김치라고는 양배추 김치밖에 없었기 때문에 배추김치로 만든 김치찌개는 감히 입에 올려보기도 힘든 음식이었다. 그러니 이 기회를 놓친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


나는 손님이라 맛나게 차려 놓은 밥을 그냥 먹기만 하면 되었는데 사장님 커플은 새벽까지 같이 놀았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붙이는 둥 마는 둥 하고 몇 시간 후에 일어나서 손님들을 위해서 아침식사 준비를 해야 했으니 미안해서라도 일어나서 함께 밥을 먹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새 제대로 함께 놀고 아침에 다시 보니 왠지 좀 더 가까워진 것 같기도 했고 심지어 가족 같은 느낌도 살짝 들었다.(나만의 착각은 아니라고 믿어본다.)


당시 민박집에서는 내가 제일 연장자였다.(언젠가부터 자주 그랬던 것 같다.) 외국에서는 나이에 대한 개념이 우리와 달라서 연장자에 대한 우대라든가 연장자가 나이 값을 못하고 꼰대 짓을 하는 게 우리보다 덜한데 비해(보통 나이를 묻지도 말하지도 않지!) 한국사회는 연장자가 맘에 들지 않아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나이 많은 게 벼슬도 아닌데 말이지) 대우를 해 주고 존중을 해 주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나는 동생들이 혹시라도 (나이 많은) 나 때문에 불편할까 봐 쿠바에서 장 보러 온 수다쟁이 언니 컨셉으로 남들 할 때 뭐든 같이하면서 함께 있는 동생들을 편하게 해 주고자 노력을 하였던 것 같다.(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다)


아침을 배불리 먹고 나서는(멕시코에서는 배가 꺼질 틈이 없다) 또 커피 메이커 앞에 가서 머그잔에 원두커피를 담아서 식탁으로 다시 와서 앉았다. 따뜻한 커피가 배 부른 몸속으로 스며들자 갑자기 몸이 노곤해지면서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전 날만 못 잔 게 아니라 쿠바를 떠나는 날부터 잠을 못 잤더니 더 이상 몸이 견디기 힘든 상태로 돌입했다.



인간의 기본 욕구가 식욕, 수면욕, 성욕이라지? 그중에서도 어릴 적부터 나에게는 수면욕이 늘 일위였다. 밥 이랑 잠 중에 하나만 택하라고 하면 나는 1초의 생각할 틈도 없이 말할 것이다. 잠!


한때(회사 다닐 때) 나는 세상에서 젤 행복할 때가 호텔처럼 푹신한 내 침대에서 잘 때였다. 그래서 그때는 침대 밖을 나가는 게 가장 싫었었다.(침대 밖은 무서워!) 그런데 쿠바에 오니 더 이상 그런 행복은 가져볼 수 없었다. 제대로 된 매트리스는 특급호텔에만 있는 거였다. 게다가 원래 나는 식탐이 많지 않기도 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어느 정도 배가 차면 숟가락을 내려놓았더랬다. 그런데 쿠바에 살면서 변해 버렸다. 먹을 게 귀하다 보니 식욕(기본적인 먹는 것에 대한 욕심?) 같은 게 생긴 것 같았다.



배 불리 든든히 먹었으니 나에게 가장 중요한 욕구를 채우기로 했다. 수면욕. 일단 몸이 가뿐해야 쇼핑도 기분 좋게 잘하니까… 라는 핑계와 함께. 결국 쇼핑을 위해서 나는 침대에 몸을 뉘었다. 너무 피곤했던 탓에 몇 시간이었지만 이번에는 좀 푹 잔 듯했다. 오후 늦지막 하게 눈을 뜨고는 내 옆에 있는 핸드폰으로 손이 갔다.


자본주의에 오면 할 게 너무 많다. 짧은 시간 동안 나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 쇼핑해야 하지, 민박집 사장님과 손님들이랑 그동안 못다 한 (한국말로) 수다도 떨어야 하지, 소고기를 비롯해서 쿠바에서 3개월 간 못 먹은 것들로 입이랑 배도 가득 채워줘야 하지, 인터넷 바다에도 풍덩 빠져줘야 하지. 


이렇게 할 게 많은데 나는 왜 또 일어나기가 싫은 거니? 귀차니즘이 발발했다. 만사가 귀찮아서 그냥 침대에 누워 딩굴딩굴하면서 인터넷만 하고 싶었다. 하지만 멕시코에 온 지도 벌써 3일째라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살짝 조급해져 왔다. ‘5박 6일도 이토록 짧네 짧아. 담에는 더 길게 있어야지.’라고 생각을 하고는 슬그머니 일어나서 화장실로 갔다. 몸을 깨우기 위해서 일단 씻었다. 그리고 몇 개 없는 옷 중에서 하나를 꺼내 입고는 거실로 나가 사장님께 숙소 근처에 쇼핑할 데가 없는지 물어보았다. 


목표가 쇼핑이니 적어도 일일 일 쇼핑은 해야 했다. 사장님이랑 숙소 근처 슈퍼마켓은 벌써 다녀온지라 다른 곳을 알려 달라고 했다. 그러자 사장님은 ‘미니소’라는 곳을 알려주었다. 걸어가기에는 약간 멀고 메트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고 했다. 메트로 버스는 아직 안 타본 때라 나는 우버 앱을 켰다. 요금을 확인해보니 얼마 안 하길래 우버를 타고 가기로 했다. 어물쩡하는 사이에 벌써 저녁이 되어 버렸다.






마치 일본 회사인양, 스페인어 아래에 일어가 적혀있어서 얼핏 보면 일본 가게인 것 같은데 실질적으로는 중국 가게(라고 들었다)인 ‘미니소’는 한국의 다이소처럼 물건의 종류도 다양하고 저렴했다. 그런데 이 곳은 귀엽고 깜찍한 게 무척이나 많아서 다이소보다는 헬로키티 숍 분위기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나는 한국에서 미니소를 본 적이 없어서 멕시코에만 있는 건 줄 알았는데 나중에 한국에서 온 관광객이 한국에도 있다고 해서 미니소가 이 나라 저 나라에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미니소는 내 스타일이었다. 귀엽고 앙증맞으면서 실용적인 것을 좋아하는 내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그래서인지 입구에서 들어가는 순간부터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고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가 되는 걸 스스로 느낄 수가 있었다. 면 화장솜부터 개별 포장 면봉(요즘 이게 절실하다), 아이라이너, 물티슈 등 필요한 것들이 보이자 하나씩 바구니에 담았다. 아이라이너는 4천 원도 안 되었는데 숙소에서 테스트를 해 보니 가늘게 잘 그려지는 게 아주 맘에 들었다.


다른 쪽으로 가 보니 남편이 아주 좋아할 만한 작은 드라이버 세트가 종류별로 있었다. 가격을 보니 한 세트에 6천 원 밖에 하지 않았다. 옆에 좀 더 작은 건 5천 원도 안 했다. 꺄악~~~! 남편이 이걸 보면 얼마나 좋아할지를 상상하며 종류별로 한 세트 씩 바구니에 담았다.



쿠바는 음식뿐만 아니라 물건이란 물건들은 죄다 귀한 데다 오래되다 보니 고장이 날 확률이 아주 높았다. 그리고 고장이 나면 돈이 없으니 본인이 직접 고쳐서 사용을 해야 해서 이런 도구들은 필수 아이템들이었다.(남편은 한국에서 가져온 나의 전기 드라이버를 무슨 신줏단지 모시듯 소중히 관리를 한다.) 그러다 보니 이런 건 쿠바에서 꽤나 비싸게 팔고 또 판매하는 곳도 많지가 않았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하나만 남편이 가지고 나머지는 쿠바에서 한번 팔아볼까 하는 마음으로 종류별로 샀던 것이었다. 팔아보고 잘 팔리면 다음에 좀 더 많이 사 와서 팔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나의 예상대로 남편은 이 도구들을 보더니 너무 좋아했다. 가격을 듣더니 흥분했다. 본인이 한번 팔아보겠다고 했다. 어느 날 남편이 하나를 팔았다고 하며 돈을 주었다. 3배 좀 안 되는 가격으로 판매를 했다. 오~희망이 보였다! 두 번째로 다른 세트를 판매하는 날 우리는 같이 아바나 시내에 나가게 되었다.


남편이 세트 하나를 팔기 위해서 여기저기 수리점 같은 곳들을 기웃기웃하며 물어보는데 그 모습을 보니 '선비 같은 내 남편은 장사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본인에게 그런 얘기를 하지는 않았다. 땡볕에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돈 한 푼 벌어보겠다고 용쓰는 남편에게 그런 말을 해서 사기를 떨어뜨리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신 더우니까 그만하고 저기에 있는 카페에 가자고 남편을 꼬셔서 우리는 맛난 걸 먹었더랬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나는 남편에게 무엇을 팔아보라는 얘기는 안 하기로 했다. 장사에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어설프게 팔다가 경찰한테 걸리기라도 하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편에게는 공부를 하는 쪽으로 유도를 하고 있다. 쿠바는 학비가 공짜거나 아주 저렴하니까.


왼쪽 것은 남편이 사용하고 오른쪽 것은 판매완료


예전에 일본인 관광객 두 명이 쿠바 여행을 하다가 돈이 떨어져서 아바나의 랜드마크인 (옛) 국회의사당, 까삐똘리오(capitolio)앞에서 자신들이 가진 일본 전자제품들을 꺼내어 판매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일본 전자제품은 어디 가도 인기가 좋을 때라(지금은 ‘삼성’이 짱이다) 금세 몇 개가 팔린 모양이었다. 그러다 경찰이 왔고 그들은 불법 판매로 현장에서 검거되어 구치소로 가게 되었다. 쿠바에는 대한민국 대사관은 없지만(조선 민주주의 공화국 대사관만 있다) 일본 대사관은 있다. 결국 일본 대사관에서 힘을 써서 다음 날 이들은 구치소를 나올 수가 있었다고 한다.


관광수입이 중요한 쿠바는 외국인들을 쿠바의 부랑자들로부터 보호도 해 주지만 이런 식으로 외국인들도 잘못하면 경찰이 잡아가고 감옥에도 보낸다. 그러니 쿠바 시민인 남편은 오죽하겠나.(영주권자인 나도 마찬가지고) 걸리면 손 쓰기도 힘들 테다. 그리고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바람도 처음 피우는 사람들이 걸리지 전문적으로 늘 피우는 사람들은 방법을 알아서 안 걸린다고. 남편과 나는 둘 다 법대로 사는 게 몸에 베인 사람들이라 불법은 최대한 저지르지 않기로 했다.(음식 구하는 거 빼고) 괜히 몇 푼 벌려고 하다가 훨씬 큰 걸 잃어버릴 수가 있으니 사소한 욕심은 접기로 했다.



(다시 미니소)
예쁜 게 지천에 널려있었지만 내 트렁크는 하나라는 걸 나에게 각인시키고는 꼭 필요하고 부피가 적은 것들만 몇 개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숙소에서 판매하는 한식을 먹고는 동생들이랑 좀 얘기하다가 내 침대로 가서 인터넷 바다에 풍덩 빠져버렸다.


아 참, 미니소에서는 가벼운 운동용품도 판매를 하였는데 그때 사 온 요가 밴드가 요새 나의 팔운동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어 글을 쓰는 지금 몹시 뿌듯해하고 있다. 


요즘 내 팔운동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밴드






다음 날은 일요일이었는데 일요일에는 조식이 한식이 아니라 서양식이었다. 팬케이크에 과일과 샐러드 그리고 요구르트, 주스, 우유 등 아주 많은 것들이 차려져 있었다. 난 원래 식탐이 없는 사람인데(계속 강조) 여기 오니 그동안 나도 모르게 숨겨둔 식탐이 있었는지 매일 아침 물을 뿜듯 계속 솟아 나와 한식이 아닌 서양식도 또 듬뿍 먹어버렸다. 팬케익은 쿠바에 없으니 있을 때 알뜰히 먹어야지. 암. 


서양식 조식(팬케이크 먹고 싶네)


아, 쇼핑이랑 수다 떠는 거 외에는 딱히 하는 것도 없고 눈만 뜨면 먹으니 내 배는 꺼질 틈이 없었다. 나의 경우 30대까지 잘 되던 소화가 40이 넘으면서 잘 되지 않기 시작했고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불러(특히 옆구리 살은 답이 없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바로 살이 찌는(일명 나잇살) 상태로 변해버렸다. 이건 몸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건 아닌 듯했다. 설마,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아니라고 얘기해줘요!)


나에게도 밤늦게 먹고자도 아침에 일어나면 소화가 다 되어서 눈 뜨자마자 또 먹어도 살이 안 찌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정말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마법 같은 일은 더 이상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이 들수록 운동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걸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사람들 많은 민박집에서 나 혼자 따로 운동할 상황은 아니어서 비루한 몸뚱이에 대한 걱정은 쿠바에 가서 하기로 하고 일단 먹을 수 있는 만큼은 먹기로 했다.


일전에 사장님이 집 근처에 일요시장이 있다고 한 게 기억났다. 그래서 아침을 먹고 그곳에 가 보기로 했다. 일요일의 내 목표는 쇼핑을 두 군에서 하는 것이었다. 일요시장과 대망의 월마트. 


부른 배를 쓰다듬고 커피 한잔을 하고는 쿠바에서 가져 간 천 쇼핑 가방을 챙겨서 사장님이 알려준 길을 따라 일요시장을 찾아가 보았다. 가보니 민박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곳은 매주 일요일마다 도로 한 곳을 막고는 천막을 치고 매대를 세워서 별걸 다 판매하는 시장이었는데 시작점에서 보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엄청나게 컸다. 시장답게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했고 그들이 데려 온 개들도 많았다.(멕시코 사람들도 개를 아주 좋아해서 지나가다가 개 공원도 보았다.)


일요시장의 이모저모


옷, 신발, 가방, 선글라스, 시계 등 각종 짝퉁들이 즐비했고 생필품, 주방용품, 미용제품들, 가발, 양말, 속옷 등 없는 게 없었다. 게다가 군데군데 타코부터 해서 각종 멕시코 음식들도 많이 팔았다. 무엇보다 종류도 다양한 과일들과 야채들을 색색깔로 아주 이쁘게 진열해 놓은 게 참 인상적이었다. 쿠바에는 과일이나 야채의 종류도 많지 않지만 크기들도 작은데 비해 멕시코 과일과 야채들은 어찌나 큰 지 마늘이나 양파는 쿠바 것보다 최소 5배는 큰 듯했다. 어쩌면 10배까지도 클 것 같았다. 초록, 노랑, 빨강이 한데 잘 어우러진 데다가(나는 칼라를 사랑한다) 모양들도 참 이뻐서 배가 부른데도 불구하고 내 눈길을 계속해서 끌어댔다. 결국 나는 이 모든 건 유전자 변형과 농약의 힘이라고 나를 세뇌하며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마늘 얘기가 나오니 쿠바 살이 초반에 식사 준비할 때마다 마늘 한 통씩 깐 기억이 났다. 뭐 그때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어느 날 김치를 처음으로 하게 되었고 김치 재료를 확인해 보니 마늘이 제법 많이 들어갔다. 일단 평소에 하던 대로 마늘을 하나씩 까기 시작했는데 쿠바 마늘은 엄청 작아서(새끼손가락 손톱 만한 것도 아주 많다) 자그마치 마늘만 4시간을 깠던 것이었다. 4시간을 깠더니 손가락도 얼얼하고 허리도 아프고 아무리 내가 시간이 남아돈다고 해도 이건 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깐 마늘만 사 먹고 있다. 조금 더 비싸기는 해도 그게 훨씬 실용적이었다. 


여기저기서 맛난 음식 냄새는 폴폴 나는데 내 배에는 도저히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눈팅만 하고 있으니 살짝 마음이 아프기까지 했다. 멕시코에 와서 그것도 일요 시장에서 타코도 하나 안 먹고 가야 하다니. 배가 꺼지면 엄청 생각날 텐데 말이다. 음식 앞에서 그렇게 쿨하던 예전의 린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멕시코 마늘(엄청 큼) 그리고 타코 파는 간이 식당


당시에 내가 살던 쿠바 집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집주인 아주머니 딸(내 또래 아줌마)이 청소를 해 주러 왔었다. 그녀에게 내가 멕시코에 장 보러 간다고 했더니 이것저것 사 오면 자기가 팔아주겠다고 하면서 몇 가지 리스트를 주었다. 그래서 시장에서 그녀가 얘기한 양말(어른용과 어린이용), 여자 아이들 머리핀, 저렴한 매니큐어를 색깔별로 구입을 했다. 쿠바 여성들이 아주 좋아하는 망사 스타킹은 생각보다 비싸서 샘플 겸으로 하나만 샀다.


여자 아이들 머리핀 / 망사 스타킹(쿠바 여성들이 애정하는 용품)


결론은? 그녀도 장사에 소질이 없었다!


그렇게 자신감 있게 큰소리치던 그녀는 2주 동안 양말 몇 켤레와 머리핀 하나, 귀걸이(다른 데서 산 것) 2개를 팔고는 자기 동네 사람들은 돈이 없다며 잘 안 팔린다고 했다. 그럼 그렇지. 장사를 꽤 해 본 것처럼 얘기하더니 다 뻥이었다. 


살 것도 많은데 그녀 때문에 별 필요도 없는 걸로 가방을 채운 게 속상하긴 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에게 괜찮다고 이해한다고 하며 물건을 다 돌려달라고 했다. 다음 주에 그녀는 물건을 가져왔고 나는 몇 가지 물건을 판 것에 대해 수고비를 주었다. 그래도 그녀는 양심은 있었는지 돈을 안 받으려고 했다.(이런 양심도 없는 쿠바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그녀의 손에 결국 나는 돈을 쥐어주었고 한 푼이 아쉬웠던 그녀는 몹시 고마워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와 비즈니스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다시 일요시장으로 돌아가)

쿠바에서 입으면 딱 좋을 점퍼 슈트 같은 예쁜 옷들이 눈에 띄어 하나 사려고 여기저기 살펴보았는데 옷들이 왜 이렇게 다 큰지 결국 사이즈가 맞는 게 없어서 하나도 못 샀다. 분명 멕시코인들은 키가 작은데 왜 옷들은 그렇게 다 큰지 지금도 이해가 가진 않는다. 이것저것 사다 보니 가져간 현금이 바닥을 보였고(시장은 현금결제만 가능하다) 다음 쇼핑장소도 가야 해서 물건들을 잘 챙겨서 서둘러 숙소로 돌아갔다. 민박집 사장님에게 쇼핑한 물건들을 휘리릭 보여주고는 봉지들을 모두 방에 잘 모아 두었다. 그리고는 바로 우버를 불러서 사장님이 알려준 월마트로 향했다. 일요일의 멕시코 시티 도로는 아주 한산해서 막히는 것 없이 슝하고 금방 나를 실어 날랐다.


드디어 대망의 월마트에 도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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