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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희감성 Sep 16. 2019

울다가 웃게 하는 사람

견딜 수 없이 행복하면서도 두려운 마음

내 어깨를 감싸고 격려해줄 땐 듬직한 오빠 같기도 하고, 날 웃게 만들려고 장난 치고 춤추면서 환하게 웃을 땐 동생 같기도 하고, 크고 예쁜 눈을 보고 있을 때면 내가 예뻐하는 강아지 같기도 하다. 갑자기 떠올랐다며 로맨틱한 노래들을 불러줄 땐 오그라들게 부끄러우면서도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처럼 느껴진다.


그동안 오그라드는 걸 싫어해서 다가오려는 사람들에게 ‘안전거리’를 두려고 했었던 것과 달리 점점 더 그와 가까워지고 싶은 내 모습이 낯설다. 가끔은 감당이 안 된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기도 한다. 행복해서인지 두려워서인지 사실 분간이 잘 안 간다.


별안간 낯선 곳에서 만났지만 어쩐지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연속으로 벌어졌고 그는 그렇게 10,000km가 넘는 거리를 날아 내 옆으로 왔다. 그리고 어느새 그가 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토록 커져버렸다.


그래서 그의 고백은 비록 그 타이밍을 예상하지 못하긴 했지만 실은 말하지 않아도 자명한 것이기도 했다. 너무 믿기 힘든 일들이 짧은 시간에 집약적으로 일어나서 우리 두 사람 모두 압도되어버렸던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존재가 더 익숙해져 감에 따라 나도 그를 닮아간다. 문제는 더욱 그를 닮아가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그의 무모한 도전에 나도 같이 참여하고 싶어졌다. 잃을 게 없으니까 두려울 것도 없다. 지금은 그 사람을 잃는다는 게 더 두려울 것 같다.


어젯밤 그렇게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비밀을 이야기했을 때에도 그는 내 두 손을 붙잡고 기도해줬다. 기도를 마친 뒤 그 예쁜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한국말을 다 이해하지도 못했으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목소리로 나즈막히 말했다.


“It was beautiful”


미리 계산한 건 아니었는데도 그 모든 것들이 부지불식 간에 일어난 듯했다. 하지만 모두 아름다웠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줄 알고 있던 내 마음에 찾아온 이 사람이 너무 벅차다.


그리고 그렇게 그리워 하게 되었다. 나를 웃게 하다가도 울리기도 하는 그가 없는 내일을 상상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렇게 그를 사랑하게 되어버렸다. 어제보다 오늘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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